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첼리 '두오모' 공연, 5월에 아픈 울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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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일반
보첼리 '두오모' 공연, 5월에 아픈 울림
안드레아 보첼리, 두오모 성당서 부활절 온라인 공연||텅빈 성당, 명곡 열창…전세계 심금울려 폭발적 인기 ||코로나 사태에 5·18 문화·예술 공연 전면 취소…대안되나||‘거리두기’에 뒷짐진 ACC 등 문화계 고민해야 할 때
  • 입력 : 2020. 04.13(월) 17:03
  • 김은지 기자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왼쪽)가 부활절인 12일(현지시간) 이탈리아 밀라노의 두오모 대성당에서 무관객 부활절 콘서트를 하고 있다. 주세페 살라 밀라노 시장의 초청으로 공연하게 된 보첼리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 확산을 막기 위한 봉쇄 조치로 관객과 신도가 없는 빈 성당에서 오르간 연주자와 단둘이 연주했다. 뉴시스

공연이 시작되자 텅 빈 이탈리아 도시 곳곳이 화면을 가득 메운다. 불과 몇 달 전까지만 해도 인파로 발디딜 틈이 없는 세계적인 명소였지만, 코로나19로 하루아침에 생기를 잃었다. 인파와 흥으로 가득했던 도시의 변화에 낯섦과 비통함이 밀려온다. 잠시 후 수트차림의 노년의 신사가 텅 빈 두오모 성당안으로 터벅터벅 걸어온다.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61)다. 그가 단상위에 오르자, 오르간이 연주가 시작됐다. 보첼리만의 청아한 목소리가 대성당에 울리자 감염병에 억눌렀던 억장이 풀어진다.

이탈리아의 세계적인 테너 안드레아 보첼리의 '부활의 노래'가 온라인을 타고 세계 곳곳에 전파됐다. 세계를 강타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로 인해 상처 받은 이들을 위한 '희망의 노래'다. 보첼리가 이탈리아 밀라노의 랜드마크인 두오모 대성당에서 연 무관중 라이브 콘서트는 한국 시각으로 13일 오전 2시 유튜브 채널(https://www.youtube.com/andreabocelli)을 통해 공개됐다. 현지시각으로는 부활절인 12일 오후 7시였다.

'희망을 위한 음악'(Music for Hope : Live From Duomo di Milano)이라는 타이틀을 단 콘서트 영상은 사전에 무관객으로 성당의 오르간 연주자 에마누엘레 비 넬리(Emanuele Vianelli)만 함께 해 녹화됐다. 보첼리는 20분 남짓에 걸쳐 '생명의 양식(Panis Angelicus)', '아베 마리아'(Ave Mria), '산타 마리아'(Sancta Maria), '주 하나님'(Domine Deus),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 등 5곡을 들려줬다.

보첼리의 애절한 목소리를 통해 흘러나온 곡들은 한구절 한구절 시청자의 심금을 울렸다. 특히 인적없는 두오모 대성당 앞 계단에서 마지막곡인 '어메이징 그레이스(Amazing Grace)'를 부를때 감동은 절정에 달했다. 그의 공연을 본 이들은 국적은 달랐지만 '희망'을 염원하는 마음만은 하나였다. 이 영상은 공개 6시간만에 유튜브 조회수 2000여만뷰를 찍었다.

'인기 급상승 동영상'에 이름을 올리며 하루종일 화제를 모았던 안드레아 보첼리의 무청중 온라인 공연은 코로나19로 물거품이 되고 있는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 기획 공연들에 새모델을 제시할 수 있을까.

국립아시아문화전당, 광주문화재단, 광주문화예술회관 등 지역 대표 기관들의 의지가 있다면 가능할 지도 모른다. 역사적 장소와 콘텐츠를 활용한 기획으로 실황 못지않은 호응을 '안드레아 보첼리의 두오모 공연'을 통해 확인했으니….

올해는 5·18광주민주화운동이 40주년을 맞는 해이고, '오월정신의 세계화'라는 묵직한 과제를 풀어야 하는 상황이다. 민·관이 협업한다면 숙원인 '오월정신의 세계화'를 온라인 중계를 통해 풀어낼 수 있는 기회를 맞은 셈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이 한달 앞으로 다가왔지만, 지역 문화기관들은 여전히 뒷짐만 지고 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은 '사회적 거리두기' 종료 5일을 앞두고 뒤늦게 아카이브 소장전, 강좌 등 온라인 공연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ACC측은 지금까지 무대에 올렸던 공연에 대한 저작권이 ACC가 아닌 공연자에게 있어 온라인 진행이 어렵다고 밝혔다. 생중계 역시 ACC소속 예술단체가 없는 까닭에 불가능하다는 게 전당측의 해명이다. 하지만 ACC는 콘텐츠를 연구하고 기획하는 일이 주 업무임을 고려하면, 직접적인 공연제작은 어렵더라도 온라인을 기반으로 한 민간단체와의 협업기획은 얼마든지 가능하지 않았을까 하는 아쉬움이 든다.

코로나19로 인해 공연계가 고사직전에 있는 상황에서 어떤 기획도 내놓지 않고 뒷짐만 지고있는 ACC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이는 것도 이러한 이유 때문이다. 5·18 성지에 둥지를 틀고있음에도 불구하고 ACC는 공연계의 세계적인 변화에 여전히 둔감한 상황이다. 5·18광주민주화운동 기획 공연인 '나는 광주에 없었다'와 '시간을 칠하는 사람'은 '거리두기 좌석제'를 활용해 공연티켓 오픈을 진행한다. 이와 관련한 온라인 공연은 확정된 바 없는 상황이다.

광주문화예술회관과 광주문화재단 역시 마찬가지다. 5·18민주화운동 40주년을 기념공연인 '창작국악교성곡', '오월바람' 등은 코로나 19로 전면 취소된 상황이며, 온라인 공연도 진행되지 않을 예정이다. 문화재단도 뮤지컬 '임을 위한 행진곡' 전국공연이 예정돼 있었으나, 전면취소됐다. 이에따른 온라인 공연도 준비하지 않았다.

광주 문화계 인사는 "고사 직전에 놓여있는 공연계도 살리고, 오월정신의 세계화도 그렇고 방법만 찾아보면 얼마든지 상생할 수 있는데, 광주 대표 문화기관에선 뒷짐만 지고 있는게 화가난다"며 "안드레아 보첼리의 두오모 공연을 본 후 우리도 합심하면 얼마든지 양질의 5월 공연을 세계에 보여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위기에서 기회를 찾으라는 말을 실감하고 있는 요즘이다"고 밝혔다.

김은지 기자 eunji.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