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직원의 발 빠른 대처… 한 생명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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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마트 직원의 발 빠른 대처… 한 생명 살렸다
마트서 극단선택 목적으로 번개탄, 술 구매||이상한 낌새 느낀 마트 직원 지구대 신고||신고 30분 만에 출동… 자살예방센터 인계||관내 극단선택 10% 이상 일산화탄소 중독
  • 입력 : 2022. 07.13(수) 17:56
  • 도선인 기자
지난 9일 오전 3시10분께 북구 양산동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번개탄, 청테이프, 술을 구입하는 손님의 모습을 보고 점원이 이상한 낌새를 느끼고 경찰에 신고했다.
마트 직원의 '타인에 대한 관심'과 경찰·관계기관의 발 빠른 대처 덕에 소중한 목숨을 건지는 훈훈한 일이 발생했다. 마트에서 번개탄과 술을 구매하는 손님의 모습에 이상함을 느낀 직원의 발 빠른 신고가 관건이었다.

13일 광주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A씨는 극단적 선택을 결심하고 지난 9일 오전 3시10분께 북구 양산동의 한 식자재마트에서 번개탄, 청테이프, 술을 구입했다. 당시 매대에서 계산업무 중이었던 점원 B씨는 A씨의 물건을 계산하면서 마트 자체적으로 진행한 '극단선택 예방 교육'의 내용을 떠올리고는 구매목록에 의구심을 느꼈다.

이후 점원 B씨는 곧바로 마트를 나서는 손님 A씨를 따라 나가 붙잡았다. B씨는 이야기를 하자며 A씨를 설득했고 담당 지구대에 신고했다. 다른 직원들 역시 경찰이 올 때까지 A씨를 마트 사무실에 머물게 했다.

해당 식자재마트에 근무하고 있는 조영두 팀장은 "손님이 물건을 구매하고 나서 건물을 나갈 때까지 유심히 관찰했는데, 신호등에 서서 울고 있었다"며 "직원이 경찰 관계자들이 올 때까지 위로와 설득을 하면서 이야기를 들어줬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해당 마트는 평소 직원대상 위기대처교육(번개탄, 위험 물품 구입 등 어려움이 예상되는 상황, 손님을 유심히 살펴 도움 제공)을 진행하고 있었다. 조 팀장은 "간혹 구매목록을 보고 아찔한 경우가 있다. 직원 대상으로 마트 자체적으로 관련 교육을 했는데, 이번에 그 효과를 톡톡이 본 것 같다"고 말했다.

신고가 들어온 후 30분 내로 현장에 출동한 건국지구대 소속 경찰들은 A씨와 상담을 통해 가족이 있는 자택으로 인계했다. 광주자살예방센터도 A씨 대상으로 상담 프로그램을 연계하는 등 사례 관리를 지속하겠다는 입장이다.

극단선택 사망자의 수단 유형 중 일산화탄소 중독의 경우 전체 10%이상을 차지한다.

광주자살예방센터에 따르면, 2020년 광주에서 발생한 일산화탄소에 의한 극단선택 유형은 13%로 나타났다.

유승형 광주시 정신건강복지센터장은 "지역에서 번개탄을 판매하는 가게 대상으로 일산화탄소 중독에 의한 극단선택 가능성을 알려야 한다"며 "극단선택을 막는 것은 결국 이웃들의 관심이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생명존중희망재단과 광주자살예방센터, 5개구 기초정신건강복지센터는 2018년부터 마트·숙박업소 대상으로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예방사업을 벌이고 있다. 또 마트·숙박업소 등을 상대로 생명사랑실천가게 캠페인을 펼치고 있다.

특히 '생명사랑실천가게'에 선정되면, 일산화탄소 중독 자살사망의 위험성을 알리는 활동을 하는데, 숯, 번개탄 등의 안전한 보관·판매, 그리고 구입자 발견 후 도움안내 등의 업무를 수행하게 된다.

현재 광주시에 115개 번개탄 판매 점포가 생명사랑실천가게로 위촉·관리되고 있다.

※ 우울감 등 말하기 어려운 고민이 있거나 주변에 이런 어려움을 겪는 가족·지인이 있을 경우 자살 예방 핫라인(1577-0199), 희망의 전화(129), 생명의 전화(1588-9191), 청소년 전화(1388) 등에서 24시간 전문가의 상담을 받을 수 있습니다.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