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더는 어른들만의 소유물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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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정치, 더는 어른들만의 소유물 아니다
  • 입력 : 2020. 01.27(월) 14:37
  • 홍성장 기자

'4·16 총선'이 석달도 채 남지 않았다. 선거관련 문자메시지도 부쩍 늘어난 요즘이다. 선거 홍보 문자가 불법 '스팸'은 아닐지 모르지만, 스팸 못지않은 '귀찮음'의 대명사가 된 지 오래다.

이번 총선에 관한 관심도 여느 때와 사뭇 다르다. 이번 총선이 갖는 의미가 상당하기 때문이다. 막연히 4년 동안 입법부에서 입법 활동을 할 300명의 국회의원을 선출하는 것 이상의 '정치적 의미'가 있다. 이른바 '촛불혁명'을 통해 탄생한 '문재인 정부' 이후 처음 치러지는 국회의원 선거다. 일각에서는 이번 총선이 '촛불 시민혁명을 완성하는 일'이라 의미를 부여할 정도다. 어느 당이 이기고 지느냐가 무척 궁금할 수밖에 없는 연유다.

하지만 그것만이 '정치적 의미'의 전부가 아닐 터다. 빼놓을 수 없는 게 있다. 국민의 권리를 함께 행사할 새로운 '동지'가 늘었다는 점이다. 공직선거법 개정으로 선거권을 갖게 된 '만 18세'들이다.

전국적으로 60여만명. 적잖은 숫자다. 한 입시전문업체가 최근 내놓은 자료를 보면 '18세 유권자'는 53만4796명이나 된다. 입시전문업체가 행정안전부 주민등록인구 통계 및 교육통계서비스 등을 분석한 결과다. 이 중 30만9150명이 올해 대학에 입학하는 신입생이고, 5997명이 대입 재수를 택한 18세다. 올해 3학년에 진학하는 '교복 입은 유권자'는 6만6822명으로 전망했다.

그런데 18세 투표에 대해서 여전히 논란이다.

반대 논리는 간단하다. 만 18세는 아직 덜 성숙해 정치적 판단 능력이 부족하고, 입시에 집중해야 할 학교가 정치이념에 물들 수 있다는 것이다. 물론 보수정당은 진보적 성향이 강한 학생들에게 투표권을 확대하면 선거에 불리하지 않을까 속 보이는 계산도 한다.

과연 그럴까. 청소년은 미래의 희망이기에 앞서 주권을 가진 현재의 주인공이다. 당연히 민주사회 시민으로서 존중받아야 하고 정치참여 기회가 확대돼야 한다. 무엇보다 18세 청소년이 결코 정신적으로 육체적으로 어리지 않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하고 있다. 그들의 성숙함은 민주주의 역사에서 검증된 '팩트'이다. 4·19혁명의 주역은 학생들이었고, 3·1만세운동을 이끈 유관순 열사도 당시 16세 학생이었다.

새삼 역사를 논해 무엇할꼬. 우리 주변의 평범한 '18세'들도 역사 속 그들과 크게 다르지 않다. 얼마 전 '설 특집'을 준비하면서 첫 투표에 나서는 그들의 마음을 들어본 적이 있다. 결코 어리고, 걱정만 해야 할 '아이들'이 아니다.

"10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청년들은 투표권을 행사하는 것에 '그깟 한 표쯤이야'라고 투표의 중요성을 체감하지 못했습니다. 근래에 와서 여러 사회적 사건을 몸으로 직접 겪으면서 '왜 투표를 해야 하는지'에 대해 몸으로 배웠습니다. 청년들의 정치 관심은 점점 커질 것입니다. 편견처럼 자리 잡은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에 대한 말을 깨야 합니다."

'청년들의 정치 무관심'에 그들의 항변이다.

"자발적 무관심이 아닌 강제적인 무관심이나 마찬가지"라고도 했다. 또 "왜 청년이 투표를 안 하는지, 왜 정치에 무관심한지를 먼저 어른들이 생각해 봐야 한다"며 "청년들의 이야기를 어른들이 무시하거나 정책에 반영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항변했다.

'첫 투표'에 대한 각오는 또 어떤가.

어떤 이는 "드디어 우리나라가 청소년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기 위해 첫 발걸음을 내디뎠다'고 했다. 어찌 보면 '어른'들보다 더 생각이 깊다. "투표는 권리가 아닌 의무입니다. 민주시민으로서 투표는 반드시 해야만 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주변을 둘러봐도 의무라기보단 권리처럼 여기는 태도가 많은 것아 안타깝습니다."

오히려 그들이 바라보는 그동안의 '국회의원님'들, 우리에게 많은 것을 던진다.

'선거철만 표를 먹고 사는 사람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대중들 앞에서 연기하는 이들' '맨날 싸우는 이들' '지역감정이나 유발하는 사람들' '가면 뒤에 본 모습과 가짜 모습이 있을 것 같은 사람들' 등이 그들에 눈에 비친 국회의원님들이다.

그들에게 투표권을 주는 것이 옳으니 그르니 더는 다툴 일이 아니다. 우리가, '어른들'이, 정치인들이 먼저 바뀌는 게 더 급한 일이다.

"정치가 어른들의 세계였지만, 이제는 달라져야 합니다." 가슴 깊이 새겨야 할 18세들의 뼈있는 항변이다.

홍성장 기자 seongjang.hong@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