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현일의 '색채 인문학'(3) 빨간색의 사회적 역사와 상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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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 기획
박현일의 '색채 인문학'(3) 빨간색의 사회적 역사와 상징
빨간색은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색 이름
  • 입력 : 2019. 05.13(월) 14:13
  • 편집에디터

빨강은 최초의 색, 가장 오래된 색

몇 몇 인류학자에 의하면, 빨강은 원시 시대의 인간들이 인식할 수 있었던 두 번째 색채(color)이며, 첫 번째는 빛(light)이었다. 빨강은 원시적인 언어에 있어서 최초로 이름을 붙인 색이며,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색의 이름도 빨강이다. 원시 예술과 고전 예술에서 가장 많이 사용됐다.

그레이트브리튼 왕국(Kingdom of Great Britain)은 1707년 잉글랜드(England) 왕국과 스코틀랜드(Scotland) 왕국이 합방해 성립된 왕국이며, 이 왕국의 전설적인 아서 왕(King Arthur)과 기사들이 모여 원탁회의를 가졌다. 원탁의 기사(圓卓騎士, Knights of the Round Table) 시대에는 빨강이 피를 나타내는 색이었고, 생명을 상징하였다. 그 이후에는 불을 상징했으며, 위험성과 관련을 지었다.

빨간색은 사랑과 원기, 원동력, 더위, 분노, 위험, 카네이션, 크리스마스, 피, 혁명, 활력을 나타낸다. 이 색은 신중함이나 차분함과는 거리가 먼 강요의 의미를 갖고 있다. 시각적으로는 주목성이 높아 위험과 긴급 그리고 경고를 알리고자 할 때 많이 사용된다. 주로 빨간색은 사람을 흥분시키고, 선동하는 효과를 나타내기 위해 사용되기 때문에 혁명과 전쟁을 떠올리기도 한다.

빨간색의 이미지와 기능

빨강의 상징성과 연상 작용의 특성으로는 색채 중에서 채도가 가장 높으며, 적극성과 공격적인 의미를 나타낸다. 이 색은 강렬한 감정을 일으키기 때문에 사랑과 분노를 연상시키며, 흥분을 유발시키는 매력을 가지고 있다. 그러한 점에서 불꽃과 힘의 상징인 빨강은 성욕을 나타내는 색이며, 여성을 상징하기도 하고, 여성들에게 가장 인기가 있는 색이다. 특히 빨간색은 젊은 남성이 연인에게 주는 속옷 색깔로 인기가 높으며, 축하와 축제의 색이기도 하다.

10 색상환 채도값.

교통 신호 체계 중에서 정지 신호가 빨간색인 것도 보는 사람을 흥분시켜 긴장감을 주기 위한 것이다. 또한 1980년대 한국에서는 야한 영화를 '빨간딱지'라고 부르기도 했다.

빨간색은 생명력을 상징하고, 사람의 감정과 정열 그리고 혈액 뿐만 아니라 화(火)도 이 색으로 표현된다. 이 색은 팽창색이어서 위압감을 주기도 하며, 상대방의 의지를 저하시키는 효과도 있다. 빨간색은 인간의 운동 능력과 투쟁심을 높이는데 효과가 있으며, 특히 한국 축구 대표팀은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경기를 하면 승률이 높게 나타난다. 예를 들면, 한국 대표팀은 2002 한‧일 월드컵 때 붉은색 유니폼을 입고 스페인 대표팀을 5대 3 승부차지로 승리하여 4강까지 진출하였다.

2002 한일월드컴 한국축구 국가대표팀 유니폼. mbc tv 방송 캡처 사진 .

빨강은 색의 왕, 법의 색

빨강은 전쟁의 신 마르스(Mars, 화성)에게 피의 색으로 봉헌(奉獻)했다. 그래서 화성을 '붉은 행성'이라고 한다. 마르스는 3월에 속하며, 3월을 뜻하는 영어 'March'도 마르스에서 유래되었다.

괴테(Johann Wolfgang von Goethe, 1749년∼1832년)는 그의 저서(Zur Farbenlehre, 1810년)에서 "빨강은 '색의 여왕'이 아니라 '색의 왕'이다."라고 언급하였다. 또한 그는 이 저서에서 "머리카락이 빨강이면 녹색이 잘 어울린다."라고 보색 관계에 대해서 주장하였다.

괴테의 색체론 .

빨강은 법의 색이다. 중세의 도시에서는 사형이 집행되는 날이면 빨간 깃발을 게양하였다. 그 시대의 법관들은 빨간 잉크로 사형 판결문에 서명했으며, 형리들도 빨간 옷을 입었다. 오늘날에도 고위 법관들은 붉은색 법복을 입는다. 그러나 달력에 빨간색으로 표시되어 있는 날은 쉬는 날이므로 즐거운 날이며, 행운의 날이다.

붉은색 법복 . jtbc tv 방송캡처 사진 .

미국의 미술사학자, 색채학자인 바버 비렌(Faber Birren, 1900년∼1988년)은 그의 저서(COLOR FUNCTIONAL, 1937년)에서 "빨강은 성직자와 범죄자, 애국자와 무정부주의자, 사랑과 증오, 연민과 전쟁을 동시에 나타내는 격렬하고도 열정적인 색"이라고 주장하였다.

문화예술 기획자/ 박현일(철학박사 미학전공)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