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술한 원전 재난 대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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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허술한 원전 재난 대비
  • 입력 : 2022. 10.20(목) 13:38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수석 논설위원
탈원전 정책 폐기를 공약한 윤석열 정부 출범 이후 노후 원전의 수명 연장이 추진되고 원전 가동 과정에서 발생한 방사능오염물질인 중저준위와 고준위 폐기물이 개별 원전부지에 저장중이고 저장이 추진되고 있어 지역민의 근심이 커지고 있다. 원전은 무엇보다 안전성 확보가 최우선시 되어야함에도 되레 위험 요소는 늘고 있는 반면 방사능 유출 발생시 재난 대비책은 허술하다는 것을 체감하고 있어서다. 현재 진행중인 국회 국정감사자료에서 이 문제가 확인됐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김영호 의원(서울 서대문을)이 교육부로부터 제출받은 국정감사 자료 '2022년 기준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유·초·중·고 방호복 비치 현황' 에 따르면 방사능 유출 등 비상상황 발생시 주민에 대해 긴급조치를 해야하는 긴급보호조치계획구역 (UPZ·원전 반경 20~30㎞) 내 학교수 총 1112개교 ,학생수는 총 38만8438명인 것으로 집계됐다. 그러나 학생용 방호복이 비치된 학교는 36개교(전체 3.2%), 방호복수 6744개(전체 1.7%)에 불과한 것으로 드러났다. 한빛원전이 있는 전남의 경우 UPZ내의 학교수는 45개, 학생수 5319명이고 ,비치 방호복수는 4277개로 조사됐다. 이같은 수치는 한빛원전이 위치한 영광군 등의 지원을 받아 학생용 방호복이 잘 구비된 영광지역 학교 23개교가 반영된 결과다. 무안,함평, 장성지역 학교는 학생수에 비해 방호복 비치가 턱없이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빛원전과 직선거리로 약 35㎞ 떨어진 광주지역 학교 방호복 비치는 확인되지 않았다. 원전사고 대비 보호 장비 부족 뿐만 아니라 재난 대비 훈련 소홀도 지적됐다. 학벌없는사회를 위한 시민모임이 최근 내놓은 보도자료에 따르면 광주시교육청 재난대비 훈련 실적을 확인한 결과 , 지난해 598개 초·중·고교의 재난대비 훈련은 학교당 평균 6.4회였지만 방사능 재난 훈련은 0.14회에 불과했다. 이처럼 방사능 유출에 대한 우리 사회 대비책은 허술하기 짝이 없는데도 실제 원전 사고 위험도는 높아만 가고 있어 우려감이 커지고 있다. 현 정부의 친원전정책으로 설계 수명 만료 3~4년 앞둔 한빛1·2호기의 수명 연장이 검토되고 있는데다 총 6기가 있는 한빛 원전 부지에 중저준위 핵폐기물 저장이 포화 상태인 것으로 드러났다. 이달 10일 국회 산업통상중소벤처기업위원회(산중위) 소속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제출받은 '방사성폐기물 처분을 위한 방사화학분석 기술 및 표준절차 개발' 보고서를 보면 한빛원전의 중저준위 방사성폐기물 포화율은 2020년 12월 현재 100.5%로 나타났다.중저준위 폐기물은 폐필터나 폐수지, 폐농축액 등으로 방사능에 오염되기는 했지만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사용후핵연료)보다는 함유량이 낮은 폐기물을 말한다. 이는 200ℓ 드럼에 담아놓은 폐기물(79.1%)과 드럼에 넣지 않은 채 임시 저장하고 있는 폐기물을 합한 수치다. 한빛원전 폐기물 포화는 처분 기준과 기술 미비로 인해 경주 방사성폐기물 처분장으로 이송되지 못한데 따른 임시 조치의 결과로 확인됐다. 이 뿐만이 아니다.정부가 지난해 수립한 '제2차 고준위방사성 폐기물관리 기본계획'에 따르면 원전 가동으로 발생하는 사용후 핵연료를 중간· 영구 저장시설 마련전까지 영광 등 전국 원전 부지에 임시 저장토록 했다. 한빛 원전은 여러가지 이유로 위험이 축적되고 있는 중이다. 원전 가동 이후 크고 작은 고장과 사고가 끊이지 않은데다 최근 잦은 태풍과 지진 발생 등 이상 기후를 지켜보고 있는 지역민의 원전 재난 우려는 증폭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시민의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는 것은 국가와 지자체의 중요한 책무다. 교육부와 교육청은 원전 인근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을 위해 학교의 방호복 비치 실태를 점검해 적정한 비치 물량을 확보토록 하고 방사능 유출 사고 대비 훈련도 강화할 필요가 있다. 광주시도 현재 운영중인 빛고을국민안전체험관에서 방사능 재난 대비 훈련을 프로그램에 추가시키는 것을 적극 검토해야 한다. 학생과 시민들이 방사능 재난에 경각심을 가지고 상황 발생 시 수월하게 대처할 수 있도록 장비 등을 구비해 적절한 훈련을 시행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재난은 언제 어떤 규모로 발생할 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하지만 평소에 정상적인 주의를 가지고 위험에 대비할 경우 위험을 피할 수 있거나 최소화할 수 있다. 이기수 수석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