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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오빠 보러 광주 내려가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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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사회

"이제 오빠 보러 광주 내려가야죠"

여동생 "조사위 전화에 오빠 확신"
화순 당숙 "절 하고 간게 마지막"

게재 2022-09-27 17:26:37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염경선 씨가 화순에서 머물 때, 이웃집에 살았던 당숙 염규성 씨.
5·18민주화운동 당시 행방불명된 염경선 씨가 화순에서 머물 때, 이웃집에 살았던 당숙 염규성 씨.

"묫자리도 없고 비석만 덩그러니 있는 게 항상 마음에 걸렸는데, 이제 오빠 보러 광주 내려가야죠."

옛 광주교도소에서 발견된 유골 1구가 1980년 5월 화순에서 행방불명된 염경선(당시 23살) 씨로 잠정 확인됐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결국 눈물을 글썽였다.

27일 5·18진상규명조사위원회 등에 따르면 이번에 확인된 유골은 여동생 염모 씨와 유전자 정보가 일치하면서 염씨라고 잠정 확정했다.

실종된 염씨가 발견됐다는 소식에 가족들은 기쁘면서도 서러운 표정이었다. 서울에 거주하는 여동생은 본보와의 통화에서 "우리 오빠는 그냥 소시민이었는데, 5·18 이후에 연락이 끊겼다"며 "조사위 측에서 유골 1구가 내 유전자 정보와 일치했다면서 더 확인할 수 있는 가족들을 물어봤을 때 우리 오빠가 맞다고 확신했다"고 말했다.

이어 "옛 광주교도소에서 유골이 나왔다고 소식을 들었을 때만 하더라고 상상도 못 했는데, 지금이라도 오빠를 찾아 기쁘면서 슬프다. 편하게 보낼 수 있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오빠가 어떻게 죽었고 거기에 왜 묻혔는지 얼른 밝혀졌으면 좋겠다"며 "광주 북구 망월동 5·18민주묘지에 우리 오빠 묫자리도 없고 비석만 있는데, 얼마나 가슴이 아팠던지, 이제 찾았으니깐 장례도 다시 치러줄 거다"고 말했다.

또 "우리 가족이 먼저 찾아서 미안하다. 다른 가족들도 부디 다 찾았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염씨가 화순에서 머물 때, 이웃집에 살았던 당숙 염규성(81) 씨도 "초파일, 경선이가 큰할머니한테 절하고 집을 나간 것이 마지막이었다. 가난한 집안에서 학교도 못 가고 일찍 돈을 벌었는데, 한참 나이에 사라졌다"며 "무서워서 경선이를 찾지도 못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우리 집안 가족들도 이게 진짜냐, 우리 경선이가 맞냐 반신반의하면서 기뻐하고 있다"고 말했다.

당숙은 이어 "우리 집에서 1988년 돼서야 경선이 실종신고를 했다"며 "지금은 돌아가셨지만, 큰아버지가 경선이 찾는다고 엄청 고생했다. 살아 계셨으면 좋아했을 텐데…"라고 끝내 말끝을 흐렸다.

한편 2019년 12월20일 광주 북구 각화동 옛 광주교도소 부지의 무연고자묘지에서 신원 미상의 유골이 다량 발견됐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국과수)이 이를 조사한 결과, 총 262구의 서로 다른 유골을 확인했고 지난 6월 분석이 가능한 160구의 DNA 정보를 조사위에 이관했다.

조사위는 부모, 형제 및 방계(삼촌·조카)까지 확인할 수 있는 기법(SNP)으로 행불자 DNA 정보 대조 조사에 착수했다. 이 결과 유골 1구가 정부가 공식 인정한 5·18 행불자 가운데 아직 신원을 찾지 못한 76명 중 1명인 염경선 씨로 확인되고 있다. 조사위는 가족과 협의를 거친 뒤 이 같은 내용을 10월7일 열리는 국방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표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