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당역' 스토킹 참극… 광주·전남도 위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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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신당역' 스토킹 참극… 광주·전남도 위험하다
구멍 뚫린 스토킹 처벌법 ||반의사불벌죄 등 ‘허점’ 여전해 ||3년 사이 광주 스토킹 4배 폭증 ||“살인 전조…피해자 보호 우선해야”
  • 입력 : 2022. 09.18(일) 17:09
  • 강주비 인턴기자
지난 14일 서울교통공사 역무원 스토킹 살인사건이 발생한 서울 지하철 2호선 신당역 출구 앞에 마련된 추모공간에서 18일 오전 시민이 추모하고 있다. 뉴시스
지난해 스토킹 처벌법 제정에도 불구, '막을 수 있었던 비극'이 또다시 발생했다.

서울 지하철에서 여성 역무원이 그를 스토킹하던 남성에게 살해당한 것이다. 피해자는 스토킹 혐의로 피의자를 두차례 고소했으나 영장 기각 등의 이유로 신변을 보호 받지 못한 것으로 밝혀져 국민들을 더욱 분노케 하고 있다. 더욱이 광주·전남의 경우 스토킹 범죄가 3년 사이 4배 가량 폭증하고 있어 관련 법 보완이 시급한 상태다.

18일 경찰에 따르면, 지난 14일 오후 9시께 신당역에서 전모(31) 씨가 여자 화장실을 순찰하던 역무원을 쫓아가 흉기를 휘둘러 숨지게 했다. 전씨는 피해자를 3년 동안 스토킹하던 입사동기로 피해자를 스토킹한 혐의로 기소돼 불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던 중이었다. 범행 당일인 14일은 전씨가 1심 선고를 받기 하루 전날이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피해자는 지난해 10월 전씨를 불법촬영 혐의로 고소했지만 영장은 허무하게 기각됐다. '주거가 일정하고 증거인멸과 도주 우려가 없다'는 이유에서였다. 피해자는 이어 지난 1월에도 전씨를 스토킹 혐의로 고소했다. 그러나 경찰은 추가로 구속영장을 신청하거나 피해자 보호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경찰은 '가해자에게 이상 징후가 없었고 피해자도 원치 않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불구속 상태의 전씨는 수사 중에도 피해자에게 지속적으로 접근을 시도할 수 있었다. 아무런 신변 보호도 받지 못한 피해자는 무력하게 범죄에 노출돼야 했다. 결국 법원과 경찰의 미온적 대처가 범행의 빌미를 제공한 셈이다.

이 사건은 결코 다른 지역의 일이 아니다. 광주·전남 역시 스토킹 범죄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허술한 법망은 이 지역에서도 '제2의 신당역 사건'을 재연할수 있다.

광주경찰 등에 따르면, 광주의 스토킹 범죄 신고는 2019년 79건에서 2021년 307건으로 3년 사이 4배 가량 증가했다. 또, 올해 상반기에만 285건이 집계되는 등 꾸준히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 전남 역시 2019년 121건에서 지난해 335건으로 크게 늘었다.

그렇다면 현행법의 어떤 점이 문제일까. 사회 각계에서는 '범죄 유형 구분 없이 획일화된 구속 기준'과 '수사기관의 개입을 어렵게 하는 반의사불벌죄'를 꼽는다.

'형사소송법 제70조(구속의 사유)'에 따르면, 법원은 피고인이 '일정한 주거가 없는 때', '증거를 인멸할 염려가 있는 때', '도망하거나 도망할 염려가 있는 때' 영장을 발부할 수 있다. 그러나 신당역 사건에서 알 수 있듯 스토킹 범죄는 심각한 후속범죄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따라서 스토킹 범죄에 한해 예방을 우선으로 한 구속 기준을 별도로 마련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온다.

가해자가 피해자에게 용서나 합의를 강요하게 하는 '반의사불벌죄'도 맹점 중 하나다. 신당역 사건에서도 전씨가 피해자에게 합의 종용 메시지를 20여 차례 보낸 사실이 확인됐다. 반의사불벌죄는 수사기관의 주도적인 보호 조치를 어렵게 하고 협박 등 2차 가해를 불러오는 문제를 발생시켜 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스토킹 예방 조례안을 대표 발의한 신수정(북구3) 광주시의원은 "날로 증가하는 스토킹 범죄는 특성상 살인 등 강력 범죄로 이어질 개연성이 높다"며 "오랜 시간에 걸쳐 고통받는 피해자를 사전에 찾아 범죄 피해를 막고 민·관 협력을 통한 '원스톱 신고 체계'가 원활하게 추진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한편, 광주시의회는 지난달 피해자 보호·지원을 위한 시설 설치, 2차 피해 방지 등의 내용을 담은 스토킹 범죄 예방 조례를 제정했다. 해당 조례는 지난달 31일 본회의 의결을 통과했으며, 광주시장이 공포한 날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강주비 인턴기자 jubi.ka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