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으로 그린 산수'… 허백련의 '이상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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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마음으로 그린 산수'… 허백련의 '이상경'
의재미술관 두번째 소장품전||이달부터 12월23일까지 전시||의재·제자들 작품 30점 선봬||최덕인 '사생·여정'展도 열려
  • 입력 : 2022. 09.06(화) 16:11
  • 최권범 기자

의재 허백련 '풍년을 고대하며'

남종화의 거장 의재 허백련과 그의 제자들이 그린 산수화 작품들을 만나볼 수 있는 전시가 마련됐다.

광주 동구에 위치한 의재미술관은 지난 3월부터 열렸던 화조화(花鳥畵) 소장품전 '꽃과 새가 어울린 자리'에 이어 이달부터 오는 12월 23일까지 두 번째 소장품전 '마음으로 그린 산수(山水)'를 개최한다.

이번 전시에는 의재 허백련과 그의 제자들이 그린 산수화 작품 중 엄선된 30점이 모습을 선보인다. 20세기 격변의 시기에 남종문인화라는 전통화법과 산수 정신을 계승하고자 했던 의재 허백련의 산수 작품이 펼쳐지고, 근대식 교육을 받고 새 시대를 겪은 제자들의 작품이 변주를 이룬다.

허백련은 의재, 의재산인, 의도인 시기를 거치면서 전통화법의 두터운 숙련을 바탕으로 그림에 대한 안목과 학문적 깊이를 더해 자신의 독자적 세계를 이뤘다. 그 같은 허백련 예술정신의 진화를 음미하면서 의재의 친동생 목재 허행면의 개성적 면모와 요절한 후 천재성이 드러난 성관 허정두 등 제자들의 작품을 감상하는 것은 큰 즐거움이다.

전시 제목 '마음으로 그린 산수'는 동양 산수화의 요점을 차용한 것이다. 동양의 산수화는 흔히 '이상경(理想景)'이라고 한다. 눈앞에 펼쳐지는 풍광을 똑같게 그리기보다는 산수를 우주의 축소판으로 보아 머물고 싶은 각자의 '소우주(小宇宙)'를 화폭에 담아내기 때문이다. 그러다 보니 익숙한 산, 물, 동네 모습은 같지만 어느 곳과도 똑같이 닮지 않았으며 현실에는 존재하지 않는 집과 인물이 등장하기도 한다.

화가들은 산수를 그리며 웅장하고 변화무쌍하면서도 온갖 생명체가 살아 숨 쉬는 위대한 자연에 대한 그들의 흠모를 표현했다. 그들의 소우주가 담긴 산수화를 들여다보며 화가가 바라보던 이상경을 마음에 그려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기회다.

한편 같은 기간 의재미술관의 특별 전시실에서는 의재 허백련의 만년 제자 중 한 명인 우헌 최덕인(1944~ )의 '사생·여정'展이 함께 열린다. 최덕인의 산수화와 화조화, 글씨 등 40여 점이다. 최덕인은 부산에서 출생해 성장하다가 16세 때인 1959년 광주로 이주해 의재 허백련 문하에서 가르침을 받았다.

그는 기량이 뛰어나 1964년 국전 입선을 시작으로 국전과 전남도전, 부산미전 등에서 10여 회에 걸쳐 입선과 특선을 했고 성균관대학교 강사를 하면서 학생들을 가르쳤다.

최덕인은 전통 화법을 기본으로 하면서도 특히 발묵의 효과를 살린 대담한 실경 산수화와 화조화를 주로 그렸다. 그의 산수화는 여행을 통한 실경의 사생으로 현장감 있는 풍경을 구사했다. 그는 자연과 물상을 바라보는 특별한 눈과 색채감을 통해 맑은 그림 세계를 견지하고 있으며 글씨에도 자신만의 경지를 이뤘다.

성관 허정두 '여름'

목재 허행면 '강산무진팔폭병풍'

우헌 최덕인 '집으로 가는길'

우헌 최덕인 '어느 계곡'

의재 허백련 '비개인 산사'

우헌 최덕인 '수탉'

최권범 기자 kwonbeom.cho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