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54-4> "법 제정 취지 복원, 죽음의 악순환 끊어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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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54-4> "법 제정 취지 복원, 죽음의 악순환 끊어야 "
'중대재해처벌법' 개정 준비 정의당 강은미 의원 ||적용범위 축소로 책임자 처벌 수위 대폭 하향 등 보완
  • 입력 : 2022. 01.23(일) 17:21
  • 편집에디터

지난해 강은미 정의당 당시 원내대표가 국회 본회의에서 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안(대안)에 대한 토론을 하고 있다. 공동취재사진

작년 초 제정된 중대재해처벌법이 1년 유예를 거쳐 1월 27일부터 시행됩니다. 중대재해로 가족을 잃은 유가족들이 "다시는 이런 죽음이 생기지 않도록 막아보자"며 죽음을 각오하고 국회 앞에서 함께 단식에 들어갔고, 매서운 여의도 칼바람을 버텨낸 끝에 결국 '중대재해처벌법'이 제정되었습니다.

구의역 김군, 태안화력의 김용균, 평택항의 이선호 등 수많은 노동자의 안타까운 죽음은 시민의 안전과 생명을 외면해온 정치권과 무력한 법제도 때문이었습니다. 중대재해를 예방하기 위한 안전 비용이 중대재해를 수습하고 처리하는 비용보다 적기 때문에 벌어지는 일들이었습니다.

노동하는 시민의 삶은 여전히 불안정하고 위험합니다. 일터가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곳이 아니라 안전하게 노동하는 공간이 되려면, 기업의 책임을 강제하는 제도적 장치가 중요합니다. 이에 중대재해처벌법은 중대재해의 실질적 예방효과를 거두기 위해 안전의무를 다하지 않은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내용을 주되게 담았습니다. 또한 하한형 처벌기준을 만들고 사업 비용과 연동된 법인 처벌과 징벌적 손해배상도 담았습니다.

하지만 제정법은 중대재해기업처벌법제정운동본부와 정의당안에 비해 중대재해의 적용 범위가 축소 내지 제외되었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 등의 처벌 수위 및 법인에 대한 벌금형, 징벌적 손해배상의 범위 등도 대폭 하향되었습니다. 이에 저는 국회 본회의에서 법의 실효성을 문제제기하며 반대토론을 해야만 했습니다.

작년 6월 발생한 광주 학동 철거현장에서 일어난 건물 붕괴사고의 경우, 제정법의 처벌규정에 해당되지 않습니다. 여수에서 현장실습을 하던 중 사망한 고교생 홍군의 사고 역시 시행예정인 중대재해처벌법으로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책임을 묻기 어렵습니다. 제정법의 한계를 지적하는 비판이 쏟아지자 정부는 시행령으로 보완이 가능하다고했지만, 지난 9월 말 예정된 시간표보다 뒤늦게 나온 시행령은 중대재해처벌법의 목적에 부합하지 못했습니다.

법령에 대한 점검을 민간 기관에 위탁하도록 하는 안전의 외주화를 금지하라는 요구도 거부되었고, 2인 1조와 과로사 예방 등 적정인력과 예산확보 의무 명시 등이 충분하게 반영되지 못했습니다. 특히 중대산업재해의 판단 기준이 되는 직업성 질병의 범위에서 과로사의 주된 원인으로 꼽히는 질병들이 빠졌습니다.

이에 법률의 제정 취지를 되살리고, 중대재해처벌법의 실효성을 높이기 위해 지난 1년간 전문가, 학계, 노동계와 꾸준히 의견을 수렴해 최근 개정안을 마련하였습니다.

개정안은 5인 미만 사업장 전면 적용과 50인 이하 사업장의 적용유예 조항을 삭제하여 법 적용의 차별을 없애고, 사업주와 경영책임자의 안전·보건 확보 의무 위반에 따른 처벌은 강화해 책임을 분명히 했습니다. 인과관계 추정 조항을 추가하고, 징벌적 손해배상의 하한을 도입하였습니다. 또한 안전 인허가 등에 대한 공무원 처벌 규정을 복원하여 법률의 실효성을 강화하였습니다.

한국이 선진국 대열에 이르렀다지만 중대재해는 하루가 멀다하고 발생하고 있습니다. 작년 말에는 활선차도 없이 전선 작업을 하던 하청노동자가 고압 전압선에 감전되어 사경을 헤매다 결국 눈을 감았습니다. 새해 벽두부터 광주 서구 아파트 공사장이 무너져 내리는 대규모 붕괴사고가 발생했고, 현장 노동자 한 분이 사망하고 다섯 분이 실종되었습니다. 더욱이 광주는 학동 참사 이후 217일만에 현대산업개발이라는 동일한 시공사의 공사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집으로 살아 돌아가지 못하는 비극의 이면에는 위험을 외주화하고, 이윤추구를 위해 노동자의 안전과 생명까지 희생시키는 기업과 그러한 기업의 책임조차 묻지 못하는 미비한 법 제도가 있었습니다.

정의당은 노동자가 더는 기댈 곳이 없을 때 먼저 손 내밀고 곁을 지켜왔습니다. 중대재해의 위험에서 벗어나 일할 수 있는 노동선진국을 만들어야 할 사명이 우리에게 있습니다. 기업의 탐욕으로 인한 죽음의 악순환을 끊어내려면 중대재해처벌법의 제정 취지를 복원해야 합니다. 정의당이 앞장서서 제대로 된 중재재해처벌법을 만들어 시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안전사회를 실현하겠습니다.

정의당 강은미 국회의원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