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기회를 박탈당한 절대 빈곤층을 위한 솔루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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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괄 콘텐츠 디렉터 김홍탁의 ‘인사이트’
모든 기회를 박탈당한 절대 빈곤층을 위한 솔루션
CR은 씨앗-창의력은 세상을 변화시키는 씨앗이다
  • 입력 : 2021. 11.11(목) 18:10
  • 김홍탁 CCO
1) 국제 기구 중 가장 영향력이 강한 곳은 유엔(UN)일 것이다. United Nations라는 명칭에서도 알 수 있듯이 유엔은 전세계 국가의 연합체로서 인류가 처한 문제에 공동대처하면서 지구촌의 상처를 봉합하는데 전지구적 노력을 기울인다. 그 상처는 저개발국가의 절대적 빈곤에서 인류 전체가 직면한 환경 문제까지 스펙트럼이 넓다. 유엔은 이러한 지구촌 문제해결을 좀 더 조직적이고 과학적으로 관리해야할 필요성을 느끼고, 2000년 밀레니엄을 맞이하는 시점에 '밀레니엄 발전 목표(MDGs: Miliienium Development Goals)'를 설정했다. 이 정책은 우선 절대적 빈곤퇴치를 위한 8가지 목표와 21가지 세부 목표를 설정했는데, 2015년까지 15년 동안 이를 달성하는 것이 목적이었다. 이 목표는 예정 기일 2015년을 마감한 후 2016년부터 2030년까지 달성해야할 지속가능발전목표(SDGs: Sustainable Development Goals)로 확장, 시즌 2가 진행되고 있는 중이다.

절대적 빈곤퇴치가 지상과제가 되다보니 초점은 주로 저개발국가의 상황에 맞춰져 있었다. 유엔이 정의내리는 절대 빈곤층은 하루 1.25 US 달러 미만으로 생활하는 사람들이다. 절대적 빈곤은 기본 의식주 문제는 물론 교육과 보건을 비롯한 각종 기회의 불평등을 야기한다. 8가지 과제의 주제가 '1.절대빈곤 및 기아 근절 2.보편적 초등 교육 실현 3.양성평등 및 여성능력의 고양 4.아동사망률 감소 5.모성보건 증진 6.AIDS, 말라리아 등 질병 예방 7.AIDS, 말라리아 등 질병 예방8.지속가능한 환경 확보 8.개발을 위한 글로벌 파트너쉽 구축'인 것을 보면 최우선으로 해결돼야 할 아주 기본적 문제인 기아,보건,환경,교육에 중점을 두고 있음을 알 수 있다. 유엔이 공표한 이러한 어젠다를 통해 지속가능한 세상을 유지하기 위한 일의 목표와 우선 순위가 명확해 졌기에, 정부나 NGO에서 계획을 수립하는 것이 훨씬 체계화될 수 있었다. 전세계 광고회사에서도 문제 해결에 동참했고, 그들의 창의력이 수많은 독창적인 솔루션을 제시했다. 그 중 우선 세가지를 추려 공유해 본다.

2) 1.25 미라클 마켓(Miracle Market)

이 프로젝트는 세계 최극빈국 중 하나인 아프리카 말라위의 절대적 빈곤층을 돕기 위한 디지털 콘텐츠 구매 펀딩이었다. 제일기획이 기획하고 기아대책과 G마켓이 함께한 이 프로젝트는 수많은 셀럽들이 자원하여 자신의 콘텐츠를 G마켓에서 판매함으로써 시장을 형성했다. 개개의 콘텐츠는 1.25달러에 상당하는 1250원에 판매됐고 수익금 전액이 기아대책을 통해 말라위에 전달되는 방식이었다. 음악, 사진, 글씨, 그림, 소설, 시, 목소리 등 디지털 파일 형태로 공유할 수 있는 것은 무엇이든 판매 아이템으로 등록할 수 있었다. 지드래곤의 바탕화면 응원메시지, 탤런트 이연희씨와 성우 배한성씨의 목소리의 모닝콜, 디자이너 고태용씨의 영감맵 동영상 등이 올라왔다. 이적, 스윗소로우, 강산에, 박기영, '매드소울차일드'의 진실, '윈터플레이'의 혜원 등 가수들, 밴드 씨엔블루, 배우 박신혜, 정태우 등 기아대책 홍보대사와 승효상 건축가 등 각 분야 유명인사들도 재능기부에 참여했다. 재즈그룹 '윈터플레이'의 트럼펫터 이주한씨는 가수 이현우씨와 함께 프로젝트의 주제곡 '원바이원(One by One)'을 만들었다. 참여한 셀럽의 면면만 보아도 아프리카 AIDS퇴치를 위한 프로젝트였던 'We are the world' 의 한국형 버전임을 알 수 있다.

당시 이 프로젝트를 총괄 담당했던 나는 말라위 주민들 마을에 쓰레기 차가 들어오는 날이 가장 행복한 날이라는 사실을 전해 듣고 먹먹했었다. 쓰레기 속에서 뭐라도 건져 먹어야 했기 때문이다. 또한 학교를 가는 너무나 당연한 일상이 그들에겐 소원이라는 사실은 지금이 21세기 세상인지를 의심케 했다. 그러나 동시에 선을 행하고자 하는 전지구인의 생각과 행동이 존재한다는 사실은 위안이 됐다. 선을 행하는 명분이 있고, 그 명분에 진정성이 느껴진다면 이 세상 누구와도 연결되어 함께 할 수 있다는 사실을 경험하게 됐다. 세상이 힘들고 포악해질수록 인간 내면의 선한 의지를 끌어내는 것이 중요한 일이다. 아마도 그것이 유엔을 비롯한 비영리 단체, 그리고 개개인의 내면에 자리한 신념의 존재 이유일 것이다.

3) 2부제 수업_The Open Door Project

대한민국의 베이비붐 세대는 1955년~1963년에 태어난 세대를 말한다. 무슨 이유인지는 몰라도 흔히 58년 개띠로 대표되기도 한다. 베이비붐 세대 가정은 대부분 4~5명의 자녀를 두었다. 혹시 58년 개띠생 지인이 있다면 아마도 대부분 위 아래로 형제자매남매를 두고 있음을 알게 것이다. 자녀가 많으니 여러 문제가 생길 수 있다. 그 중 교육도 큰 문제였다. 6·25 한국전쟁 휴전 후 국가재건의 기치를 드높였지만 여러 방면에서 인프라가 부족했다. 학생은 넘쳐나는데 학교도 교실도 선생님도 태부족이었다. 그래도 한민족은 현명했다. 2부제 수업을 통해서 이를 해결했다. 당시 초등학교엔 오전 오후반이 있어서 선생님이 오전 오후 두 번을 가르치며 한 건물에서 모든 아이들을 키워냈다. 이 점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그 교육의 열정이 오늘의 대한민국을 있게 한 핵심 요인 중 하나가 아닐까 생각한다.

같은 상황이 인도에서도 펼쳐지고 있다. 대한민국 2부제 수업 이후 무려 50년이 지난 현시점이다. 인도의 정황은 물론 우리보다 훨씬 복잡하다. 일단 인구가 13억8천만명에 육박한다. 대한민국 인구수의 26배다. 지역마다 종족도 다르고 언어도 다르다. 한마디로 통합이 힘들다. 게다가 가난해 교육을 받지 못하는 계층이 존재하지만 우리처럼 어떡하든 교육을 시키겠다는 사회의식도 부족하다. 카스트 제도의 흔적이 남아 있는지, 포기하고 주어진 상황에 안분지족하려 한다. 인도엔 이처럼 적절한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아이들이 1천8백만명에 달한다. 서울시 인구의 두배다. 인도에도 변화가 필요하다. 그 변화의 중심엔 물론 교육이 자리한다.



인도의 사립초등학교는 인프라가 아주 잘 갖춰져 있다. 밀레니엄 월드 스쿨(Millennium World School) 도 그런 학교 중 하나다. 이름에서부터 시공간의 미래가 느껴진다. 그런데 말끔한 교복을 차려 입고 등교한 학생들이 수업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면 그 훌륭한 시설이 그냥 놀게 된다. 오픈 도어(The Open Door)프로젝트는 이 점에 착안했다. 부유한 집 아이들이 수업을 마치고 돌아가면 빈곤한 집 아이들을 학교로 등교시켜 수업을 진행했다. 같은 시설과 자원, 선생님을 활용했다. 이런 일을 결정하기 까지 쉬운 일은 아니었겠지만 가지고 있는 물적,인적 인프라를 한 번만 더 작동시키면 되는 아주 심플한 해결책이었다. 일종의 노블리스 오블리주라 볼 수 있는 이 프로젝트는 정부의 정책으로 모든 것을 해결 할 수 없는 인도이기에 가능했을 일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의 국가주도형 2부제 수업과는 다른 양상이다.

중국이나 인도처럼 인구수가 엄청나고(두 국가 인구수를 합치면 전세계 인구 절반에 가깝다) 지역차이가 크게 나는 국가는 국민을 통치하는 방법이 두 가지다. 중앙정부에서 강력한 전체주의 통치력을 발휘하던지, 아니면 빈부의 차이로 드러나는 삶의 다층적 양상을 어쩔 수 없이 자연스러운 것으로 내버려 두는 것이다. 강력한 통제냐 유연한 방임이냐로 갈린다. 어중간한 중간은 사실 있을 수 없다. 인도는 후자의 경우라 할 수 있다. 이런 2부제 수업을 통해 새로운 세상에 눈을 뜨고 자신의 인생을 개척하는 아이가 전인구의 1%만 되더라도 인도의 미래는 크게 바뀔 것이다. 그 점이 이 프로젝트의 가장 큰 잠재력이라 생각한다.



4) 관대함을 나눈다_Generosity Bar

캐드베리 데어리 밀크(Cadbury Dairy Milk) 초컬릿은 캐드베리 초컬릿을 대표하는 브랜드다. 초컬릿 포장지에도 초컬릿 위로 우유가 쏟아지는 그림을 그려놓았다. 그런데 그 초컬릿에서 우유가 사라진다면 사람들이 구매할까? 놀랍게도 활발한 구매가 이루어졌다. 없어진 우유만큼을 필리핀의 아이들에게 제공했기 때문이다. 4백만명에 달하는 필리핀 아이들은 아직도 영양상태가 좋지 않다. 특히 5세 이하의 아이들 셋 중 한 명은 이에 해당된다. 캐드베리는 관대함을 뜻하는 'Generosity Bar'를 출시하면서, 이 초컬릿 바 하나를 구입할 경우 한 잔 반의 우유가 기부되는 플랫폼을 만들었다. 우유는 필리핀의 NGO단체인 'Reach Out Feed the Philippines'으로 전달되어 영양이 부족한 필리핀 아이들에게 전해졌다. 우유 없는 초컬릿을 사 먹어본 사람들은 달콤함은 덜해도 누군가를 도울 수 있기에 만족한다고 표현했다. 팥 빠진 찐빵이라 할 수도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이 기꺼이 지갑을 열고 개념소비에 동참했다. 프로젝트 시행 후 얼마 안돼 총 2십만 잔의 우유가 기부됐으며, 이 플랫폼은 인도네시아나 파키스탄과 같은 다른 아시아 국가에도 적용되고 있다.

같은 돈을 내고 성분이 빠진 제품을 사게 만드는 힘은 좋은 명분에서 나온다. 사람들에겐 선한 마음이 있다. 문제는 그 선한 마음을 쉽게 끄집어 낼 수 있도록 해야 한다는 것이다. 복잡하면 기부행위는 일어나지 않기 때문이다.그 일을 해 낼 수 있는 힘은 크리에이티브에서 나온다.



김홍탁 CCO khong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