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 번째 기록- 동해의 새로운 관측자 점박이물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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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 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 번째 기록- 동해의 새로운 관측자 점박이물범'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2. 03.09(수) 14:52
  • 편집에디터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극지에서 서식하고 있는 펭귄이나 물범의 귀여운 사진을 한 번쯤은 본 경험이 있을 것이다. 잘 알려져 있다시피 극지에는 펭귄과 물범을 포함하여 많은 종의 해양포유류들이 서식하고 있다. 특히, 이들은 극한 환경 속에서도 먹이 활동과 번식 등을 위해 남극 대륙과 해양을 자유자재로 이동하고 최대 2000m 수심까지도 다이빙을 할 수 있기 때문에 잠재적 해양 관측자라고도 볼 수 있다. 실제로 2000년대 들어 이러한 해양포유류의 잠재력을 활용한 해양 관측 방식이 개발되면서, 이 방식을 활용한 해양포유류의 생태 및 극지 해양 환경 변화 모니터링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해양포유류를 활용한 해양 관측은 해양포유류의 몸이나 머리에 위치, 수심, 해수 특성(수온·염분 등) 등을 측정할 수 있는 소형의 장비를 부착(tagging)하여 이들 정보를 획득하는 것을 의미한다.

해양포유류를 활용한 해양 관측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장비를 부착함으로써 해양 환경을 6개월에서 길게는 1년 동안 준 실시간으로 관측할 수 있다는 큰 장점이 있다. 그래서 관측용 선박 등을 활용한 전통적인 해양 관측 방식과 값비싼 무인 장비를 활용한 해양 관측 방식의 단점을 일부 보완하는 차원으로 극지에서 활발히 활용되고 있다. 실제로 이를 통해 그동안의 관측으로는 밝혀지지 않았던 다양한 극지 해양의 현상들이 새롭게 확인되었고, 최근 기후 변화 영향으로 해양 생태계가 어떠한 변화를 보이고 있는 지도 확인할 수 있었다. 물론, 장비를 부착하는 과정과 장비를 부착한 상태로 활동하는 동안에 해양포유류가 다양한 종류의 스트레스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연구진들은 이를 최소화하기 위한 부착 방법 개발에도 추가적인 노력을 쏟고 있다.

지난달 17일 우리나라 백령도에서 새끼 점박이물범이 발견되었다는 뉴스가 보도되었다. 발견 당시 새끼 점박이물범이 죽어 있는 상태였다는 것이 매우 안타까웠지만, 국내에서 점박이물범 발견 소식을 다시금 들을 수 있어 한편으로는 매우 반가웠다. 이처럼 한반도 주변 해양에는 점박이물범이 서식하고 있으며, 특히 러시아 블라디보스톡 연안에 상대적으로 많이 서식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해양 환경 오염의 심화, 관광지 개발과 어민들의 어류 남획 등으로 먹이 부족 현상이 지속되면서 최근 개체 수가 급감해 우리나라에서는 점박이물범을 멸종 위기에 처해있는 '천연기념물'로 분류하고 있다.

동해는 대양과 유사한 해양 순환 특성을 보여 연구자들에게는 일명 '작은 대양'으로 불리며 관측의 중요성이 강조되는 곳이다. 하지만 동해를 둘러싼 동북아시아 국가들 간의 지정학적 이해관계로 인해 관측 선박을 활용한 해양 관측 시도가 매우 제한적으로 이루어져 새로운 해양 모니터링 방식 도입에 대한 필요성이 지속적으로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러시아 연안에 서식하고 있는 점박이물범을 활용한 관측이 동해 환경 모니터링에 매우 효과적일 것으로 예상하고, 모니터링 결과를 통해 동해 환경 변화에 따른 점박이물범 생태 연구가 가능해짐으로써 궁극적으로는 점박이물범 보호를 위한 대응책 마련에 큰 도움이 될 것으로 판단하였다.

이에 필자는 최근 진행된 제15차 한-러 환경협력 공동위원회(외교부 주관)에서 러시아의 태평양 해양 연구소(Pacfic Oceanological Institute·POI)와 공동으로 '기후변화에 따른 물범 반응 연구' 프로젝트를 제안하고, 해당 프로젝트를 통해 양국 연구자들이 동해 북부 해양환경 및 물범 행동 반응 모니터링을 함께 수행하기로 합의하였다. 코로나19 영향으로 불확실성이 큰 상황이지만, 국내에서 점박이물범을 활용한 해양 환경 관측이 처음 시도되고 또 천연기념물을 관측에 활용하는 만큼 철저한 준비를 통해 올해 5월부터 본격적인 점박이물범 활용 모니터링을 수행할 계획이다. 점박이물범 활용 관측을 통해 한반도 주변 해양에 서식하는 점박이물범의 보호와 기후변화 위기 대응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다 잡을 수 있도록 동해의 새로운 관측자인 점박이물범에 많이 관심과 응원을 보내주시길 바란다.

점박이물범. 뉴시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