꿀벌 실종 후폭풍… 딸기·수박 과수 농가 '비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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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꿀벌 실종 후폭풍… 딸기·수박 과수 농가 '비상'
담양 딸기농장 가보니 ||농가 “올해 수정 불량품 증가” ||벌 한 군에 25만원까지 올라||“벌 의존도 높아 여파 이어져”
  • 입력 : 2022. 04.06(수) 17:24
  • 도선인 기자

담양 금성면에서 11년째 딸기 농가를 운영하는 이은선씨가 수정 불량으로 찌그러진 딸기를 보여주고 있다.

"올해처럼 수정 불량 딸기가 많이 나온 적은 처음인 거 같아요. 딸기는 벌 수정이 필수적인데, 하우스에 벌을 넣어도 자꾸 사라집니다."

6일 담양 금성면에서 만난 11년째 딸기 농가를 운영하는 이은선 씨는 찌그러진 딸기를 보여주며 연신 한숨을 쉬었다. 이씨가 보여준 딸기 모양은 울퉁불퉁했고 수정이 제대로 안 돼 꽃의 수술도 까맣게 변해 있었다.

이씨는 "3~4년 전부터 하우스에 넣어 놓은 벌들의 활동성이 약해지더니 결국 올해 이 사달이 났다"며 "꽃가루받이를 잘 못 해 수확량이 줄고 모양도 상품성이 없다. 이상기온이다, 환경오염 때문이다 등의 말은 많은데, 원인을 알 수 없으니 농가 입장에서 답답하다"고 말했다.

특히 딸기는 다른 과일 품목과 다르게 '벌에 의한 꽃가루받이' 과정이 필수적이다 보니, 최근 전국에 걸쳐 발생한 꿀벌 실종 현상에 딸기 농가도 역시 초비상이다.

여기에 지난해 9월 이상기온과 병해충 유행으로 생육 불량을 겪은 바 있어 농가들은 그야말로 '이중고'에 허덕이고 있다.

담양에서 또 다른 딸기 농가를 운영하는 강희수 씨도 "보통 하우스 한 동에 벌 한 군을 넣으면 충분한데, 지난해부터 갑자기 벌이 고사하거나 사라졌다. 농가들도 황당했다"며 "벌 한 군에 12만원 하던 가격도 지금 25만원까지 올랐다"고 토로했다.

이어 "딸기는 다른 과일과 다르게 사람이 붓으로 꽃가루받이 작업을 할 수 없다. 인건비가 안 된다"며 "딸기 농가야말로 벌 실종 현상 타격이 가장 클 것이다"고 말했다.

담양 금성면에서 11년째 딸기 농가를 운영하는 이은선씨가 수정 불량으로 과실이 열리지 않고 까맣게 변한 꽃의 수술을 보여주고 있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이날 기준 딸기 '상품' 2kg 평균 도매 가격은 1만8320원이다. 1년 전 도매 가격 1만3400원과 비교해 30%가량 급등한 셈이다.

4월 수정과정을 끝내야 하는 수박 농가들도 벌을 구하지 못해 발만 동동 구르고 있다.

구례에서 수박 농사를 짓는 김영현 씨는 "일주일 뒤에 벌 꽃가루받이를 시작해야 하는데 하우스 10개 동 중 2개 동에 해당하는 양밖에 못 구했다"며 "계약한 양봉업자들도 벌이 없다고 연락을 해왔다. 공급량이 없다 보니깐, 수박 농가들 타격이 크다"고 말했다.

농촌진흥청이 3월 발표한 '전국 양봉농가 월동 꿀벌 피해 민관 합동조사 결과'에 따르면, 최근 전국에 걸쳐 꿀벌 폐사가 발생했으며 꿀벌응애류, 말벌류에 의한 폐사와 이상기상 등이 원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꿀벌을 대체할 수 없는 과수농가까지 타격을 받으면서 과일값 폭등으로 이어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구희연 전남도 농업기술원 곤충잠업연구소 팀장은 "가장 큰 원인은 이상 기후인데, 벌들이 따뜻해진 겨울 날씨에 꿀 채취 활동에 나섰고 짧았던 월동기만큼 면역력이 낮아져 금방 폐사한 것 같다"며 "수박이나 딸기 등의 과수농가들은 꿀벌 의존도가 높다. 인력으로 일일이 꽃가루받이 과정을 거칠 수도 없고 바람 등에 의한 수정은 상품 가치도 크게 떨어진다. 꿀벌 실종 여파가 당분간 농가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