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IA 타이거즈 '응원의 사회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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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KIA 타이거즈 '응원의 사회학'
  • 입력 : 2019. 05.29(수) 17:17
  • 최황지 기자
타석에 선 선수를 향해 장내팬들이 전하는 힘찬 응원. 손에 든 응원봉으로 '오른쪽~왼쪽~' 찌르기도 하고 배트를 돌리듯 '홈런~' 하고 목청껏 소리치기도 한다.

선수 응원가에 따라 달라지는 안무와 노래는 직관하는 홈 팬들의 재미 중 하나다.

'리빌딩'을 올 시즌 목표로 정한 KIA 타이거즈의 현재 선발 라인업은 기존 베테랑 대신 신예 선수들이 속속 자리를 채우고 있다. 그래서 KIA 팬들은 귀에 익은 주축 선수들의 응원가보다 전 선수들을 대상으로 힘을 불어넣은 일반적인 '안타송'을 더 자주 부르고 있는 상황이다. 고참 선수가 부상이나 부진으로 빠진 기회를 살려 주전 자리를 꿰찬 선수들은 하나둘씩 '하나뿐인 자신의 응원가'를 갖게 된다. 현재 선발 라인업에 포함된 선수 중 올 시즌 가장 먼저 응원가를 갖게 된 신예 선수는 '이창진'.

롯데 자이언츠, KT 위즈를 거쳐 두 차례 트레이드를 거쳐 지난해 KIA에 둥지를 튼 이창진(28)은 산전수전을 다겪고 KIA에서 날개를 달았다. 데뷔 6년차에 타격과 수비면에서 고른 활약을 펼치며 중견수 선발 자리에 안착했다. 팬들로부터 '새 응원가'도 선물받았다. 인디 밴드 위플레이 '위(WE)'의 후렴구를 차용한 곡이다. 자신의 응원가가 경기장에 처음으로 울려퍼진날 이창진은 "감격스럽다. 더 열심히 하겠다"고 '열의'를 불태웠다.

이창진에 이어 팀내 타율 1위로 타격감이 절정에 오른 박찬호도 최근 자신의 응원가가 생겼다. 위플레이가 직접 작곡한 곡이다. 그의 응원가가 첫선을 보인 지난 21일 롯데전에서 박찬호는 이 응원가에 보답하기라도 하듯, 첫 타석에서 시원하게 3루타를 작렬시키는 것을 비롯해 5타수 2안타 2타점을 올리며 맹활약을 펼쳤다. 그는 "너무 늦게 응원가가 생긴 것 같다. 너무 기다리고 있었다"고 감격하면서도 "응원가를 들으려고 안타를 더 못 친 것 같다"고도 너스레를 떨었다.

타자들에게 아드레날린을 분비케하는 홈 팬들의 응원가는 'KIA 타이거즈 응원단'이 자체적으로 제작하고 있다. 구단 측이 응원단에게 부각시키고 싶은 부분 등을 제안하기도 하지만 기본 멜로디를 작곡하고 목소리를 입히는 실무적인 부분은 응원단이 책임진다. 이후 구단과 의논해 응원가를 최종 확정하는 과정을 거친다.

응원가를 만드는 데 상당한 시간과 노력이 투입되지만 안타깝게도 응원가의 수명은 '선수들의 경기력'에 달려있다. 올 시즌 타이거즈 유니폼을 입었던 제레미 해즐베이커는 좋아했던 자신의 응원곡을 더 이상 듣지 못하게 됐다.

한국말로 이뤄진 응원가이지만 KIA라는 팀 이름과 자신의 이름이 들어간 노랫말 때문에 해즐베이커는 본인의 응원가를 좋아했다. "타석에 서면 응원가가 머릿 속에 떠돈다. 시즌이 끝나면 CD에 녹음해서 가지고 돌아가고 싶을 정도다"라고 말했었다.

결국 응원단이 공을 들여 만든 해즐베이커 응원가는 해당 선수가 성적 부진으로 인해 시즌 도중 팀에서 방출됨에 따라 용도 폐기됐다. 현재 응원단은 해즐베이커 대신 팀에 들어온 프레스턴 터커의 응원가를 제작 중에 있다.



최황지 기자 orchi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