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일보]100년 전 국악의 아름다움, ACC서 피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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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
[전남일보]100년 전 국악의 아름다움, ACC서 피어나다
내달 7일까지 ‘최고의 소리반’
국립국악원 협력 기획전 선봬
임방울 등 당대명창 음원공개
매주 수 전시연계 상설공연도
  • 입력 : 2024. 03.12(화) 15:02
  •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
임방울 적벽가 공연 실황 녹음 릴테이프와 채보 자료들. ACC제공
100년 전 고(古)음반에 기록된 국악을 들어보고 그 아름다움과 감동을 느껴볼 수 있는 이색 전시가 마련됐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ACC)과 국립국악원(원장 김영운)이 오는 4월7일까지 ACC 문화창조원 복합전시 5관에서 ‘최고의 소리반: 신춘에는 엇든 노래 유행할가’ 전시를 개최한다.

‘우리의 옛 소리를 담은 유성기 음반’을 주제로 열리는 이번 전시는 국립국악원이 수집한 유성기 음반 100여 점과 가사지, 사진, 신문기사 등 관련 자료를 선보이며 고(古)음반에 담긴 국악의 예술 및 문화적 가치를 소개한다.

국립국악원은 이번 전시를 위해 현전하는 가장 오래된 궁중음악 음반인 ‘조선아악’과 ‘아악정수’를 복각했다. 또한 이화중선, 임방울, 김소희 등 당대 명창의 소리를 보다 생생하게 들어볼 수 있도록 복각한 디지털 음원 150여 점을 공개한다.

전시는 유성기 음반과 관련 자료를 감상할 수 있는 전시실과 관객이 복각된 음원과 LP를 체험할 수 있는 감상실로 구성했다. 이 공간에서 관객은 디지털로 복각된 유성기 음반의 음원 150점과 관련 영상 및 자료를 직접 선택해 감상하고, LP를 다뤄보는 등 아날로그 음향기기를 체험해 볼 수 있다.

전시 1부 ‘최초 소리기록’에서는 최초 소리를 기록하고 재생했던 기계인 유성기와 음반의 역사를 소개하고 의의를 살펴본다. 1877년 에디슨이 만든 원통형 왁스 실린더는 소리를 직접 기록하고 바로 듣기에는 편리했으나 원통 실린더의 내구성과 보존성이 떨어지는 단점을 갖고 있었다. 이후 1888년 베를리너가 원반을 매체로 이용하는 그라모폰을 개발하는데 제작 공정이 까다롭지만 원반의 재질이 단단하고 보존성이 좋았다. 결국 베를리너 평원반 제작방식의 유성기가 대중화됐고 감상용 음악을 음반에 담고 판매하는 음반시장이 형성됐다.

2부 ‘최고의 가치’에서는 조선 궁중음악인 ‘조선아악’이 기록된 유성기 음반과 관련 자료를 공개한다. 일제강점기라는 시대적 고난 속에서도 기록돼 현대까지 전해지는 우리나라 궁중음악의 문화적 가치를 알아본다. 1928년 녹음한 ‘조선아악’은 우리나라 최초 전기 녹음 방식을 사용해 마이크로폰으로 녹음한 궁중음악 첫 번째 음반이다.

3부 ‘최고의 인기’는 1920~30년대 대중에 사랑 받았던 ‘춘향전’을 다루며 시에론, 콜롬비아, 빅터, 오케 등 유명 음반회사에서 발매한 음반과 시기별 변천 과정을 소개한다. 1920~30년대 ‘춘향전’은 협률사, 광무대 등과 같은 극장의 설립, 창극이라는 새로운 공연물의 흥행으로 대중 인기를 끌면서 여러 음반사에서 전집으로 발매됐다. 창극식 ‘춘향전’ 음반으로는 1926년 일축조선소리반, 1934년 시에론과 콜롬비아, 1937년 빅터와 오케 ‘춘향전’ 등이 있다.

4부 ‘최고의 스타 명창’에서는 송만갑, 이동백부터 이화중선, 임방울, 박록주 등 당대 스타 명창들의 사진과 관련 기록들을 만나볼 수 있다. 전기 녹음 이후 대량 제작과 대중적 판매를 시작한 유성기 음반은 1927년 개국한 경성방송국과 함께 강력한 대중매체의 역할을 했다. 명인·명창은 극장 공연뿐 아니라 음반 취입과 방송 출연을 하며 큰 인기를 누렸다. 춘향이가 옥중에서 이도령을 그리워하며 부른 노래로 일명 ‘옥중가’라고도 불리는 ‘쑥대머리’, 1957년 9월 21일 국립국악원 일소당에서 진행된 ‘적벽가’ 완창 공연 실황을 녹음한 릴테이프 등이 주요 전시작이다.

5부 ‘국창 임방울의 음반’에서는 호남권 대표 국창이자 당시 음반 판매 20만장을 기록했던 임방울의 소리와 음반을 다루며 그의 탄생 120주년을 기념한다.

전시와 연계한 공연도 열린다. 전시 기간 동안 매주 수요일 오후 7시 명창 주소연, 김명남, 하선영, 허애선의 ‘심청가’, ‘흥보가’, ‘춘향가’를 들려준다. 공연은 해당 날짜와 시간에 전시실을 방문하면 누구나 감상할 수 있다. 관람료는 무료.

이강현 국립아시아문화전당장은 “이번 전시는 국립국악원과 첫 협력 전시로 수도권에 집중된 우수한 콘텐츠를 광주지역에서 선보여 지역민의 문화향유 기회를 확대한다는데 의미가 깊다”면서 “많은 국악인을 배출했던 문화예술 중심지 광주에서 국악의 가치를 공유하고 확산시킴으로써 아시아 문화 발전의 토대가 마련되길 기대한다”라고 말했다.

김영운 국립국악원 원장은 “전시를 통해 고(古)음반에 담긴 옛 소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연구와 활용이 되길 바란다”라고 말했다.
ACC 최고의 소리반 포스터
도선인 기자 sunin.d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