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대국본의 실질적 지휘자는 전 목사이고 김 전 총재는 '얼굴마담'에 불과하다. 전 목사는 집회에서 "위대한 김경재 대회장 맡아줘서 감사하다. 나는 재판을 받고 있어서 못한다. 대한민국의 원로 지도자들 대회장 맡겠다는 사람 없었다. 그러나 김경재 총재님이 반드시 해주겠다고 나섰다. …김경재 총재에게 뜨거운 박수 부탁한다."고 말하면서 함께 손을 들어 올리기도 했다. 김 전 총재는 코로나19 확진으로 치료를 받고 있는 전 목사를 대신해 지난달 31일 광화문 광장에서 국민대회 보고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그가 대리인에 불과할지라도 이번 광화문발 코로나19 확산에 대한 책임이 가볍지 않다.
젊은 날의 김경재는 투사였다. 여수에서 태어난 그는 순천고를 거쳐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대학 시절에는 뛰어난 언변을 바탕으로 학생운동을 주도했다. 박정희 정권의 탄압으로 미국에 망명한 그는 박사월이란 필명으로 김형욱 회고록을 집필하기도 했다. DJ의 공천을 받아 순천에서 15·16대 지역구 국회의원을 역임한 그는 한때 노무현 전 대통령을 지지했으나 반노로 돌변해 저격수가 된다. 2012년 제18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한화갑, 한광옥 등 동교동계 인사들과 함께 새누리당 박근혜 후보를 지지했고, 박근혜 대통령의 홍보특별보좌관을 지냈다. 2016년에는 보수단체인 한국자유총연맹 회장에 당선된다.
김경재를 만나 본 사람들은 그가 총명하고 날카로운 사람이라는 인상을 받았다고 기자에게 말했다. 학벌도 좋고 국회의원도 두 차례나 했다. 그러나 나이가 들어서는 좌충우돌하고 변절 논란으로 '노추'라는 비난도 받고 있다. 재승박덕. 그를 한 마디 사자성어로 집약한다면 이 표현이 가장 어울린다. '대국본' 대회장 김경재처럼 세상을 살아서는 안 된다는 것을 우리는 이번에 또 배운다.
박상수 주필 sspark@jnilbo.com
박상수 기자 sspark@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