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새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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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어느새 가을
노병하 사회부장
  • 입력 : 2022. 08.31(수) 17:01
  • 노병하 기자
노병하 부장
이상하다.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폭염에 찌들어 에어컨을 찾아다녔는데, 아침 출근 길에 점퍼를 빼들었다. 무의식적으로 말이다.

기실, 지난 3월 대선이 끝난 이후로 한동안은 정말 시간이 가지 않았다. 갑자기 타임머신을 탄 듯 대한민국 곳곳이 과거로 회귀하는 분위기였고, 앞 정권과 너무나도 다른 새정권의 모습에 대통령을 찍은 사람도 안찍은 사람도 잠시 말을 잊기도 했었다.

물론 정권이 바뀌면 기대와 실망이 교차한다. 그럼에도 분명 새롭게 들어선 이들은 소신과 신념을 가지고 무엇인가를 추진했을 것이다. 그 중에서는 미처 국민들이나 시민들이 생각하지 못한 것도 있었을 것이다.

이것을 알면서도 찬사보다 불만이 늘어나는 이유는 무엇일까? 대부분 바로 앞 사람이 상당히, 제법, 잘 해냈기 때문이다. 먼저의 리더에게 어느 정도의 만족감과 실망감을 느낀 대중들은 만족감은 그대로 두고 실망감이 치유되길 바란다.

만족감을 유지하려면 색이 비슷해야 한다. 물론 색이 비슷하지 않아도 통합적인 리더라면 가능한 일이지만, 지금은 기대하기 좀 힘들다. 말끝마다 "다 전 정권의 잘못"이라고 말하는 여당 정치인들을 보니 더욱 그러하다.

각설하고 만족감이 유지가 안된다면 실망감이라도 치유돼야 한다. 20대 남성 투표자들이 바라던 진정한 남녀평등(이라고 쓰고 여가부 폐지라고 부른다)은 아직 변화가 없고 집값 하락은 솔직히 이번 정권의 영향이라고 보기 힘들다. 되려 전 정권이 욕은 다 먹고 산화한 바람에 하락에 대한 찬사는 갈 곳을 잃었다.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무엇인가? 검찰 출신들이 요직에 앉고 경찰은 행안부에 포함되고 일제 강제 징용 노동자의 배상은 정부가 나서서 일본에게 유화적인 제스추어를 보인다. 물가는 미친 듯이 치솟고, 실업률은 큰 변화가 없고, 출산률은 떨어졌다.



하여 이런 저런 이유로 답답하고 또 답답해 시간이 가지 않을줄 알았는데…

어느새 가을이 왔다. 그렇다. 누가 뭐래도 가야할 것들은 가고 올 것들은 반드시 온다. 이런 진리를 깨닫지 않는다면, 가야할 것들이 생각보다 빨리 '휭'하고 갈수도 있다는 것 역시 우리는 역사를 통해 알고 있다. 그러니 조급해하지 말고 안달해하지 말고 차근차근 한걸음씩 앞으로 나가보자. 어차피 이 나라는 수천만 국민의 것이지 누구 몇몇의 것이 될수는 없다. 우리들이 그것을 용납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것을 높은데 계신 분들도 알고 있을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노병하 기자 bhn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