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성 교무행정사 죽음 뒤늦은 산재신청이지만…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취재수첩
장성 교무행정사 죽음 뒤늦은 산재신청이지만…
김정대 기자
  • 입력 : 2019. 07.24(수) 16:58
  • 김정대 기자
장성 모 사립고등학교 교무행정사 정모(당시 29·여)씨의 산업재해 신청이 지난 22일 우여곡절 끝에 마무리됐다. 정씨가 숨지고 7개월여 만이다. 그는 작년 1월께 교내 부조리를 국민신문고에 올렸다가 신원이 유출돼 지속적인 괴롭힘을 당했다. 세 차례 자살시도를 할 만큼 정신적인 고통을 겪다 결국 고인이 됐다.

이날 전국여성노동조합 측은 근로복지공단 광산지사 앞에서 산재 신청과 함께 승인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지난 7개월 간 교육당국과 정씨가 근무했던 학교 측의 무책임함, 비협조로 산재 신청이 늦어졌음을 성토하는 자리가 됐다. 나경채 정의당 광주시당 위원장도 함께 했다. 그는 "정씨의 죽음이 건설현장에서 작업 발판의 미비로 추락사 한 노동자와 무엇이 다른지 알지 못하겠다"며 반드시 산재로 읽혀야 됨을 피력했다.

사건을 맡은 홍관희 노무사는 최근 개정 근로기준법에 따라 신설된 '직장 내 괴롭힘'까지 사유로 들었다. 정씨를 지속적으로 협박한 상급자가 업무 범위를 넘어선 압력을 행사했다는 게 요지다. 홍 노무사 등은 정씨의 죽음이 광주·전남지역 첫 직장 내 괴롭힘으로 인한 산재 승인 사례가 되기를 바란다고 밝혔다.

산재 승인이 근로복지공단을 찾아가 촉구 기자회견을 연다고 마냥 될 일은 아니다. 아침부터 노조가 공단 앞에 진을 치고 스피커로 목소리를 높인다고 해서, 정당 정치인이 동참했다고 해서, 방송 ENG카메라가 맴돈다고 영향을 받는 것도 비정상일 것이다. 이는 노조도 알고 노무사도 알고 정치인도 다 아는 사실. 그럼에도 이날 산재 승인 촉구 기자회견을 연 것은 단 한 사람, 정씨의 '억울한 죽음'을 대변하기 위해서였다.

산재 승인 여부는 결과가 나와봐야 안다. 현행법으로는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정씨의 죽음을 안타까워 해 거리에 나섰던 사람들의 끈질긴 노력은 결국 교육당국과 학교의 협조를 이끌어 산재 신청까지 이어졌고, 지금도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안타까운 죽음을 알리고 있다.

자신들의 노조원이었다는 이유 하나로, 이 땅의 노동자라는 이유만으로 한 사람의 죽음을 무겁게 여기는 이들이 있어 다행이다.



김정대 기자 nomad@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