더불어민주당 광주-전남-전북지역 의원들이 20일 서울 여의도 국회 소통관에서 윤석열 국민의힘 대선 경선 후보의 '전두환 전 대통령이 정치는 잘했다' 발언에 대해 대선 후보직 사퇴 촉구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뉴시스 |
20일 국회와 지역 정가 등에 따르면 윤 전 총장은 전날 국민의힘 부산 해운대갑 당원협의회를 방문해 "전두환 대통령이 군사 쿠데타와 5·18만 빼면, 잘못한 부분이 있지만, 그야말로 정치를 잘했다고 말하는 분들이 많다"며 "호남분들도 그런 얘기를 한다"고 말했다.
윤 전 총장이 공식적인 자리에서 전두환씨를 옹호하는 발언을 하자 광주·전남 민심은 충격에 빠졌다.
이날 이용섭 광주시장은 긴급 성명서를 내고 "죄없는 국민들을 무참히 살인한 것 빼고 일을 잘했다니. 두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며 "정치권력 앞에 국민의 생명과 존엄은 아무것도 아니라는 인식을 갖고 있는 사람이 대권주자라는 사실 자체가 통탄하고 분노할 일이다"라고 강력한 유감을 표현했다.
그러면서 이 시장은 "윤 전 총장은 헌법을 유린하고 하극상의 쿠테타로 권력을 찬탈한 5·18 원흉 전두환을 더 이상 비호하지 말고 망언에 대해 즉각 사죄하라"며 "국민의힘은 지역갈등을 깨고 국민을 위한 당으로 거듭나겠다고 했던 약속을 되새기며, 더 이상 역사왜곡과 망언이 되풀이되지 않도록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하라"고 촉구했다.
5·18관련 3단체(유족회·부상자회·구속부상자회)와 5·18기념재단도 성명을 내고 국민의힘의 '호남 끌어안기'에 진정성을 의심했다. 이들은 "지난해 미래통합당 비상대책위원장이었던 김종인 대표는 5·18 정신을 훼손하는 당 일부 인사들의 행태(5·18망언을 한 김진태·이종명·김순례 의원)에 무릎 꿇고 사죄한 바 있다"면서 "하지만, 진정으로 사과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고 지적했다.
윤 전 총장의 '전두환 옹호 발언'에 국민의힘 광주·전남 정치권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하는 모습이다. 이날 광주 북구갑 국회의원이자 현재 윤 전 총장의 캠프 소속인 김경진 전 의원도 CBS 라디오 한 인터뷰에서 윤 전 총장의 광주 방문 사과를 추진할 계획도 내비치기도 했다.
또한 내년 대통령선거 정권교체, 지방선거 호남 불모지 개척을 목표로 두고 있는 국민의힘 정치권은 윤 전 총장의 발언이 전략적으로 매우 치명적인 발언이었다고 지적했다. 천하람 국민의힘 순천갑 당협위원장은 "김종인 전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준석 대표와 저 또한 호남의 선택지에 들어갈 수 있도록 노력을 하고 있었는데 그 노력에 찬물을 끼얹는 발언이다"라며 "최근 상황을 보면 호남의 민심이 빠르게 국민의힘을 수용하고 있어서 당 차원에서도 기회를 모색하고 있었는데 (윤 전 총장이) 기회를 갑자기 위기로 바꿔버렸다"고 비판했다.
지역 내 윤 전 총장 캠프 측은 조심스러운 반응을 보이고 있다.
캠프 측 한 관계자는 "윤 전 총장이 전두환씨를 찬양하려는 의도는 아니었다"면서 "지역의 분노는 충분히 이해하고 있다. 향후 대처 방안을 고심하겠다"고 답변했다.
최황지 기자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