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민한의 동시대 미술 수첩>동시대미술의 눈으로 미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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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민한의 동시대미술 수첩
장민한의 동시대 미술 수첩>동시대미술의 눈으로 미술교육의 새로운 방향에 대해 논하다.
장민한 (조선대 미술학과 교수)||‘예술’ 패러다임의 종말 시대,||인문학 담론에 기초한 미술작품을 요구한다.
  • 입력 : 2019. 12.03(화) 15:27
  • 편집에디터

김별-조선대학교-심장박동(의학1)-유화

현재 아시아문화전당 문화정보원 대나무정원에서는 전시가 진행되고 있다. 광주대학교 사진영상드론학과(10.22 ~ 11.03)를 시작으로 하여 호남대학교 미술학과(11.05 ~ 11.17), 전남대학교 미술학과(11.19 ~ 12.08), 조선대학교 회화학과(12.10 ~ 12. 22) 순으로 졸업전시가 개최되고 있다. 모처럼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이 지역 문화예술 발전에 기여하는 유익한 행사를 개최하고 있다.

우리 고장은 예로부터 예향이라고 불릴 정도로 수많은 예술가를 배출한 전통이 있고, 광주비엔날레, 아시아문화전당 등 타 지역에는 찾아보기 어려운 한국의 대표적 문화예술기관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아직까지는 한국을 대표하는 동시대미술 작가들을 키워내는 데 있어서 뚜렷한 성과를 보이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세계적인 문화예술교류에 적극 대응할 수 있는 수준 높은 동시대 작가를 양성하기 위해서는 동시대미술 시대에 걸 맞는 새로운 미술교육이 요구된다. 오늘날 미술교육은 어떻게 진행되어야 하는지 논의해보겠다.

2년마다 열리는 광주비엔날레를 참관해보면 일상 사물부터 건축 폐기물까지 예전 같으면 미술작품이라고는 전혀 생각할 수 없는 대상들이 미술작품이라고 버젓이 전시되어 있다. 그것도 세계적으로 명성을 얻은 작품으로서 말이다. 세계적인 작가와 경쟁하면서 한국을 대표하는 작가가 되는 꿈을 가진 작가는 여러 가지 고민이 많을 것이다. 무엇이든지 미술작품이 되는 시대라면, 혹시 작가의 명성이 작품 가치를 결정해주는 것은 아닌가하는 의구심도 들 수 있을 것이다. 세계적인 작가가 되려면 무엇을 공부하고 어떤 훈련을 쌓아야 하는가?

서구 르네상스 이후 18세기말까지 미술의 목표는 명확했다. '아름다운 자연을 모방하라!'였다. 이는 이상적인 자연의 모습을 찾아내서 눈앞에 펼쳐있듯이 생생하게 묘사하라는 말이다. 당시 미술의 목표가 명확했기 때문에 미술교육 방법도 명확했다. 서구에서는 15세기 이후, 이미지를 다루는 두 가지 유형의 작업이 있다고 믿고 있었다. 하나는 실용적인 목적을 위한 이미지 작업, 다른 하나는 순수하게 감상을 위한 이미지 작업이다. 전자는 하나님 이야기를 그린 성경 삽화부터 시작해서 특별한 사건을 기리기 위해 그린 역사화에 이르기까지 특정한 실용적인 목적을 위해 제작된 이미지를 말한다. 이것의 제작을 위해서는 기술(mechanical arts)이 필요하고 여겼고, 선배 기술자의 노하우를 전수 받아서 연습을 통해 능숙하게 된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이에 반해 순수한 이미지 제작은 지금의 인문학에 해당하는 리버럴 아트(liberal arts)의 하나로 여겼다. 과학이 세계의 진리를 개념으로 포착하는 것이라고 한다면, 순수한 이미지 제작은 세계의 진리를 눈에 보이도록 생생하게 모방하는 일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순수한 이미지 제작 작업을 가르치기 위해 16세기 중엽 피렌체에 최초의 미술학교라고 할 수 있는 '미술아카데미'가 설립되었다. 세계의 원리를 생생하고 이상적으로 묘사하기 위해서는 해부학, 기하학, 천문학 등의 교양교육을 받아야하고, 선배 대가의 작품을 연구해야 한다는 명분으로 유럽 각 도시에 미술아카데미가 속속 생겨나기 시작했다. 17세기, 순수한 이미지 제작 작업은 '진리의 은유'로서 '미'(beauty)를 모방하는 작업이라는 의미로 '예술'(fine art)라는 명칭을 얻게 되었다. 이때 미술교육은 누구나 쉽게 예상할 수 있듯이 고대 조각상이나 르네상스 거장의 회화를 모사하는 것으로 이루어졌다. 이 교육과 훈련을 통해 세계의 생성원리인 미를 찾아서 생생하게 그려내려고 했던 것이다.

이러한 미술교육에 변화가 발생한 시기가 바로 낭만주의 시기이다. 이제 미술은 과학보다 우월한 활동으로 여기게 되었다. 과학이 접근할 수 없는 근원적 세계, 혹은 작가의 독특한 경험 세계를 미술가 자신의 상상력을 통해 표현해내는 작업이 미술이라고 규정하게 되었다. 그 후 미술은 19세기 중엽에 이르러 사진기가 발명되면서 자연을 생생하게 묘사해야하는 의무에서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다. 이때 미술은 새로운 고민에 봉착하게 되었다. 여전히 미술가들은 '예술'로서 이미지 제작은 '기술'로서의 이미지 제작과 다른 특별한 것으로 생각하고 있었기 때문에 전자 작업의 본질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었고, 고민의 결과가 20세기 다양한 미술사조로 나타나게 된다. 이것이 모더니즘 미술 운동이라고 할 수 있다. 모더니즘 미술은 두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하나는 형이나 색 등의 구성을 통해 미적인 것(the aesthetic)을 제시하려는 방향으로, 다른 하나는 세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통찰(the insight)을 주려는 방향으로 진행되었다. 이때 미술교육은 두 경우 모두 자신만의 고유한 스타일을 개발하는 것을 기본 목표로 삼았다. 이것을 통해 자신만의 새로운 미적인 효과나 혹은 새로운 통찰을 주려는 시도를 했다고 볼 수 있다.

모더니즘 미술교육에서 핵심은 자신만의 스타일 창안이었다. 이러한 미술교육에 근본적인 변화가 발생했다. 이것은 600년간 지속된 '예술'(fine art) 패러다임의 종말에서 비롯되었다. 르네상스이후 모더니즘 미술에 이르기까지 '예술'(fine art)로서의 이미지 작업과 '기술'(craft)로서 이미지 작업은 전혀 다른 것이라는 믿음, 더 나아가 두 작업은 지각적으로 서로 다르다는 믿음이 모더니즘 미술창작과 교육의 토대로 작용하고 있었다. 이것이 1960년대 팝아트, 신사실주의, 플럭서스 등에서 일상사물과 지각적으로 식별 불가능한 미술작품들이 등장하게 됨으로써 '예술' 이미지 작업과 일상 사물이 지각적으로 다르다는 믿음이 깨져버린다. 이제부터 미술가는 자신만의 스타일을 창안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무엇을 어떻게 소통하는지가 중요해진다. 순수미술과 응용미술의 구분은 무의미해진다. 다만 전자는 주제가 자유롭고, 후자는 주제가 정해져있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을 뿐이다.

동시대미술 교육은 이전과는 다르게 진행되어야 한다. 동시대미술 교육에서 중요한 것은 주제(meaning)와 제시 방식(the mode of presentation)이다. 첫째, 작가는 이제 자신의 스타일을 만드는 것보다 어떤 주제를 소통할지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동시대 작가는 출판사 편집자처럼 주제를 결정해야 한다. 본인이 소통하고 싶은 주제는 무엇인지, 그 주제가 감상자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지, 더 나아가 동일 주제를 다루고 있는 다른 작가와 비교할 때 경쟁력이 있는지 신중하게 판단하고 결정해야 한다.

둘째, 동시대 작가는 그 주제를 감상자들에 어떤 방식으로 설득력 있게 보여줄 지 고민해야 한다. 모더니즘 시대처럼 오로지 자신만의 스타일로 그 주제를 표현할 필요는 없다. 동시대 작가는 자신의 주제에 적합한 표현 방식을 선배 미술가들의 작업에서 찾으면 된다. 수 천 년 동안 미술가들이 수많은 양식들을 개발해 놓았다. 다양한 양식들이 어떤 용도로 사용되었는지 우리에게는 어떤 느낌을 주는지 연구하여 자신의 것으로 만들면 된다. 예컨대 영화감독들이 선배 감독들의 다양한 스타일을 조합하고 변형하여 자신만의 이야기를 만들어 가는 것처럼 동시대 작가들은 다양한 기존 양식들을 자유롭게 차용할 수 있다.

한마디로 정리하자면 동시대 미술교육의 핵심은 담론과 표현 방식의 연구이다. 오늘날은 담론의 시대이다. 무엇보다도 자신의 작업을 정당화시켜주는 담론을 확보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다양한 분야의 인문학 공부가 필수이다. 자신이 풀어내는 이야기가 왜 가치 있는 작업인지 설명해줄 수 있는 인문학 담론이 필요한 시대이다. 그리고 그 이야기를 효과적으로 소통할 수 있는 다양한 표현 방식의 연구가 필수인 시대이다. 오늘날은 무엇이든지 미술이 되는 시기이다. 그렇다고 어떤 작품이든 가치가 있는 작품이 되는 것은 아니다. 미술 콘텐츠를 만드는 동시대미술 작가는 인문학 공부 없이 미술 작업을 한다는 것은 지도 없이 미지의 세계를 탐험하는 것과 다르지 않다. 또한 미술 선배들이 남긴 다양한 양식들을 공부하지 않고 자신만의 소통 방식을 찾는 것은 구구단을 외우지 않고 인수분해를 하려는 것과 같다고 볼 수 있다.

장민한 (조선대 미술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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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