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류와 가금류의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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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인류와 가금류의 차이
  • 입력 : 2021. 01.28(목) 17:01
  • 이기수 기자
이기수 사진
최근 달걀 한 판 가격이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2~3000원이 오른 6~7000원대에 판매되고 있다고 한다. 이처럼 가격이 폭등하자 대형마트에서는 '사재기'를 방지하기 위해 구매 수량에 제한을 두고 있다. 이처럼 '금(金)란'이 된 이유는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 때문이다. AI 확산에 따라 산란 닭 살처분과 일시 이동 중지 명령으로 수급에 차질을 빚으면서 나타난 현상이다.

한국 시민들은 현재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병(코로나)19와 법정 가축전염병인 AI 대유행속에 살아가고 있는 중이다. 이 과정에서 대응 방식은 하늘과 땅 차이다. 미증유의 코로나19가 창궐하자 한국 정부는 세계인이 주목하는 'K방역'을 창조해내고 초피드로 개발된 예방 백신을 긴급 수입해 위기를 벗어나려하고 있다. 반면 AI 대한 대응은 한 발도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올 겨울에도 전남에서는 8개 시·군에서 15개 닭과 오리 등 가금(家禽)농장이 고병원성 AI 확진 판정을 받아 250만 수가 살처분됐다.

여기서 살처분이란 전염병 확산을 막기 위해 AI 확진 농가뿐만 아니라 확진 농가로부터 반경 3㎞ 이내 농가의 가금을 모두 생매장하는 것을 말한다. 이는 현재의 국내 AI 방역 규정 때문이다. 이와 관련 전남도의회가 이달 26일 살처분이 능사가 아니다며 백신 개발 등 정부에 근본 대책 마련을 촉구하는 결의안을 채택했다. "비과학적이고 무모한 동물 대학살이고 축산업 생태계를 파괴하는 행위이며, 소비자에겐 축산물 가격 폭등으로 가정 경제에 타격을 미치는 무책임한 행위"라고 정부 당국을 직격했다.

2003년 국내에서 처음 발생한 AI는 2년에 한 번꼴로 발생하고 있다. 이는 한국이 수많은 철새 이동로의 중간 기착지인 점과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 전세계에는 대륙에 따라 여덟개의 철새 이동로가 있는데, 한국은 호주에서 시작해 러시아~알래스카로 이어지는 '동아시아~대양주 철새 이동로'의 한 가운데에 위치해 있다. 특별한 방역 대책이 없이는 AI 발생이 되풀이 될 수밖에 없는 구조다. 특히 AI는 중국에서 인간에 전염돼 사망자가 다수 나온 사례가 있어 인류를 위협할 수 있는 존재다. 이 점이 현재 인간 전염을 막는다는 취지로 살처분이 이뤄지고 있는 이유이자 백신 개발이 더딘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코로나 19 시대는 인수공통 감염병이 야생동물로부터 올 수 있고 재앙이 될 수 있다는 것을 모두에게 주지시켰다. 동물의 존엄성이 무너지면 사람의 생존까지 위협받을 수 있다는 교훈을 큰 비용을 치르며 배우는 중이다. 이제는 정부가 AI에 대한 K방역 대책도 내놓기를 기대한다. 이기수 논설위원



 



이기수 기자 kisoo.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