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11-4> 제2의 개야도 사건 막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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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일주이슈 11-4> 제2의 개야도 사건 막아야
정의당 원내대표 강은미
  • 입력 : 2020. 11.08(일) 18:15
  • 편집에디터
강은미 정의당 원내대표가 지난 10월15일 국회에서 열린 대표단 회의에 참석,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뉴시스
21대 국회 첫 번째 국정감사가 지난주 국회운영위원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이번 군산 개야도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사례는 지역 차원에서 '이주민인권네트워크'를 구성해 농어업 등에 종사하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침해 사례를 수집하고 관련 지원 및 대응을 하던 곳에서 의원실을 찾아 함께 대안을 모색해 보는 과정에서 확인하게 됐다.

군산 개야도 사례는 전체 이주노동자의 실태의 한 부분일 뿐 평소 다양한 사례를 통해 이주민들이 열악한 환경에서 일하고 생활하고 있는 점에 대한 고민이 많던 차였다.

E-9-4 취업비자로 2014년 6월 입국해 일을 하다가 2019년 8월 성실근로자로 다시 입국한 아폴리(34)씨는 동티모르 출신이다. 그는 작년 8월23일부터 월190만원에 가두리 양식장에서 일을 하기로 근로계약을 체결하고 군산 개야도에 들어왔다. 하지만 그는 사업주가 선주로 있는 어선에서 봄부터 여름까지는 꽃게, 주꾸미, 멸치, 전어를 잡았고, 가을부터 봄까지는 김양식장에서 일을 했다. 하루 평균 15시간 거의 쉬지 않고 일을 한다. 개야도 이주노동자들은 자유롭게 출도를 하지 못한다. 통장 등 모든 것을 사업주가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매표소에서 사업주에게 출도 허락을 물어보기 때문에 사실상의 자유이동이 제한돼 있었다.

아폴리 씨의 사례를 통해 가늠해 본 군산 개야도를 비롯한 이주노동자들의 노동인권 침해가 심각한 수준이고, 불법적 인력운영과 저임금 장시간 노동, 통장 압수, 임금체불 등 인권침해가 이루어지고 있어 노동부의 광범위한 도서지역 특별근로감독과 근본적 해결방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판단했다.

현재 실태를 밝히고, 관련 당국에 대안을 촉구하기 위해서 국가위원회 '어업 이주노동자 인권실태 모니터링 결과보고서' 중 1차 현장 모니터링 결과를 입수했다. 1차 모니터링은 지난 7월6일부터 7월9일까지 개야도 및 고군산군도 등 서해안 섬 지역의 고용허가제 어업 이주노동자 63명(개야도 49명, 고군산군도 14명)을 대상으로 실시됐다(설문 당시 개야도 어업이주노동자 약 150명 추산됨).

가장 먼저 노동조건을 살폈다. 하루 평균 노동시간 12시간, 휴식시간 0.7시간, 한 달 평균 휴일 0.1일으로 월 평균 노동시간은 359.9시간이었다. 1년 내내 휴일이 하루도 없다는 응답이 90.5%였고, 87.7%는 비가 오거나 태풍이 와서 배가 안 떠도 옥상에서 그물 손질 등 다른 일을 한다고 답했다. 노동시간 대비 월 최저임금은 최소 309만1541원이었으나 실제 받고 있는 월 임금은 187만9742원이었다. 임금을 늦게 지급하는 경우가 54.0%, 불규칙하거나 계약보다 낮게 지급하는 경우는 17.5%, 아예 임금을 받지 못하는 경우도 14.3%에 달했다.

선주가 여권, 외국인등록증을 가지고 있는 경우도 6건, 특히 통장을 선주가 가지고 있는 경우도 23건이나 됐다.

구체적인 인권침해 상태도 확인해 보았다. 욕설과 폭언(44명, 69.8%), 본업이 아닌 밭일이나 집안일 강요(17명, 27%), 외출 또는 출도 제한(14명, 22.2%), 조업 중 식사 미제공(5명, 7.9%) 순이었다. 이 과정에서 국정감사 증인으로 출석한 아폴리씨가 통역을 동반한 질의, 응답을 진행하는 과정에서 유독 '초코파이'라는 단어를 알아듣고, 대답하는 장면이 언론을 통해서 집중 보도됐다.

농업이나 어업에 종사하는 개야도 등 이주노동자들의 실태는 노동부와 한국산업인력공단 등 국가기관이 외국인고용허가제란 이름으로 '현대판 노예' 내지는 '인신매매' 수준의 취업알선을 행하는 것과 같다고 생각했다.

당일 국정감사 장에서는 질의 시간 부족으로 미처 상영하지 못했지만, 이주노동자들에게 가해지는 폭언 영상과 폭행 피해 사진도 다량 확보하고 있었다.

국정감사 직후 개야도를 비롯한 이주노동자 인권침해 실태가 밝혀지자, 관련 사업주와 지역 언론 등에서 이와 관련한 항의와 문제의 본질을 흐리는 내용이 드러나기도 했다.

개야도 사례로 살펴본 이주노동자들의 인권 침해 상황은 특정 지역의 문제라고 보기는 어려웠다. 다만, 이 지역이 많을 때는 전체 1/3 수준의 규모의 이주노동자가 밀집되어 있었던 점, 이주노동자 인권 보호를 위한 시민사회의 지속적인 관심 등이 국가인권위원회의 조사를 이끌어 낸 지점 등이 국정감사를 통해 조명된 것이다. 향후 이주노동자의 권리구제 진정 시 권리를 보장할 수 있는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필요하다는 점, 도서지역 어업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관계법 위반과 인권침해에 대한 철저한 조사와 엄중한 조치가 결국 재발 방지 대책의 최선이 될 것이라는 점을 거듭 지적하고 싶다.

우리가 누군가의 인권 침해를 방치하는 순간, 우리의 인권도 침해될 수 있다는 점을 모두가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란다.

편집에디터 edit@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