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주이슈 32-3> "그들 희생과 민주 정신 이어가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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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주이슈 32-3> "그들 희생과 민주 정신 이어가겠습니다"
●전남대학교 박승희 정원 가보니||한달간 열사 12인 합동분향소 운영||용봉교지도 박승희 열사 정신 기려||교육계도 민주 정신 추모 분위기
  • 입력 : 2021. 05.02(일) 18:15
  • 양가람 기자
지난달 30일 전남대 백도(도서관 별관) 앞에 마련된 '열사 12인 합동분향소'에서 한 전남대생이 참배를 하고 있다.
'고 박승희 열사 30주기'를 맞아 전남대에 민주열사 12인 합동분향소가 설치됐다.

분향소에는 열사들의 민주주의 정신을 기억하는 학생들의 발길이 이어지고 있다.

2일 박승희 열사 분신항거 30주기 추모행사위원회에 따르면, 지난달 25일 설치된 '1991년 열사투쟁 12인 합동분향소'가 오는 30일까지 운영된다.

분향소는 전남대학교 도서관 별관(백도) 앞에 조성된 박승희 정원(지난해 박승희 열사 분신 장소에 기림비를 세운 곳)에 설치됐다.

박승희 열사 분신 30주기 이튿날인 지난 4월30일 오후. 박승희 정원 주위를 맴돌던 한 여성이 분향소로 천천히 걸어갔다. 여성은 분향소에 걸린 열사 12인의 사진 가운데 유독 정상순 열사의 얼굴을 한참 동안 바라보다 참배했다.

대학원생 강은하(40·교육학 박사수료) 씨는 "10살 때 버스를 타고 전남대병원 앞을 지나는데, 큰 불덩이가 떨어지는 걸 봤다. 사람들의 비명 소리가 들렸고, 나도 무서웠지만 주변에서 무슨 일인지에 대해 말해주는 이가 없었다. 지난해 전대 인문대 앞 분향소에서 정상순 열사에 대해 적힌 글을 읽었다. 그제서야 내가 그 분의 마지막 순간을 목격했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고 말했다.

주변 어른들로부터 아무런 설명을 듣지 못했던 탓일까. 강씨는 어릴 적 정상순 열사의 분신을 목격한 이후 오랫동안 트라우마에 시달렸다.

30여년 만에 정상순 열사의 이야기를 알고서야 강씨는 마음이 조금 편해지는 걸 느꼈다.

강씨는 "20여년 전 전남대생들은 4월부터 우울해 했다. 대학생 때는 화창한 봄날 캠퍼스에 울리는 추모 음악이, 그 분위기가 힘들었다. 당시에는 내 삶과 관련이 없다고 여겼던 탓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이 분들의 희생이 있었기에 우리 사회가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고 생각한다. 최근에야 정상순 열사에 대해 알게 된 것도 우연은 아닌 것 같다"면서 "우선 제 안의 생각들을 정리하고 어떻게 승화시켜 나갈지가 중요하다. 그래야 학생들로부터 열사들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내 생각을 잘 전달해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박승희 열사가 편집위원으로 활동했던 '용봉교지' 소속 학생들도 박승희 열사를 추모하며 정신 계승을 다짐했다.

정현지 용봉교지 편집장은 "과거 용봉은 전대 학생사회를 대변한다고 말할 수 있었을 만큼 규모가 크고 교지 내용이 방대했다"면서 "아직도 용봉 자료창고에 박승희 열사의 자료가 한가득 쌓여있고, 편집실에 박승희 열사 초상화가 걸려있다. 당시의 용봉 위상이나 활동들을 보면서 용봉과 박승희 열사 사이에 깊은 연관성을 느꼈다. 용봉의 선배님이신 열사님 덕분에 지금 우리의 활동도 든든한 지지를 받는 것 같다"고 박승희 열사에 대한 감정을 표현했다.

이어 "'열사의 정신'은 인류의 보편적인 가치들을 추구하고, 사회를 바꾸고자 하는 의지라 정의할 수 있다. 우리 사회의 문제를 자신의 문제로서 인식하고 학생운동을 통해 목소리를 내온 열사들의 정신을 '용봉교지'만의 방식으로 이어온 것 같다"면서 "현대사회는 형식적으로나마 민주주의를 이뤘다. 하지만 모두가 같은 정치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지에 대한 질문에는 아니라고 답할 수밖에 없다. '용봉교지'는 언론으로서 약자의 목소리가 전달되는 '공론장'을 이뤄, 열사의 정신과 민주화의 구호를 이어나가려 한다"고 덧붙였다.

지난달 24일 박승희 열사의 모교인 목포 정명여고에서 '고 박승희 열사 30주기 추모식'이 열렸다.

추모식에 참석한 장석웅 전남도교육감은 박승희 열사의 정신을 기리며 민주시민교육에 힘쓰겠다고 다짐했다.

장석웅 교육감은 "박승희 열사는 당시 고등학생 신분으로 전교조 참여교사 해직 반대 투쟁을 이끌었다. 전교조 활동을 하다 해직 당했고, 민주화 이후 복직해 전교조 위원장까지 지냈던 저로서는 그 누구보다 뜨거운 동지애를 느낀다"면서 "전남교육도 그 숭고한 뜻을 이어받아 민주시민교육에 최선을 다하겠다. 그것만이 평범하고 꿈 많은 한 여대생이 제 몸을 불살라 이루고자 했던 '희망'에 도달하는 지름길"이라고 말했다.

양가람 기자 lotus@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