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용환 문화체육부장. |
1986년 잉글랜드와 아르헨티나가 맞붙은 멕시코 월드컵 8강전. 0-0의 팽팽한 균형을 이루고 있던 경기는 후반 6분, 아르헨티나의 축구 신동 마라도나가 극적인 헤딩슛을 성공시키며 깨졌다. 하지만 이골은 피터 쉴튼 골키퍼와 함께 뛰어오른 마라도나가 의도적으로 손을 사용해서 넣은 골이었다. 결국 주심은 골을 인정했고 아르헨티나는 4강에 진출했다. 마라도나는 경기 후 논란이 된 첫 번째 골에 대해 "내 머리와 신의 손이 함께 했다"고 말했다. 득점 과정에서의 반칙을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월드컵 역사상 대표적인 오심사건으로 꼽히는 '신의 손' 파동이다.
스포츠 세계에서 심판의 잘못된 판정은 흔히 볼 수 있는 일이다. 당장 지난 2002년 우리나라에서 열렸던 월드컵은 포르투갈과 이탈리아, 스페인 등 전통의 강호들이 오심에 희생당한 악명높은 대회였다. 주최국인 대한민국이 4강까지 진출하는데도 심판의 잘못된 판정의 도움이 컸다. 2006년 독일 월드컵에 16강전에서 맞붙었던 이탈리아와 호주간 경기나 1982년 스페인 월드컵에서 스페인과 유고슬라비아간 조별 예선도 '심판의 도움'이 승패를 가른 스포츠 역사상 수치스러운 경기였다. '이게 축구냐'는 팬들의 비난도 일상이었다.
인간의 착시가 있는 한 오심은 자연스런 현상이다. 대부분의 오심도 심판의 눈이 선수와 공의 빠른 움직임을 따라가지 못해 발생한다. 부심이 있는 축구에서마저 오프사이드 판정 착오가 10%에 이른다고 한다. 그렇다고 크고 작은 오심이 나올 때마다 판정을 번복한다면 사사건건 경기의 흐름이 깨질 수밖에 없다. '오심도 경기의 일부'라는 주장도 나온다. 최근에는 프로야구와 프로축구에서 비디오 판독 제도를 도입하면서 승부에 영향을 미치는 결정적인 오심을 대폭 줄였다.
개막 이후 2달여가 지난 프로축구 K리그가 심판의 오심 논란으로 시끄럽다. 지난달 24일 치러진 광주FC와 대구FC의 경기나 인천 유나이티드와 울산의 경기에서는 이례적으로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가 심판의 결정과 다르게 오심을 판단하기도 했다. 스포츠에서 오심은 불가항력이다. 마찬가지로 이념이나 정책도 보는 사람의 위치나 개개인의 생각에 따라 달라질 수 밖에 없다. 잘못된 판단보다 더 위험한 것은 자신은 틀리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집과 고집이다. 어디 스포츠뿐이랴마는 누구나 '틀릴 수 있다'는 겸손함과 타인을 존중하는 배려의 문화가 필요할 때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