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영청은 임진왜란 뒤 훈련도감, 금위영과 함께 설치된 삼군문(三軍門)의 하나로 최정예 야전군이었다. 국왕의 친위부대인 어영청은 조선시대 가장 군기가 센 부대로 꼽혔다. 조선 말기로 오면서 어영청은 양반 자제들로 구성된 지휘부가 들어서면서 군대다운 모습이 사라졌다. 간부들은 술과 여자에 빠진 오합지졸이 됐고, 군기가 빠진 병사들도 그런 분위기에 합세했다. 오죽하면 백성들에게 '어영은 군대도 아니다, 어영부영이다'는 조롱까지 받게 됐을까.
우리가 살아가는 세상은 냉혹하다. 어영부영이 통하지 않는다. 그래서 기업인이든 자영업자든, 직장인이든 실업자든 어영부영 하고 싶어도 할 수 없는 게 우리네 현실이다. 그런데 도 주위를 살펴보면 어영부영이 판을 치는 사례가 자주 목격된다. 개원 직후 '개점휴업' 상태에 빠진 21대 국회의 모습이 더욱 그렇다. 지난 5일 어렵사리 본회의를 열어 의장단을 선출한 국회는, 원구성 법정시한인 지난 8일을 넘겨 대립을 이어가고 있다.
여야 국회의원들은 지난 4·15 총선에서 한목소리로 변화와 혁신을 외쳤다. 20대 국회처럼 '동물국회', '식물국회'를 되풀이하지 않겠다고 장담했다. 막상 국회 개원 이후 그들의 모습은 어떤가. 법사위원장을 누가 맡느냐를 놓고 여야가 대치하면서 원 구성을 하지 못한 채 아까운 시간만 흘려보냈다. 말 그대로 '어영부영 국회'다. 더불어민주당이 15일 단독으로 6개 상임위원장 선출 절차를 밟았지만, 뒷맛이 개운하진 않다.
'일하는 국회'에 대한 국민적 염원을 등에 업은 21대 국회는 이제라도 제 역할에 충실해야 한다. 코로나 실물경제 위기 등에 대응하기 위한 3차 추가경정예산 처리와 민생 입법이 시급하다. 지금 21대 국회의원들에겐 어영부영할 시간이 없다.
박성원 기자 swpark@jnilbo.com sungwon.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