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전남 뭉쳐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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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광주·전남 뭉쳐야 산다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2. 04.21(목) 13:14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울릉도에는 없는 게 3가지 있다고 한다. 공해와 뱀, 도둑이다. 여기에 한 가지가 더 있다. 군과 의회에 더불어민주당이 없다. 무소속 기초의원 1명을 빼면, 군수와 지방의원 모두 국민의힘 소속이다. 보수 성향이 강한 지역이다 보니, 오랜동안 국민의힘의 '안방'이 되어왔다. 반대로 광주와 전남은 국민의힘 소속 단체장과 지방의원이 없다. 시도와 지방의회의 안주인은 파란색의 더불어민주당 일색이다. 풀뿌리 지방자치에 견제와 균형이 사라지면 기득권층은 더 공고해지고, 위기가 온다. 일당 독식의 위험성이다. 광주·전남의 위기는 '정치적 섬'이 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대통령선거가 보수와 진보진영의 극한 대결구도로 치러지다 보니, 원치 않아도 겪게되는 상황이 반복된다. 그래서 대선때 마다 결과에 따라 울고 웃는다. 지난 20대 대선 역시 '도돌이표'다. 민주당(이재명 후보)에 광주 84.82%, 전남 86.10%의 몰표를 줬다. 압도적인 지지에도, 민주당은 무능했고, 5년만에 보수진영에 정권을 내줬다.

호남 소외, 홀대는 눈앞의 엄혹한 현실로 다가왔다. 윤석열 정부 초대 내각 인선은 대단히 실망스럽다. 18개 부처에 지역출신이 단 한 명도 없다.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에선 국무총리 등 4명이 포진했었다. '정치적 섬'이 되어버린 것인가. '진영선거'가 낳은 악순환이라고 다독여보지만 몹시 씁쓸하다. 국민통합을 내세운 새 정부라는데, 이런 식의 인사는 진영간 대결논리만 키워 정치 양극화를 심화시킬 뿐이다. 이 지역 출신이라고 전문성과 능력이 없는 것은 아닐텐데 말이다.

그렇다고, 광주·전남 배제 인사만 따질 때는 아니다. 지역정치권이 손 놓고 있을 상황은 아니라는 얘기다. 앞으로 5년, 새 정부와 함께 가야한다. 정교하고 촘촘하게 지역의 발전 청사진을 만들어 당당하게 요구해야 한다. 호남 정치권과 지방자치단체, 시민사회의 응집력이 어느 때보다 절실해 보인다. 문재인 정부에서 결정된 지역의 주요 계속사업들과 새 정부에서 첫 삽을 뜰 신규사업을 챙겨야 한다. 부산·울산·경남의 메가시티는 좋은 사례다. '부울경 메가시티'는 문재인 정부에서 초석을 다져 새 정부 사업으로 이어졌다. 지난 19일에는 전국 최초의 특별지방자치단체인 '부울경 특별연합'이 설치됐다. 특별연합은 275조원인 지역내총생산 규모를 491조원으로 키우고, 인구를 1000만명으로 늘릴 계획이다. 지역 정치권이 초당적으로 나서 법과 제도로 뒷받침한 결과다. 대통령직인수위에는 '2030 부산엑스포 유치 태스크포스'가 구성됐다. 새 정부에서 엑스포 개최 예정지인 북항 랜드마크 개발과 2029년 가덕도신공항 완공은 더 속도를 낼 것이다. 메가시티 청사진이 이런 대규모 사업들을 가능케했다. 대전과 세종, 충북, 충남도 충청권 메가시티를 가시화하고 있다. 메가시티는 수도권 일극체제에 대응하는 경제공동체다. 지방소멸 위기를 돌파할 수 있는 현실적 대안이다. 부울경과 충청권만의 청사진이 아니다. 다른 지역에서 메가시티들이 속속 만들어지고, 국가 예산을 빨아들이는 블랙홀이 되면, 광주·전남은 닭 쫓던 개 신세로 전락할지 모른다.

100년 미래를 담을 '그랜드 디자인'을 만들어야 한다고 본다. 광주 따로(인공지능 대표도시), 전남 따로(신재생에너지) 사업을 넘어, 광주와 전남을 아우르는 청사진이 필요하다. 그런 점에서 광주 군공항 이전은 하루빨리 매듭지어야 한다. 6·1지방선거에서 광주시장과 전남지사 후보가 지역민에게 약속해야 한다. 환황해권시대, 대중국 전진기지를 만들려면 국제적인 관문공항이 있어야 한다. 서남권의 거점공항은 무안공항 뿐이다. 행정 통합을 넘어 궁극적으로 시도 통합의 길을 가야한다. 세계 100대 기업에 들어가는 한국전력을 나주혁신도시에 유치할수 있었던 것도 광주와 전남이 '한배'를 탔기에 가능했다. 전북까지 묶으면 좋겠지만, 어렵다면 광주·전남만이라도 메가시티급 도시를 그려내야 한다. 법적인 뒷받침은 다수당인 지역 정치권의 몫이다. 그래야만 어느 정권이 들어서도 흔들지 못한다. 광주·전남 메가시티는 문화 도시를 추구했으면 좋겠다. 세계수준의 문화자산이 있어서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과 아시아 최대규모의 현대미술축제인 광주비엔날레는 우리만 가지고 있는 '문화무기'이다. 두 기관이 시너지를 낸다면 세계적인 '킬러 콘텐츠'를 만들어낼 수 있다.

우리에겐 차별화된 자산이 하나 더 있다. 전국에 흩어져 사는 수백만의 향우다. 1960년대 이후 급속한 산업화와 불균형 발전 속에서 먹고살기 위해 고향을 떠난 이들이다. 세계 각지에 살고있는 유대인의 '디아스포라'와 같은 전국 조직인 셈이다. 정치인들이 두려워하는 힘이다. 새 정부에서 광주·전남의 발전은 타 지역과 연계돼야 지속가능하다고 본다. 영·호남 공동사업이 그 것이다. 광주 대구 달빛내륙철도, 섬진강 영호남 복합형 환승공원, 여수 남해 해저터널 등에 목소리를 내야한다. 낙후한 비수도권은 나홀로 못산다. 이젠 뭉쳐야 산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