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안의 '1004의 섬' 가운데 비금도는 '섬초'와 '천일염'으로 유명하다. '비금 섬초'로 전국 시금치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비금도가 천일염의 발원지로 알려져 매년 수 십억 원의 농가 소득을 올리고 있다. 신안 비금의 명실상부한 '명품 농산물'로 꼽힌다.
신안 비금이 섬초와 천일염을 명품 농산물 반열에 올린 데는 농가의 땀과 노력, 때묻지 않은 자연환경이 최상품의 농산물을 만드는 원천이 되고 있다.
명품 농산물로 자리 잡기 위한 숨은 노력도 존재한다. 농촌의 고령화, 섬지역 열악한 물류 체계를 극복하고 전국에서 명성을 얻기까지 '신안 비금농협'의 역할도 한몫했다.
신안 비금농협이 손해를 무릅쓰고 농가가 생산한 농산물의 '제값 받기'를 통해 농가에 힘을 북돋아주면서 고품질 생산을 지속 가능하게 했던 게 가장 큰 비결로 꼽힌다.
붕괴 위기의 농촌을 지탱하고 있는 신안 비금농협 최승영 조합장으로부터 '농협의 존재 이유'를 직접 들어봤다.
●하나도 아닌 둘씩이나…섬초·천일염 '최고'
신안 비금에 칼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겨울이 찾아오면 비금의 보물인 '섬초' 수확이 한창이다. 전국 시금치 생산량의 40%를 차지할 만큼 주산지로 꼽힌다.
최승영 조합장은 "서울 가락동 시장에서 비금섬초가 운송돼야 시금치 경매가 시작될 정도로 전국 시금치 시장을 움직인다"면서 "시금치를 외지 상인들이 헐값에 사 가는 것을 막고자 우리 농협이 전략 수매해 유통하고 있다"라고 전했다.
신안 섬초가 최상품으로 꼽히는 이유는 "게르마늄 성분이 듬뿍 담긴 섬초는 황토밭 등에서 눈, 비, 해풍을 맞고 자라 신선도가 1주일 이상 유지된다. 당도가 높고 잎이 두껍고 부드러워 씹는 미감도 좋다"라고 최 조합장은 말했다. 특히 뛰어난 풍미와 영양에다 '섬초'라는 독특한 브랜드 파워까지 결합한 게 전국 시장 석권의 비결로 꼽힌다.
신안 비금도는 천일염으로도 유명하다. 1946년 국내 천일염전의 역사가 시작된 곳이 바로 신안 비금도이다. 현재 비금도 천일염의 발원지 대동염전(1호 염전)은 2007년 11월 등록문화재 제 326호로 지정됐다.
비금농협은 신안천일염 생산자 협동조합과 mou를 체결하고 위탁판매를 주고 있다. 가공소금이 아닌 원료를 그대로 말려 이물질을 걸러낸 뒤 가는소금과 굵은소금으로 나눠 포장해 판매되고 있다. 최 조합장은 "비금 천일염은 다른 소금보다 물에 잘 녹는 특징 때문에 식당 등 조리용으로 인기가 높다"라고 설명했다.
신안 비금농협은 1400여 조합원 가운데 섬초는 670개 농가에서 700ha, 3400톤을 생산해 연간 90억 원의 농가 소득을 얻고 있다. 천일염도 220개 농가, 420ha 면적에서 4만5000톤 가량을 생산 연간 70억 원의 매출을 거둔다.
●손해 보더라도 "농가 제값받기"일조
신안 비금의 섬초와 천일염이 전국 명품 농산물로 자리 잡은 데는 비금농협의 '농가 수익보장'을 우선하면서다.
비금농협은 1993년부터 섬초 위탁판매사업을 하고 있다. 농협이 유통을 전담하고 판매액 중 수수료(3~3.5%)를 제외한 전액을 위탁 농민의 통장으로 입금하는 방식으로 '전량 수탁사업'을 시작했다. 그 덕분에 농민에게 가장 많은 이익이 돌아가는 유통사업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유통사업 시작 이전에는 40㎏들이 시금치 한 상자 값이 2만 원이었지만 현재는 조생종이 10kg 박스에 7~8만 원 정도이며, 평년 기준 5만 6000원의 가격이 형성된다는 게 최 조합장의 설명이다.
비금농협의 네이밍 사업으로 통해 섬초의 고급 브랜드화도 이뤄냈다. 비금농협은 1996년 3월 '섬초'라는 고유 상표로 출원 등록했다. '섬초'는 비금도에서 재배되는 시금치를 일컫는 명칭이다 하지만 유사 상표가 나오면서 다시 2016년 '비금섬초' 상표등록을 했다. 천일염도 비금농협 '본 솔트' 브랜드로 시장에 판매되고 있다. 소포장 선물세트 등을 개발하는 등 판로 다각화에 나서고 있다. 공직자 출신인 최승영 조합장 취임 이후 달라진 변화이다.
특히 최 조합장은 "농협이 손해를 보더라도 농가에 단 1원이라도 더 수익이 나도록 해야 한다"라는 말을 강조했다.
그는 "섬초의 경우 올여름 긴 장마와 잦은 태풍으로 작황이 좋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면서 "하지만 평년 수준 이상의 수매가로 전량 매입할 계획이다"라고 설명했다.
천일염도 마찬가지이다. 2016년부터 3년간 가뭄이 들면서 천일염 생산이 크게 늘면서 가격 폭락을 겪기도 했다. 이때도 비금농협은 조합원에게 덜 손해가 가도록 힘쓴 덕에 꾸준히 고품질 천일염을 생산하는 버팀목이 되고 있다는 평가이다.
최 조합장은 "그때를 생각하면 암담했다. 천일염을 어떻게든 팔아보려고 제주에서 열린 연 매출 70억 원 이상 낸 하나로마트 행사에 '5분 홍보'하려고 달려간 적도 있다"면서 "소금창고에 산처럼 쌓인 소금 20kg에 1800원까지 내려갔다. 한대 마진이 50원 남길 정도였다. 그래도 일반 상인보다 비싸게 사서 소금을 팔아줬다"라고 회상했다.
올해 천일염은 20kg 기준 1만 원 규모로 수매가 이뤄지면서 가격 안정화되고 있다.
최 조합장은 "수매 가격뿐 아니라 비금에서 생산되는 모든 농산물도 마찬가지이다"면서 "포장 박스, 종자대금, 드론 방제, 토양검사뿐 아니라 80세 이상 조합원의 생일까지 챙겨주고 있다"라고 자부했다.
최 조합장은 끝으로 "임직원 모두의 노력으로 비금농협이 지난해 '농가 소득 5000만 원 달성'노력으로 중앙 회장 감사패를 받았다"라고 환하게 웃음 짓는 모습에, 농협의 역할을 다시 한번 일깨워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