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사특집> "고향 떠나는 건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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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창사특집> "고향 떠나는 건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죠"
● 어쩔 수 없이 떠나는 ‘MZ세대’||수도권 이주 가장 큰 이유는 ‘구직’||‘광주청년’ 삶의 만족도 매우 낮아||근로시간·고용 안정성 확보 필요||“다양한 업종 종사자 안전망 강화”
  • 입력 : 2022. 07.18(월) 17:30
  • 김혜인 기자

지난 15일 청년유니온과 창작그룹MOIZ가 주최한 '광주를 떠나 상상하기' 탈지역 수다회에서 청년들이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청년유니온 제공

청년 유출은 곧 지방소멸로 이어진다. 청년인구 유출은 지역의 인구감소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지역이 'MZ세대'를 잡아야 하는 이유다.

광주시가 2021년 발표한 '청년통계'에 따르면, 광주에서 타 시·도로 전출한 청년은 3만8863명이지만, 타 시·도에서 광주로 전입한 청년은 3만5546명으로 나타났다. 광주에 오는 청년보다 광주를 떠나는 청년이 3317명 더 많다는 얘기다.

해마다 광주의 청년인구 비율도 감소 추세다. 2010년 32.4%였던 광주시 청년인구 비율은 2020년 28.6%로 감소했다. 2010년 대비 광주시 전체 인구가 0.3% 감소할 때, 청년인구는 12.1%나 급속하게 감소했다. 이들은 왜 광주를 떠났을까?

● "더 나은 일자리 찾아 광주 떠나"

청년들이 광주를 떠나는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가 없기 때문이다. 이는 각종 지표로도 나타난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지난 7일 제5회 서울인구심포지엄에서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체 취업자 중 청년층 비중은 1990년 27.8%에서 2020년 14.8%로 감소해 상황이 악화됐다.

반면 청년층 취업자의 수도권 비중은 1990년 52.8%에서 2020년 55.5%로 늘었다. 전체 청년취업률이 감소할 때 수도권 청년취업률은 오히려 증가했다. 청년들이 구직을 위해 대거 수도권으로 몰리고 있다는 얘기다. 청년고용률도 비수도권의 경우 39.3%지만, 수도권은 44.9%나 됐다.

실제 광주청년유니온이 지난 15일 창작그룹 MOIZ와 함께 탈지역수다회 '광주를 떠나 상상하기'를 열어 청년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 광주를 떠나는 공통된 이유는 △일자리 △임금 △경제적 여유였다.

김다정 광주청년유니온 위원장은 "양질의 일자리를 찾고 싶다는 청년들의 이야기가 주로 나왔다"며 "광주보다는 수도권에서 더 좋은 조건의 일자리를 찾고 싶다는 의견이 자주 언급됐다. 각기 다양한 상황에 처해있지만 모두 경제적 여유만 갖춰진다면 서울로 가고 싶다는 게 지배적이었다"고 말했다.

광주 MZ세대도 공감하는 이야기다. 광주 광산구에 사는 김모(26)씨는 "아르바이트 노동환경조차 광주는 뒤쳐진다. 특히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최저임금에 한참 못미치는 시급 6500원을 받고 한 적도 있다"며 "광주는 보통 편의점이나 독서실 아르바이트에 대해 최저임금보다 훨씬 아래로 주더라"고 말했다.

광주에서 경제활동을 하는 이모(28·여) 씨는 "고등학교 졸업과 함께 수도권으로 대학을 갔다. 광주에서 세분화된 학과도 부족하고 양질의 교육 콘텐츠를 담보할 수 없겠다고 생각했다"며 "졸업 이후에도 출판업계에 취직하고 싶었지만 광주에서 관련 업계를 찾기 힘들어 선택지가 다양한 서울에서 일자리를 구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이어 "하지만 수도권 살이는 청년에게 물가 부담이 크다. 어쩔 수 없이 광주에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가족의 지원 등 버팀목이 없는 청년들에게는 수도권과 비교되는 패배감을 느낄 수 밖에 없다"면서도 "다양한 일자리만 보장된다면, 청년들이 떠나는 도시가 아닌 머물고 싶은 광주가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불안정한 고용환경과 적은 선택지는 낮은 삶에 대한 만족도로 이어졌다. 2020년 광주에서 청년 사망원인 1위는 극단선택으로 그 비율이 41.1%에 달했다. 삶에 대한 만족감 또한 10점 만점에서 6.5점으로 나타났다. 기초생활보장 수급 청년 또한 2018년 1만1743에서 2020년 1만3841명으로 증가했다.

전문가들 역시 MZ세대의 탈지역 현상의 주된 원인으로 취업 기회의 차이를 꼽았다. 이밖에도 광주 탈출의 주된 이유로 지역 간 산업구조의 차이, 고등교육기관의 불균형 등이 지목되고 있다.

임형섭 광주전남연구원 연구위원은 "청년인력의 지역 외 유출은 지역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며 "특히 인구의 감소를 유발함과 동시에 지역의 소비, 생산의 주체로서 활동이 감소해 지역경제 축소에 영향을 미친다. 지역 인적자본 축적, 지역의 성장력 및 발전 잠재력을 약화시킬 우려도 있다. 이런 환경에 영향을 받아 새로운 청년세대는 다시 수도권으로 향하는 악순화 고리가 계속될 수 밖에 없다"고 밝혔다.

임 위원은 이어 "지역산업을 육성시키며 좋은 일자리를 확대하는 것이 관건"이라며 "공공기관 청년인력 취업을 늘리고 지역 내 상대적 고임금 산업을 확대하거나 중소기업의 초임임금을 상승시키는 등 지역 임금수준을 끌어올려야 한다. 고용의 질적 환경도 개선되고 다양한 선택지와 기회를 제공해야한다. 특히 근로시간, 고용 안정성 등 질적인 위기에서 벗어나야 한다"고 덧붙였다.

광주시 홍보영상 '광주에서 희망을 꿈꾸다! GGM취업생 편'의 썸네일. 광주시 제공

● "지역 노동조건 개선 서둘러야"

광주시는 광주글로벌모터스(GGM) 공장을 통해 노사 상생 일자리인 '광주형 일자리'를 만들었다. 이는 광주시가 지역 일자리를 늘리기 위해 고안한 사업으로 기존 완성차업체 절반 수준의 임금을 지급하는 대신 상대적으로 낮은 임금은 정부와 지방자치단체가 복리·후생 비용 지원을 통해 보전한다는 일자리 창출 사업이다.

GGM은 우여곡절 끝에 첫발을 디뎠지만, 현실은 저임금과 고강도의 노동환경, 부실한 복지제도가 지적되면서 노사와 지자체 간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특히 정부와 광주시가 약속했던 사회적 임금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노사 상생안에 따르면, GGM은 평균연봉 3500만원에 주거·교육·의료비 지원을 약속한 사회적 임금을 지원하기로 했지만, 현재 주 44시간 근로 기준 신입 연봉은 3000만원도 채 되지 않고 출범 당시 지원하겠다고 한 사회적 임금도 제대로 시행되지 못한 상황이다.

광주 청년단체들 또한 임금 등 노동조건 개선은 중요한 문제라고 언급한다. 지난 5월 발표된 광주시 청년정책 미래의제에 따르면, 청년단체들은 노동·일자리 분야에서 △공공부문 5% 청년의무고용 △광주형 일자리보장제 도입 등을 제안했다. 노동환경에 대해서는 청년노동자 권익을 위해 △청년프리랜서 보호 조례 △직장 내 괴롭힘 방지 조례 △임금체불 긴급 지원제도 등이 필요하다고 봤다.

청년단체 측은 "기술 발달로 노동의 형태가 다양해지고 있다. 특히 광주에서만 프리랜서 청년 노동자가 1만2000명 정도다. 광주에서 노동환경이 다양해지는 것을 담보하기 위해서는 다양한 업종의 노동자를 보호할 수 있는 안전망이 강화돼야 한다"며 "광주형 일자리보장제를 통해 양질의 일자리가 수도권에 집중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