메인화면으로
글로벌에세이·최성주> '부활하는 테러리즘' 철저한 대응 급하다
  • 페이스북 공유하기
  • 트위터 공유하기
  • 카카오스토리 공유하기
  • 인쇄하기
  • 본문 글씨 크게
  • 본문 글씨 작게
  • 오피니언

글로벌에세이·최성주> '부활하는 테러리즘' 철저한 대응 급하다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글로벌 테러리즘과 국가안보(1)

게재 2021-09-27 13:17:30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최성주 고려대학교 특임교수·전 주 폴란드 대사

지난 8월15일 탈레반이 아프가니스탄을 재차 장악하면서 지구촌은 테러리즘의 악몽과 다시 마주하고 있다. 20년 전 9·11 테러 당시 탈레반은 알카에다에 은신처를 제공한 바 있기에 더욱 그렇다. 테러는 정치적 이념이나 종교적인 이유로 폭력적인 수단을 이용해 공포 분위기를 조성하는 행위를 의미한다. 즉 '테러(terror)'라는 단어의 핵심 키워드는 '공포'다. 테러리즘이 발생하는 근본 원인은 국가권력의 횡포, 사회적 불평등, 빈곤과 부패, 종교적 분쟁 및 민족적 분규 등이 예시된다. 알카에다와 이슬람국가(IS)처럼 테러리즘이 종교적 근본주의와 결합하는 경우 상승작용을 하면서 더욱 극단화할 수 있다.

정치적 목적의 테러리즘이 전면에 등장한 시기는 18세기 말 프랑스 대혁명 당시의 공포정치다. 루이 16세와 마리 앙트와네트 왕비를 처단한 단두대(guillotine)는 공포정치의 상징물이었다. 당시 많은 사람들을 처형한 로베스피에르도 결국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다. 지금은 파리의 명소가 된 콩코드 광장이 그 당시엔 온통 피로 물들었다. 19세기 중반 미국 남부 지역에서 횡행한 백인우월주의단체(KKK)의 조직적인 폭력도 테러리즘에 속한다. 이들은 하얀 옷을 온몸에 두르고 십자가에 불을 붙이면서 공포감의 극대화를 노렸다. 20세기의 대표적인 독재자인 히틀러와 스탈린의 대량살상도 그 근본 성격상 정치적 목적의 테러리즘으로 분류할 수 있다. 물론, 히틀러의 유태인과 집시에 대한 집단학살은 게르만족의 시조라는 '아리안'족의 우월성을 전제로 한 '인종 청소'이기도 하다.

19세기 제국주의를 주도한 영국과 프랑스는 식민지의 역사적, 인종적, 종교적 특성을 고려하지 않은 채 편의주의적인 방식으로 국경선을 획정하거나 영토를 배분했다. 대표적인 실례를 들면 1차 세계대전이 진행 중이던 1917년 밸푸어 영국 외교장관은 유태인들의 협조를 전제로 추후 유태인 국가를 건설해주겠다고 약속한다. 이는 불과 1년 전, 영국의 맥마흔 고등판무관이 팔레스타인 지역에 아랍국가 건설을 지지한다고 확인한 사실과 정면으로 배치된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영국은 팔레스타인 지역에 유태인 국가를 건설하는 과정에서 그 지역에서 오랫동안 살아온 팔레스타인 주민들을 무력으로 추방한다. 이런 배경으로 인해 이슬람 국가들은 팔레스타인에 대해 유대감을 표시하는 반면 이스라엘을 노골적으로 적대시한다. 이 중 이스라엘에 가장 적대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나라는 이란이다. 주변 국가들로부터 실존적 위협에 대처하고자 이스라엘은 핵무기를 보유하고 아이언돔(iron dome) 등 첨단무기로 무장하며 국민총동원 체제를 유지하는 중이다. 이스라엘의 맹방인 미국은 친(親)이스라엘 정책을 견지하고 있다. 유태인이 미국의 정치, 경제, 언론, 문화 등 모든 분야에서 절대적인 영향력을 갖고 있는 상황에서 유태인들의 지지 없이는 미국 대통령에 당선될 수 없다. 유엔 안보리에서 이스라엘을 규탄하는 결의를 채택하려 해도 매번 미국이 강력히 반대하는 이유다.

1980년대에 오사마 빈라덴이 설립한 알카에다는 2001년 미국 본토에 대한 대규모 테러공격(9·11 테러)으로 미국은 물론 지구촌에 전대미문의 충격을 줬다. 역설적으로 9·11이후 알카에다 추종 세력은 중동을 넘어 아프리카와 아시아 지역 이슬람 국가로 확산된다. 각종 악행을 일삼는 이들 간 연결고리는 이슬람이라는 종교적인 동질성 및 서구 문명에 대한 증오심이다. 아시아 대표 이슬람국가인 인도네시아의 발리에서는 2002년 10월 대규모 테러 사건이 발생한다. 알카에다와 연계된 '제마 이슬라미야'가 주도한 이 테러로 한국인 2명을 포함 200여 명이 목숨을 잃었다. 2001년 이래 주로 나이지리아에서 준동하고 있는 보코하람(Boko Haram)도 알카에다와 연계된 테러 세력이다. 이들은 학교교육 등 일체의 서구적 가치와 생활방식를 거부한다. 2011년 오사마 빈라덴의 사살 및 2014년 이슬람국가(IS)의 출현으로 알카에다 세력은 상대적으로 약해진 것처럼 보인다. 그렇지만,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알카에다 연계 세력들이 여전히 테러를 수시로 자행하고 있으니 고도의 경계 및 대응이 필요하다.

우리나라도 테러 안전지대가 아니다. 2004년 김선일씨가 이라크에서 알카에다에 의해 납치된 후 참수당하는 끔찍한 사건도 있었다. 김선일씨가 참혹하게 살해되자 우리 국민들은 정부(외교부)를 맹비난한 바 있다. 우리 정부가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를 여행금지 구역으로 지정했는데 이러한 정부 지침을 어기면서까지 이라크를 방문한 사람에게 일차적인 책임이 있는 게 아닌가 싶다. 물론, 김선일 사건은 국제테러리즘의 실체적인 위험을 우리 국민들에게 극적으로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