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타적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한 번째 기록- 학부생 시절 선상에서의 경험을 기억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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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타적유전자·윤승태> 해양학자의 환경일기 '열한 번째 기록- 학부생 시절 선상에서의 경험을 기억하며'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 입력 : 2022. 04.13(수) 14:02
  • 편집에디터

경상북도 울릉군 독도의 모습. 뉴시스

코로나19와 함께했던 긴 겨울이 또 한 번 지나고 다시 새로운 봄이 찾아왔다. 벚꽃이 흐드러지게 핀 캠퍼스에도 학생들의 활기가 느껴지는 요즘이다. 다시 봄을 맞이하니 작년 이맘때쯤 경북대학교 조교수로 임용되어 첫 환경일기를 쓰던 기억이 난다. 벌써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 열한 번째 환경일기를 쓰고 있지만, 첫 칼럼의 주제 선정을 위해 고심했던 기억과 본보를 통해 첫 칼럼이 소개되었을 때의 기쁨은 필자의 머리 속에 여전히 생생하게 남아있다. 확실히 첫 번째 경험은 특별하고 또 소중한 기억인 것 같다.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해양학 분야에 몸담으며 여러 가지 일들을 경험했지만, 그중에서도 생애 처음으로 해양 관측용 선박에 승선하여 해양 관측을 직접 수행했던 경험이 매우 뜻깊은 기억으로 남아있다. 필자가 대학교 4학년이던 시절 운이 좋게도 해양 관측용 선박을 직접 승선하여 해양 관측 실습을 할 수 있는 '해양선상실습' 강의가 개설되어 이를 수강하게 되었는데, 물리 해양학에는 관심이 있었지만 직접 관측 선박을 타본 경험이 없어 진로 결정을 고민하던 필자에게 이 강의는 매우 귀중한 기회를 제공해주었다.

'해양선상실습' 강의는 수강생들이 약 1주일의 기간 동안 대학원생, 교수 등 연구진과 함께 해양 관측용 선박에 직접 승선하여 해양 관측 장비 실습과 다양한 해양 관측 방법을 배우는 형태로 진행되었다. 글과 그림으로만 접해왔던 여러 해양 관측 장비를 직접 다뤄보고 연구진들의 열정적인 현장 관측 모습을 보면서, 해양 관측의 매력에 매료되었고, 이 경험을 통해 해양 관측 분야 전문가가 되고 싶다는 꿈도 가지게 되었다. 이후로 총 15회 이상의 현장 관측에 참여하여 해양 관측 전문가로서 경험과 노하우도 쌓고 교수라는 직업도 가지게 되었으니 '해양선상실습' 강의가 필자의 인생에 미친 영향은 매우 컸다고 할 수 있겠다.

이러한 경험이 있다 보니, 교수가 되고 나서 다른 무엇보다도 학생들에게 가르쳐주고 또 경험시켜 주고 싶었던 것이 바로 선상 실습이었다. 백문(百聞)이 불여일견(不如一見)라는 말처럼, 해양 공부에 관심이 있는 학생들이 해양에 직접 나가 해양을 보고 듣고 느낄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해양 관측에 대한 실질적 관심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현재 본교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서는 해양 관측용 선박을 보유하고 있지 않을뿐더러 학부생들의 선상 실습을 위해 별도의 해양 관측용 선박을 섭외하는 것도 녹록치 않은 일이라, 여전히 선상실습 강의를 대부분 선박이 아닌 강의실에서 진행하고 있는 것이 국내 해양학과들의 현실이다. 필자가 선상 실습을 수강할 당시보다 10년이 넘는 세월이 지났지만 여전히 학부생들을 위한 선상 체험 기회가 부족하고 소수의 몇몇 학생들만이 선상 경험을 가질 수 있는 상황이라는 것이 매우 안타까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앞선 칼럼들에서도 언급했듯이, 해양은 기후변화에 따른 지구의 반응을 살펴보는데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로 기후변화 영향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해양 변화 모니터링이 요구된다. 실제로 요즘 해양 관측 전문가를 채용하고자 하는 학교나 기관들이 많아졌으며 앞으로도 해양 관측 전문가에 대한 수요는 계속해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앞으로 해양 관측 전문가 양성을 위한 적극적 투자와 노력을 기울이지 않는다면 기후변화 관련 국내 연구진의 경쟁력 약화는 불 보듯 뻔한 일이다. 따라서 대학에서 젊은 학생들에게 양질의 해양학 관련 강의와 가능한 많은 선상 실습 경험을 제공해 줄 수 있도록 강의 환경 개선 및 해양 관측용 선박 건조 등의 투자가 정부 및 산·학·연 차원에서 활발히 이루어질 필요가 있다. 향후 본인의 선상 실습 경험을 추억하며 해양 관측 분야가 많은 발전을 이루었음을 축하하는 사례가 많아지길 기대해본다.

윤승태 경북대학교 지구시스템과학부 해양학전공 조교수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