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주와 서울서 5월 그려낸 두 작가의 26년만의 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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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광주와 서울서 5월 그려낸 두 작가의 26년만의 조우
이강하 미술관, 5∙18 40주년 특별전 '푸른 상처, 별의 공존'||6월30일까지, 고 이강하·손기환 회화·판화 30여점 전시||1985년 국립현대미술관서 전시 후 두번째 전시
  • 입력 : 2020. 05.11(월) 16:24
  • 박상지 기자

손기환 작 '타!타타타타타타' 이강하미술관 제공

1994년 과천 국립현대미술관에서 열렸던 '민중미술 15년'전은 당시 미술계는 물론 정치, 사회적으로도 화제가 됐다. 지금은 국가가 운영하는 미술관이 5·18광주민주화항쟁과 민중미술을 끌어안은 첫 전시라는 점에서 의미있는 평가받고 있지만, 당시 이 전시를 바라보는 사회의 눈은 곱지 않았다. 군사정권에 반기를 들고, 국가와의 싸움을 그린 작품을 어떻게 국가가 운영하는 미술관에서 전시를 할 수 있느냐는 것이었다.

사회의 시선을 고려해 참여하지 않은 작가들이 상당수였지만, 전국에서 300여명의 작가들이 의미있는 전시에 동참의사를 밝혔다. 광주에서는 이강하, 한희원, 홍성담 작가 등을 비롯해 손기환, 신학철,오윤, 임옥상 작가 등 민중미술사에 족적을 남겼던 작가들이 대거 참여했다.

26년 전 패러다임의 전환을 통해 사회예술 시대을 여는데 동참했던 두 작가가 광주에서 조우한다.

이강하미술관은 5·18광주민주화운동 40주년을 맞아 특별전으로 '푸른 상처, 별의 공존'을 6월30일까지 진행한다. 이번 전시는 1980년 5월 조선대학교 재학 중 시민군에 참여했던 고 이강하 작가와 1980년 중후반 다양한 매체와 결합해 한국 민중미술의 또 다른 방향성을 제시한 손기환 작가가 경험한 '1980-2020년, 오월 40년의 기억과 작품 세계'를 담은 특별한 자리다.

1980년 시기를 다른 지역에서 출생. 작품 활동 했던 두 작가는 근현대사를 배경으로 민주화와 자유에 대한 열망을 결이 다른 작업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다양한 민중미술의 확장성을 제시하고 있다.

이번 전시에 참여하는 손기환 작가(상명대학교 교수)는 1985년 '한국 미술, 20대의 힘' 전에 박불똥, 박진화, 손기환 3인 작가로 참여했다. 당시 전시는 경찰이 난입해 '타! 타타타타타타' 작품을 훼손하고 압수한 사건으로도 유명하다. '타! 타타타타타타'를 경찰에 압수당한 손 작가는 이내 동일 작품을 1주일만에 완성했고, 현재 서울시립미술관에 보관돼 있다. 원작은 우여곡절 끝에 손 작가의 품으로 돌아갈 수 있었다.

'푸른 상처, 별의 공존'전에서는 손 작가의 '타! 타타타타타타'의 원작이 전시된다. 이 작품은 무장헬기의 굉음 소리를 나타낸 의성어로 청각과 시각적 기억의 이미지를 조합해 한국적 팝(Pop)적인 요소가 담겨있는 것이 특징이다. 평화로운 농촌에 헬기가 떠있고, 그 속에서 군인들이 미사일처럼 떨어지는 모습을 그린 이 작품은 1980년 5월을 형상화한 작품으로 해석되면서 화제를 모았다.

전시 오프닝에서 손 작가는 "실제로 광주의 모습을 그린 것은 아니었는데, 평론가와 미술기자들에 의해 그렇게 해석이 됐다"면서 "이 작품은 518광주민주화운동에 더 관심을 갖게된 계기가 됐고, 이후 광주에 빚을 갚는다는 심정으로 작품활동을 하게됐다"고 설명했다.

남도의 풍경 속 리얼리즘 화풍을 보여주었던 무등산 화가 고 이강하 작가는 1980년대 비공개한 목판화 '오월'이 전시된다.

이강하미술관 관계자는 "이번 민주화운동 40주년 특별전시회는 아직도 오월의 밝혀지지 않은 진실과 밝혀진 진실 변곡점 사이, 역사와 기록의 예술에 대한 책임과 의무로 기획하게 됐다"면서 "우리 안의 오랜 시간 침체 된 설움과 아픔 속에서 살아온 사람들의 40년 염원은 푸른 멍 자국처럼'푸른 상처'로 남아 있으며, 어느 한 사람의 희생이 아닌 민주화를 되찾고자 했던 수많은 별들의 희생으로 우리는 현재를 공존하며 살아가고 있다"고 기획 의도를 밝혔다.

이강하 작 '오월-2'

박상지 기자 sangji.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