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4-3> 지역 산업계 '안전 강화' 분주… 법 보완 요구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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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54-3> 지역 산업계 '안전 강화' 분주… 법 보완 요구도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산업계 입장 ||기아·삼성·금호타이어 등 신속 대응 ||중소기업, 인력·비용 부족에 골머리||“예방주체 모호·사업주 처벌에 집중”
  • 입력 : 2022. 01.23(일) 17:27
  • 곽지혜 기자
기아 AutoLand광주는 지난 7일 2022년 중대재해 ZERO를 달성해 안전한 친환경 일터를 구축하기 위한 안전결의대회를 가졌다. /기아 AutoLand광주 제공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이 코앞으로 다가오며 지역 산업계는 그 어느 때보다 분주한 모습이다. 많은 기업과 각 업종별 협회, 단체에서는 안전 강화조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다만, 법 조항의 모호성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 강도 등 보완을 요구하는 목소리도 여전하다.

23일 지역에 대형 공장을 둔 대기업들에 따르면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에 앞서 안전 부서를 개편하는 등 사업장 안전 관리 강화에 집중하고 있다.

기아 오토랜드 광주는 최근 중대재해 '제로' 달성을 위한 안전결의대회를 열고 전 임직원의 안전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방침을 세웠다. 올해는 특히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과 이행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 작업장 내 유해위험요인을 파악하고 개선대책을 적극 추진할 예정이다.

기아 관계자는 "그동안도 항상 안전을 최우선적으로 대응해왔다"며 "지난해부터는 안전관리기능을 더욱 강화하기 위해 공장 내 부문별로 일일 상시 현장점검 체계를 운영해 안전관리 및 예방을 생활화하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삼성전자 광주사업장도 중대재해 예방을 위해 상시 운영하던 광주안전환경팀의 기능과 비상사태 시 처리 규칙 및 대응 시나리오를 담은 비상대응 메뉴얼을 강화했다.

금호타이어 광주·곡성공장 역시 지난달 안전환경 전담부서인 'S.H.E기획팀'을 발족하고 그동안 각 공장 별로 안전환경팀이 수행해왔던 안전·보건·환경 업무를 총괄, 관련 전략 및 장단기 계획의 수립·운영을 통한 리스크를 관리한다. 'S.H.E'는 안전(Safety), 보건(Health), 환경(Environmet)의 약자로 '건강하고 안전하며 깨끗한 아름다운 일터 만들기'를 목표로 신설됐다.

금호타이어 관계자는 "S.H.E기획팀의 가장 큰 업무는 역시 오는 27일부터 시행되는 중대재해법 대응이다"며 "각 공장과 협업을 위해 회의와 방문 등을 통해 중대재해처벌법 대응 액션플랜 수립을 진행 중이고 현장 점검, 지도 및 소통을 강화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반면, 대응 체계를 마련하고 현장 교육을 강화한다고 하더라도 근본적으로 법안의 '모호성'과 사업주에 대한 처벌 수위가 과중하다는 지적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상황이다.

특히 중소기업의 경우 코로나19 장기화로 인한 악재 속에서 안전보건관리체계 구축에 인력 부족과 비용 문제로 골머리를 앓고 있다. 최근 중소기업중앙회가 50인 이상 중소제조기업 322개사를 대상으로 한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50인 이상 중소제조업체의 53.7%가 시행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한 것으로 나타났다. '의무이해의 어려움(40.2%)'이 주된 이유였다.

지역 건설협회 관계자는 "협회 차원에서 업체들을 대상으로 대응 메뉴얼을 안내하고 변호사나 고용노동청에서 초빙한 강사진으로 이뤄진 교육을 지속적으로 하고 있지만, 우려가 많다"며 "업체들 입장에서는 안전관리 의무에 따른 비용이나 처벌 기준이 되는 공사 현장 등에 대한 여러가지 개념에 대해 많이 혼란스러워하고 있다"고 했다.

의무주체 및 의무이행방법 등에 대한 불명확성 때문에 법안에 대한 자의적인 해석이 가능하다는 부분도 우려스럽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대표적으로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 주체'의 경우 '사업장과 장소를 지배하는 자'와 '운영하는 자', '관리하는 자'가 모두 다를 경우 누가 예방 의무를 이행해야 하는지도 알기 어렵다는 지적이다.

광주경영자총협회는 지난 19일 중대재해처벌법 준수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기업들을 위해 중대재해처벌법령에 대한 해설과 기업의 안전관리시스템 구축 방안 등을 주요 내용으로 한 '안전경영 가이드북'을 배포하기도 했지만, 현장의 혼란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최근 HDC현대산업개발의 화정동 신축아파트 붕괴사고로 건설 안전 규제 수위를 높여야 한다는 비판 여론이 거세지면서 중대재해법이 보완은커녕, 국민 감정에 따른 '정서법'으로 흘러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사업주나 경영책임자의 책임 범위나 고의, 과실 기준에 따른 모호성과 처벌이 과중하다는 지적도 이어졌다.

중소제조업 중대재해처벌법 준비 실태조사에서는 가장 시급한 입법 보완 필요사항으로 '고의·중과실 없을 경우 처벌 면책 규정 신설'이 74.5%를 차지하며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기도 했다.

광주지역의 한 주택건설업 관계자는 "사실 현장에서 발생하는 대부분의 재해는 현장관리자들이 조금만 더 신경 써주면 충분히 막을 수 있다. 대부분 회사에서 안전관리비를 따로 책정하는데, 예를들어 현장에서 안전용품 납품과 관련해 비리가 있을 경우 안전바를 12개 설치해야 하는 것을 8개만 설치해 사고가 일어나는 것이다"고 말했다.

일반적으로 발생하는 현장사고가 대부분 현장관리자의 태만이나 작업노동자들의 안전수칙 미준수로 인해 일어나는 경우가 크다는 주장이다.

이 관계자는 이어 "중대재해 처벌의 경우 현재 사업주에 대한 처벌에만 집중해 있는데 과연 현장에서의 안전성까지 신경쓴 법안인가 하는 의문점이 든다"고 꼬집었다.

곽지혜 기자 jihye.kwa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