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리배출 시행 한달… 일괄수거로 제도 취지 무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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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복지
분리배출 시행 한달… 일괄수거로 제도 취지 무색
재활용업체, 마구잡이 수거 ||선별장서 재분류로 이중고||수거업체의 대안 마련 절실||
  • 입력 : 2021. 02.08(월) 16:47
  • 조진용 기자
롯데음료가 출시한 라벨지가 없는 생수제품. 롯데음료 제공
지난해 말부터 투명페트병 분리배출이 시작됐지만 반쪽분리수거에 그치고 있다. 일부 국내기업의 라벨지 없는 투명페트병 사용 동참과 각 가정마다 투명 페트병 분리배출이 시행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률이 높아질 것이란 기대와 달리, 수거과정에서 다시 유색·무색(투명) 플라스틱 재활용품이 혼합되는 재활용 업체의 일괄 수거방식을 택하고 있어서다. 정부의 플라스틱 재활용 정책이 '헛수고'로 끝나는게 아니냐는 지적이다. 분리배출된 유색·무색 플라스틱을 분리해 수거하지 않고 마구잡이식으로 혼합해 수거차량에 싣는 재활용 업체에 대한 계도가 시급하다. 정부 역시 요일제 배출 등 다각적 노력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다.

●투명 플라스틱 분리 노력 '헛수고'

정부가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해 지난해 12월 25일부터 투명 페트병 분리수거를 시행하고 있다. 정착단계지만 많은 가정에서 동참하면서 플라스틱 재활용이 향상될 것으로 기대가 모아지고 있다. 기업들의 플라스틱 사용량을 줄이고 분리수거가 편리하도록 라벨지 없는 페트병 제품 생산에 나선 것도 힘을 보태고 있다. 지난달 26일 롯데음료는 라벨이 없는 자체 생수제품을 출시했고 28일 코카콜라사는 라벨이 없는 탄산음료 제품을 출시했다.

문제는 기업의 동참과 가정에서 분리배출된 투명 페트병이 재활용 업체로 수거되는 과정에서 다시 뒤섞이면서 유색·무색 플라스틱의 분리 배출이 무색해지고 있다. 재활용 업체 측은 공동주택 등에서 분리배출된 플라스틱을 한꺼번에 수거하는 일괄 수거방식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히고 있다. 이렇게 수거된 플라스틱은 선별장에서 다시 재분류하는 이중 일을 하고 있는 실정이다.

실제 지난 3일 찾은 북구 대촌동에 있는 북구 재활용 선별장에서는 유·무색 플라스틱이 뒤섞여 재분류 작업이 이뤄지고 있었다. 20명의 직원들이 유·무색 페트병을 선별하는 모습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 업체는 한달 평균 920톤, 하루 30여톤의 재활용쓰레기를 수거하고 있다.

다른 선별장도 비슷한 모습이었다. 북구 월출동 미래환경 재활용센터에서도 18명의 직원들이 혼합된 플라스틱 선별에 나서고 있었다. 한 달 평균 1500톤, 하루 50여 톤을 수거하는 실정이다. 가정에서 선별된 투명 플라스틱이 수거과정에서 유색 플라스틱과 섞이면서 결국 플라스틱 재활용률을 높이기 위한 정부의 투명 페트병 분리 제도 시행 이전으로 회귀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재활용센터 관계자는 "아파트 등에서 내놓은 수거된 플라스틱 마대자루를 일괄 수거했을 뿐"이라고 했다.

●수거방식 대안 마련해야

재활용 수거 과정은 가정 내(공동주택, 단독주택) 분리배출 → 재활용업체 수거 → 선별작업 →분쇄 →원료사용으로 나뉜다. 가정의 분리배출→재활용 업체 수거 단계에서 문제가 발생한 만큼, 정부의 개선마련과 수거업체 계도정책이 시급하다는 지적이다.

서구 화정동 주민A(65)씨는 "재활용 수거업체는 톤 당 수거 비용 일부를 국가로 부터 보조금을 받는 것으로 알고 있다. 보조금을 더 받기 위해 일괄 수거방식을 하고 있는것인데 정부 탓 할게 아니라 수거업체가 분리배출한 유색 페트병과 투명 페트병을 구분해 수거하면 해결될 일인데 아쉽다"고 꼬집었다.



환경전문가들은 문제점인 일괄 수거방식의 대안책으로 제주도에서 시행되고 있는 클린하우스 요일별 배출제를 도입할 필요가 있다고 제안했다.

최지연 광주 환경운동연합 사무처장은 "일괄수거방식 문제점의 대안책으로 2017년부터 시작된 제주도 클린하우스 요일별 배출제를 따라해 볼 필요가 있다. 이 제도의 특징은 재활용품을 요일별(월요일, 수요일, 금요일, 일요일 플라스틱류, 화요일, 목요일, 토요일 종이류)로 배출하고 있다는 점이다"며 "제주도 사례를 활용해 투명페트병과 유색페트병 배출 요일을 구분해 배출하도록 하는 시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조진용 기자 jinyong.cho@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