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광장·이기언> 모든 학생의 성장을 위한 기초학력 보장 지원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테마칼럼
전일광장·이기언> 모든 학생의 성장을 위한 기초학력 보장 지원
이기언 광주교육청 교육정책연구소 연구원·교육학 박사
  • 입력 : 2022. 09.20(화) 14:38
  • 편집에디터
이기언 연구원
필자의 초등학교 2학년 산수 과목 교육과정에는 곱셈이 포함되어 있었다. 담임 선생님은 매일 구구단 외우기 과제를 내주셨고, 수업 시간에 구구단 외우기를 통과하지 못한 학생은 추가로 공부를 해야 했다. 담임 선생님은 교실에서 혹은 집이 가까운 학생들을 수준별로 둘씩 짝을 지어 하교 후 구구단을 외우게 하였고, 이 과정은 9단이 끝날 때까지 계속되었다. 그 때 매번 구구단을 외우지 못해 필자와 짝이 되어 머리를 긁적이던 친구는 놀라운 반전을 보여주었다. 우리나라 최고의 학교로 손꼽히는 서울의 한 대학에 입학한 것이다.

그 친구가 국내 굴지의 대학에 입학하기까지 다양한 요인들이 긍정적인 영향을 미쳤을 것이다. 그 중 기본기를 갖출 수 있도록 성심성의껏 지도했던 교사들의 지원이 가장 큰 힘이 되었을 것으로 생각한다. 필자가 기억하는 초등학교 생활에서 대부분의 선생님들은 매일의 학습활동 과정을 따라오지 못한 학생들에게 추가로 공부를 하게 했다. 물론 수업이 끝난 이후에 하교 하지 못하고 남아야 하는 학생들은 그 시간이 무엇보다 싫었겠지만, 배워야 할 것을 꼭 배울 수 있도록 보충하는 시간이 없었다면 학년이 올라갈수록 그 격차는 더욱 커졌을 것이다.

성장의 최종 목표는 다르더라도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최소한의 기초학습을 할 수 있도록 충분한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공교육의 의무이다. 학습부진을 겪는 이들은 배우는 속도와 깊이, 흥미, 학습 동기, 학습 태도 및 습관, 가정 환경 등 여러 측면에서 제각각 차이가 있다. 그리고 이러한 차이는 고학년이 될수록 더 심해지거나 더욱 광범위해진다. 학습부진은 학생이 자신의 내적 성장과 변화에 상관없이 지속적으로 학습에서 실패하고 있다는 생각을 하게 한다. 이는 학생의 정서‧행동에도 영향을 주고 부정적인 자아개념과 낮은 자존감 등 심리적으로 위축되는 원인이자, 학교 생활에서 의미있는 학습 경험을 할 수 있는 기회를 현저히 떨어뜨리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결국 기초학력을 보장하는 것은 개인의 성장과 자아실현을 위한 최소한의 기준을 충족시키기 위한 교육의 기본이라고 할 수 있다.

2021년 기초학력보장법이 제정되었고, 올해는 기초학력 보장법 시행령이 제정‧시행되었다. 교육부장관은 5년마다 기초학력 보장 종합계획을 수립하여야 하며, 시‧도교육청은 이를 기반으로 일반 지자체 및 유관기관의 역할기능을 종합하여 시‧도 기초학력 보장 시행계획을 수립하고 추진해야 한다. 이에 광주광역시교육청에서도 '한 아이도 포기하지 않는 기초학력 보장 지원' 방안을 마련하였다. 첫 번째로 AI 학습 시스템을 활용한 학습 진단 및 보정을 하기 위해 스마트 AI 홈워크 시스템을 구축‧운영하고, 기초학력 진단 활동 및 성장 이력 관리 강화, 취약계층 학생 대상 AI 기반 진단‧학습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 두 번째는 단위학교 및 교육지원청에 기초학력 전담교사를 확대 배치하고, 전담교사가 기초학력 시스템의 내실있는 운영을 위한 전문가로 활동할 수 있는 시스템 운영 및 체계적인 연수 지원과 전담교사 네트워크‧동아리 활동 참여를 지원하고자 한다. 세 번째는 단위학교 학습보조강사 지원 확대를 위해 교육대학‧사범대학 대학생 튜터링제로 초‧중학생의 학습결손 회복을 확대할 예정이다.

기초학력 보장을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교사의 전문성이다. 학생들이 어떤 교사를 만나게 되느냐에 따라 학업성취도가 좌우되지 않아야 한다. 상대적으로 소홀하게 취급되는 기초학력 보장 업무 때문에 회의감을 느끼고 자발성이 떨어져 교사들이 업무를 기피하게 되는 문제 등 학교 현장의 실태를 면밀히 살펴보아야 한다. 그리고 학습부진, 학습지체, 학습장애 등 다양한 학생들의 상태에 따라 다른 학습지원 체제를 구축해야 한다.

느린 학습자들을 지도‧지원하는 데 있어 가장 힘든 점 중 하나는 가정과의 협업이다. 하지만 이들의 부모는 여건상 학교 방문이 쉽지 않거나 꺼리는 경향이 있다. 학부모 연수와 상담을 통해 자녀와의 관계 개선을 위한 지원뿐만 아니라 학생만큼이나 무너져 있는 학부모를 위한 정서적 지원이 필요한 이유다. 학교의 힘만으로 지도‧지원이 어려운 부분은 지역사회의 전문성 있는 관계 기관의 도움을 받아야 한다. 또한 느린 학습자들에 대한 사회적 인식의 변화가 필요하다. 학생 각자가 자신의 성장을 느끼며 당당하게 학습하도록 속도가 느리지만 지속해서 앞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을 격려하고 기다려주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모든 학생이 각자가 가진 다양성을 키우고 잠재력을 실현할 수 있는 교육체제는 기초학력 보장을 지원하는 것부터 시작해야 한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