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1> "물 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이라니. 어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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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노휘의 길위의 인생
차노휘의 길 위의 인생 1> "물 공포증인데 스쿠버다이빙이라니. 어쩌다…"
(1)이집트 다합으로 떠나기
  • 입력 : 2019. 05.09(목) 15:13
  • 편집에디터

차노휘 소설가·도보여행가

황금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합. 다합의 일출도 황금빛이다. 수평선 너머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편집자주 : 2018년 12월 27일부터 그해 2월 19일까지 이집트 다합(Dahab)에서 55일 동안 머물면서 스쿠버다이빙 다이브 마스터(DM)가 되는 과정을 기록한 글이다. 물 공포증이 있던 필자가 고민해야 했던 훈련뿐만 아니라 '나'와 '나를 둘러싼 세계'에 대해 진지하게 되돌아봤던 시간들이었다. 견뎌냈을 때 발견한 것은 아름다운 미지의 세계뿐만 아니라 세상을 향한 여유였다. 생생한 체험(깨달음)을 연재로 독자들과 나누고 싶다.

1. 관념적인 물 공포증

물속 세상이 궁금해진 것은 작년 여름이었다. 요르단 와디무집(Wadi Al Mujib) 계곡 어드밴처 때였다. 로컬가이드와 물살을 헤치며 단계 단계 계곡을 거슬러 목적지(Siq Trail)에 도착했다. 그가 내게 수경을 건넸다. 폭포 아래라 하얀 포말이 비누거품처럼 일어서 물속이 보일까 싶었다. 의외로 수경 너머로 보이는 물속은 잔잔했고 반질반질 돌멩이 위로 물고기들이 유영했다.

귀국하자마자 수영 강습을 신청했다. 호흡법, 발차기 등 하루도 빠지지 않고 수영장에 다녔다. 물과 친해지기 위해서는 접근이 쉬운 집 근처 수영장이 적당했다. 스쿠버 다이빙을 염두에 둔 일이기도 했지만 스쿠버 다이빙을 할 때 굳이 수영 실력과 상관이 없다는 말을 들었다. 무엇보다 나는 물 공포증이 있었다.

그 공포라는 것이 구체적이지 않다는 것이 이상하다. 학기 초마다 학생들의 글쓰기 수준을 파악하기 위해 진단평가를 실시한다. '생애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을 글감으로 주곤 하는데 학생들은 더러 물 공포증이 있었다. 물놀이를 갔을 때 바나나 보트가 뒤집어졌다거나 같이 간 어른이 심하게 장난을 쳤다거나 해서 얻게 된 그런 류의 구체적인 거였다.

내게도 물과 함께한 기억이 있다. 어렸을 때는 팬티만 걸치고 동네 아이들끼리 시냇가로 물놀이를 했다. 엄마가 들려준 물귀신 이야기도 생생했다. 가지처럼 보랏빛 얼굴을 하고는 물에서 노는 아이의 다리를 잡아당기고는 놔주지 않는다고, 아이는 물속에서 꿈쩍도 못하고 물속으로 빨려 들어간다고. 십 년 전에는 발을 헛디뎌 사찰 호수에 빠진 적이 있었다. 급히 나오긴 했지만 그 몇 초간의 파노라마처럼 흘러가던 내 인생과 물 밖으로 나왔을 때 구경하던 사람들의 호기심 어린 얼굴 표정은 지금도 잊히지 않았다. 그 사건 전부터 저수지 주위로 아침 운동을 갈 때면 물가로 가지 않으려고 부단히 노력했다.

수영은 다합으로 떠나기 3개월 전까지 배웠다. 자유형, 배영, 평영을 그런대로 할 수 있었다. 물속에 머리를 집어넣는 것 자체가 두려웠다. 소독한 물도 꽤나 마셔야 했다. 아침 일찍 수영장으로 갈 때면 가슴이 늘 답답했다. 두려움은 가슴 압박으로 이어졌다. 견디면 극복되리라 여겼다.

이 확신은 내가 산티아고 프랑스길(900km)과 포르투갈길(700km)을 완주한 뒤에 더 단단해졌다. 스쿠버다이빙 다이브 마스터가 되기 위해 홀로 다합으로 떠나는 것은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물 공포증만 없다면 말이다.

2. 다합

다합(Dahab)은 이집트 시나이 반도 남동쪽에 위치한 작은 도시이다. 예전에는 베두인들의 어촌이었다. 해안이 금빛 모래로 덮여 있어서 아랍어로 황금빛인 '다합'이 어촌 이름이 되었다.

카이로에서 다합으로 가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이지만 버스를 타는 것이 가장 저렴하다. 최소 여섯 군데 이상 검문소를 거치기 때문에 평균 10시간 정도는 잡아야 한다. 카이로 국제공항에서 비행기를 탈 수도 있다. 샴 엘 셰이크(Sharm el-Sheikh)까지 한 시간 비행하고 그곳에서 택시를 타고 북동쪽으로 80km 정도 달리면 된다.

버스를 타든 비행기나 택시를 타든, 메마른 사막과 산을 차창 너머로 마주해야 한다. 처음에 나는 낯선 풍경에 환호성을 터트렸지만 끝없이 이어지는 그 메마름에 갈증이 일었다.

스쿠버 다이빙을 한 뒤로 알게 되었다. 산이 메마른 이유는 바다의 화려함 때문이라고. 수질이 깨끗해서 시야가 넓을 뿐만 아니라 포인트에 따라서 다양한 산호초 종류와 그 형상을 볼 수 있었다.

바닷속 모래는 새하얘서 푸른 물속에서도 운동장처럼 눈에 들어왔다. 모래 알갱이는 손바닥에서 스르르 빠져나갈 정도로 고왔다. 가이드에 따라서 핀을 벗게 하고는 술래잡기 놀이를 시키기도 했다.

다합은 스쿠버다이빙이 특화된 관광지이다. 작은 어촌 도시에 무려 50개가 넘는 다이빙 센터가 있다. 스킨스쿠버다이빙뿐만 아니라 윈드서핑 등 수중 스포츠를 즐기기에 적합하다.

3. 하늘이 내려준 지형

그중 내가 다녔던 다이빙 센터와 숙소는 남쪽 다합 시가지(Dahab Downtown)에 있는 라이트하우스(Lighthouse)에 있다. 라이트하우스는 아치형 만을 이루어 천연 방파제 역할을 한다. 거의 1년 내내 파도가 잔잔하다.

해안가에서 바로 물속 입수가 가능하다. 입수해서 열 걸음만 걸어가면 5m 수심 모래 경사면이 나온다. 그리고 10m, 20m… 로 이어진다. 모든 포인트가 비치 다이빙이다. 걸어서 입수가 가능하다는 말이다. 각각의 수심 포인트에 형상물을 세워두고 위치를 확인시킨다. 산호초 군락도 볼 수 있다. 겨울에도 기온이 20도 이상이라 5mm 웨트슈트를 입고 잠수하면 충분하다. 20~30분가량 차로 이동하면 블루홀 등 유명 포인트가 여러 군데다.

하늘이 내려준 바닷속 지형은 자격증 따기에도 그만이다.

자격증은 스킬 숙지와 다이빙 횟수와 관련이 있다. 기술 또한 물속에서 이루어지니 다이빙 횟수가 먼저라고 할 수 있겠다. '깡수가 깡패다'라는 말처럼 깡수가 늘수록 실력은 향상된다(다이빙 횟수를 나타내는 단위로 '~깡'이라고 한다). 좋은 입수 조건과 포근한 날씨는 마음만 먹으면 하루에 4깡도 가능하게 한다.

다합에서는 약간의 시간과 체력이 뒷받침된다면 충분히 원하는 자격증 취득이 가능하다. 세계에서 스쿠버다이빙 교육비와 물가가 제일 싸다. 이곳에 다이빙을 하려는 사람들이 몰리는 이유이다.

사람이 몰리는 다합은 계속해서 팽창하고 있고 그 팽창 속으로 기꺼이 나는 합류했다. 이틀 동안 비행기를 세 번 타고도 메마른 사막을 한 시간 반을 달려서 도착한 곳. 그곳에서 물 공포증을 이겨내는 55일간의 사투를 시작하였다.

차노휘 〈소설가·도보여행가〉

이집트 다합은 해안가가 아름답다. 아침마다 6km를 달리면서 일출을 보는 것이 큰 낙이었다.

오픈워터부터 다이브 마스터까지 교육을 받았던 센터인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Lighthouse 인근 바닷속에는 수심 포인트마다 형상물이 있다. 28m에 있는 코끼리 형상 조형물이다.

Golden Blocks 해안가 정경. 메마른 산과 해안이지만 바닷속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 사진 설명

1. 황금빛이라는 의미를 가진 다합. 다합의 일출도 황금빛이다. 수평선 너머가 사우디아라비아이다.

2. 이집트 다합은 해안가가 아름답다. 아침마다 6km를 달리면서 일출을 보는 것이 큰 낙이었다.

3. Lighthouse 인근 바닷속에는 수심 포인트마다 형상물이 있다. 28m에 있는 코끼리 형상 조형물이다.

4. 오픈워터부터 다이브 마스터까지 교육을 받았던 센터인 Octopus World Dahab Dive Center.

5. Golden Blocks 해안가 정경. 메마른 산과 해안이지만 바닷속은 화려하고 아름답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