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보도 속 '본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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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자살보도 속 '본질'
김혜인 사회부 기자
  • 입력 : 2022. 07.12(화) 17:12
  • 김혜인 기자
지난달 완도에서 일어난 실종가족의 사망사건을 취재했다. 여러 매체에서 CCTV영상, 검색기록, 집에 쌓인 독촉장 등 각종 죽음의 배경을 추측해낼 만한 단서들이 화제가 됐다. 이로 인해 잠정적으로 생활고를 비관한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으로 결론이 내려졌다.

자녀의 의지와 상관없이 죽음을 몰고간 부모 두 사람은 비판받아 마땅하다. 그런 차원에서 범죄의 의미가 지워질 수 있는 '동반자살'이라는 표현은 사라지고 '범죄' 성질을 드러내는 새로운 이름 '자녀 살해 후 극단적 선택'이 정착되기도 했다.

그러나 범죄자란 이유가 죽음의 모든 이면들이 알려져야 한다는 합리적인 명분이 될 수 있을까. 무슨 차를 얼마에 타고 다녔고, 가상화폐에 얼마를 투자했고, 수면제를 언제 처방받았으며, 카드빚은 얼마였는지 많은 정황들이 언론에 노출됐다.

단서들이 하나 둘씩 나오며 관련 기사를 쓸 때마다 고민이 커졌다. 특히 취재를 이어가던 중 그들이 인터넷에 무엇을 검색했는지 알게됐을 때 마음이 무거워졌다. '어떻게 그런 생각을 했을까'라는 인간적인 감정보다 '어떻게 무엇을 전달해야할까'라는 고심이 앞섰다. 그래서 선배 혹은 데스크에게 묻고 또 물어보며 검색어 노출에 대해 치열하게 고민하기도 했다. 그렇게 선정적 내용을 줄이고 굵직한 진실만을 써내려가며 고인의 인격과 유가족의 사생활을 지켜가는 기자로서의 사명을 배워갔다.

또한 크고 작은 단서 발견에 주력하기보다 이들이 사회에서 외면당하며 사각지대에 놓여있던 건 아니었을지를 살펴봤다. 그래서 자영업자로 지난해 폐업했다는 아버지의 과거가 보도되는 동안 광주 내에서 코로나19로 폐업한 자영업자들의 수가 얼마나 많은지를 파악했고, 1억이 넘는 빚을 갖고있었다는 일가족의 경제상황이 각종 기사제목으로 나오는 동안 채무로 인해 많은 부담을 안고 살아가는 이들을 구제할 수 있는 방안이 있는지 등을 검토했다.

사고사의 가능성이나 발견되지 않은 아버지의 휴대폰 등등 아직도 궁금한 게 많고 풀리지 않는 의문들이 있다. 그러나 본질은 잊어서는 안된다. 결국 이 사건을 통해 우리 사회가 고쳐나가야 할 문제점을 지적하는게 언론의 역할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되고 주식 시장이 폭락하고 물가가 오르는 등 먹고 살기 힘든 현대 사회에서 언론이 줄 수 있는 희망의 메시지는 '수면제'나 '루나코인'이 아닌 '본질'이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