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칼럼 '당명떼고 정책배틀'-라운드 ⑮-②> 이재영이 본 언론중재법 개정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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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명떼고 정책배틀
정치칼럼 '당명떼고 정책배틀'-라운드 ⑮-②> 이재영이 본 언론중재법 개정안
  • 입력 : 2021. 09.23(목) 16:17
  • 김진영 기자
정치권의 대선 후보 경선 레이스가 속도를 내고 있는 가운데, 국회에서는 가짜뉴스 대상 징벌적 손해배상이 담긴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둘러싼 여야의 힘겨루기가 지속되고 있다.

언론중재법 개정안을 논의할 여야 8인 협의체는 지난 8일 상견례 겸 첫 회의를 열었으나, 처음 마주하는 자리부터 상당한 의견차를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여 27일 본회의 처리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여야는 협의체 논의 범위를 놓고 갈등을 빚고 있다. 국민의힘은 원점에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지만 민주당은 문화체육관광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에서 단독 처리한 안의 취지가 훼손되지 않는 범위에서 얘기하겠다고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징벌적 손해배상제'와 '기사 열람차단청구권' 등이 언론중재법 개정안의 핵심이라며 고수 입장인 반면 국민의힘은 해당 조항의 삭제를 요구하며 입장차를 좁히지 못하고 있는 형국이다.



언론중재법을 둘러싼 논의의 핵심은 무엇이고 해법은 있을까. 국민의힘 이재영 전 의원으로부터 언론중재법 개정안에 대한 입장과 본회의 처리 전망에 대한 의견을 들었다.

◆ 이재영의 문제 분석

요즘 대한민국 국회에서 발의한 두 개의 법안에 대해 전 세계의 관심이 뜨겁다. 각각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법안이기 때문이다.

하나는 지난달 31일에 통과된 '구글갑질방지법'이다. 이 법은 구글이나 애플과 같은 글로벌 공룡플랫폼이 국내에서 앱 개발사들에 강제적으로 인앱 결제를 요구하는 것을 막는 것을 골자로 한다.

다른 하나는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에 관한 법률' 개정안 즉, '언론중재법' 개정안이다. 이 법에 따르면 허위·조작 보도에 대해 언론사에 최대 5배까지 징벌적 손해배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 법안은 언론 기능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수 있다는 우려를 이유로 야당이 강하게 반대했고 결국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지 못했다. 한 달의 여야 간 숙의를 거쳐 국회에서 다시 통과 여부를 결정하겠지만, 압도적 다수의 여당은 해당 법안을 통과시킬 것이라 예상된다.

이 두 개의 법안에 대한 국제사회의 평가는 극과 극이다.

'구글갑질방지법'에 대해선 미국의 한 억만장자가 "나는 한국인이다"라는 평가를 할 정도로 대체로 국제 사회의 평가가 대단히 좋은 편이다. 그러나 '언론중재법'에 대해선 휴먼라이츠워치, 국제기자연맹 등의 국제기구들이 나서서 입법에 대한 심각한 우려를 표명하고 있으며 급기야는 유엔까지 발 벗고 나서서 "언론 표현의 자유라는 권리를 심각히 제한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언론중재법'이 악법인 이유는 분명하다. 민주주의의 중요한 한 축인 언론의 자유와 표현의 자유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기 때문이다. 무엇보다 대선을 6개월 앞으로 두고 양당이 한참 경선 준비로 정신이 없는 지금 시점에 굳이 이 법을 통과시켜야 할 이유를 찾기 어렵다.

물론 '언론중재법'의 취지는 이해할 수 있다. 이 법이 민주당의 주장처럼, '가짜뉴스 피해구제법'이라고 하면 선뜻 법안을 반대하는 이유가 분명치 않아 보인다. 실제로 유튜브 콘텐츠가 범람하면서 가짜 뉴스도 빛의 속도로 번지게 되는 요즘 같은 상황이라면, 가짜뉴스로 피해를 보는 개인을 보호해야 할 필요도 있다.

그런데도 이 개정안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 곳곳의 시각은 매우 불편하다. 그 이유로 크게 두 가지를 들 수 있다.

첫째, 절차의 문제이다. 민주당은 야당과 심지어 평소 여당을 지지하는 다수의 시민단체 그리고 국제사회의 강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지난 8월19일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상임위에서 여당 단독으로 개정안을 통과시켰고, 일사천리로 8월30일 본회의를 열어 통과시키고자 했다. 무르익지 않은 법안을 거대 여당이 억지로 밀어붙이는 모습 속에는 민주주의는 찾아볼 수 없었고 오히려 파시즘의 어두운 그림자가 보였다.

둘째, 의도의 문제이다. 작년 총선 이후 줄곧 보여왔던 민주당에 대한 여론의 압도적인 지지가 지난 4월 보궐 선거를 기점으로 꺾이고 있다. 만에 하나 정부와 여당의 잘못된 정책을 비판하는 보도나 부정부패와 관련된 합리적인 의혹 제기를 소위 가짜뉴스라고 무조건 식으로 몰아가 법정에 세운다면 그 어떤 언론이 제 기능을 할 수 있을까? 야당이 민주주의 훼손과 '언론재갈법' 주장하며 반대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는 것이다.

◆ 이재영의 해법

결론부터 말하자면 이번 사안에 대해선 여당의 개정안 철회가 필요해 보인다. 지난 13일 대한민국 인권위는 이번 개정안에 대해 표현의 자유가 위축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명했다. 같은 맥락에서 평소 민주당과 궤를 같이하는 참여연대나 민변 법안의 취지는 공감하나 일부 조항을 수정해야 한다거나 언론 자유를 침해할 우려가 있다는 취지의 의견을 개진했다. 따라서, 이 시점에서 현재 개정안을 어떻게 수정하든 간에 적절치 못한 법안이 돼 버렸다. 즉, 잘못된 뉴스 보도로부터 선한 피해자들을 보호한다는 본 취지와는 무관하게 언론의 자유를 통제하려 든다는 이미지가 강하게 드리워져 있다.

물론 가짜뉴스로부터 피해를 받는 주체들이 법의 보호를 받을 수 있는 제도도 앞으로 분명히 마련돼야 한다. 하지만, 그러려면 개정안의 내용이 충분한 논의를 통해 좀 더 섬세해질 필요가 있다. 며칠 전 이준석·송영길 대표는 방송토론에서 있었던 내용을 예를 들어보자. 이날 이준석 대표는 요즘 대중의 뉴스 소비행태가 대부분 거대 포탈을 통해 이뤄지고 있어서 정정 보도와 관련해 종이 지면 외에 포털을 통한 정정 보도 노출 법안에 포함 돼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고 송영길 대표 이 부분에 대해 동의했다.

국회는 9월 27일 이 개정안을 상정할지 안 할지를 다시 한번 결정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여야 간 언론중재법 8인 협의체가 발족해 법안에 대해 논의하고 있지만, 서로의 입장만 확인할 뿐 평행선을 달리고 있다는 답답한 소식만 들려온다. 이 글의 서두에서 언급했던 것처럼, 대한민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입법 활동은 국제사회에서 관심을 둘 정도로 우리의 위상이 높아졌다. 이번 개정안 때문에 지난 수십 년간 소중히 지키고 발전시켜왔던 우리의 민주주의가 훼손될 수 있다는 우려를 불식시키기 전까지 절대로 통과돼서는 안될 것이다.



김진영 기자 jinyou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