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석대>한 표의 가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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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한 표의 가치
김성수 논설위원
  • 입력 : 2025. 06.03(화) 21:07
‘천하우락재선거(天下憂樂在選擧)’. 세상의 모든 걱정과 기쁨은 올바른 선택에 달렸다는 뜻이다. 조선 후기 실학자 최한기가 남긴 이 말은, 오늘 우리가 목격한 대통령 선거 결과를 되새기기에 더없이 적절한 문장이다. 유례없는 국정 공백 속에서 치러진 이번 조기 대선은 단지 권력 교체를 넘어, 공동체 전체가 새로운 방향으로 나아가겠다는 국민적 의지의 표현이었다. 오늘의 선택은 곧 대한민국이 위기 앞에서 내딛는 첫걸음이자, 역사에 남을 이정표가 됐다.

이번 대선은 그 자체로 여러 상징을 품었다. 정치에 대한 실망과 무관심, 갈라진 여론과 불신의 늪을 넘어 다시 한번 ‘선택’을 통해 방향을 잡은 국민의 집단적 결정이자, 민주주의의 회복력에 대한 증명이기도 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헌정사상 두 번째 비상상황 속에서도, 국민은 흔들림 없이 제도적 절차를 따라 국민의 권리를 행사했다. 이번 대선에서 차기 대통령이 다시 50%선을 돌파하며 과반 지지를 얻었다. 민주화 이후 역대 가장 높은 수치다. ‘국민 통합’에 필요한 투표의 힘이다.

그 선택의 무게는 결코 가볍지 않다. 중앙정부가 향후 5년간 운용할 예산은 약 3366조 원에 달하고, 지방정부와 공공기관까지 포함하면 새 정부가 좌우할 공적 재정은 9500조원에 이른다. 유권자 수로 나누면, 한 표의 가치는 7584만원 이상이다. ‘정치는 현실’이라는 말은 단지 수사가 아니다. 오늘 우리가 던진 한 표는 우리의 일상, 경제, 일자리, 교육, 복지, 외교, 국방에 이르기까지 삶의 전반을 설계하는 선택이었다. 숫자 이상의 상징성과 책임이 응축된 결정이다.

6월 3일 던진 한 표는 그 자체로 분수령이며, 이 나라가 어디로 향할지를 가늠하는 기준점이 됐다. 대통령 한 사람을 바꾸는 것이 아니라, 정치와 권력의 방향성을 통째로 바꾸는 계기가 마련된 것이다.

정치가 신뢰를 잃었다는 말은 이제 낡았다. 중요한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치에 책임을 물을 줄 아는 시민의 태도이며, 이번 선거는 그 가능성을 다시 증명해냈다. 공동체의 운명은 리더 한 사람에게 달린 것이 아니라, 올바른 리더를 선택할 줄 아는 시민 전체의 집단지성에 달려 있음을 우리는 다시 확인했다. 투표는 끝났지만, 정치적 책임과 감시는 이제부터 다시 시작이다.

천하우락재선거. 오늘 국민이 만든 결과는 단지 대통령 한 사람을 뽑은 것이 아니다. 불안정한 시대를 정면으로 마주하며, 이 나라가 나아갈 길을 스스로 선택한 일이다. 오늘, 이 위기의 한복판에서 우리가 던진 한 표는 곧 희망이고, 해답이며, 출발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