끊이지 않는 잡음…광주비엔날레재단에 무슨 일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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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일칼럼
끊이지 않는 잡음…광주비엔날레재단에 무슨 일이
매회 주제전으로 현대미술 담론 생산 ||7년마다 각종 이슈로 뉴스 한복판 ||문화기관 법인화, 검열 등 파장도 커||내부갈등으로 정부-시 합동 점검, ||행정 개입 줄이고 개방성 고민을
  • 입력 : 2021. 06.13(일) 15:17
  • 이용규 기자
 



내홍을 겪고 있는 광주비엔날레재단이 '7년의 굴레'를 끊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 문화기관에서 일정 간격으로 재단의 문제가 표출돼 이슈의 중심에 서 있는 것이다. 지난해 예정된 제13회 전시를 코로나19 여파로 올해 힘겹게 마친터라 성과 이슈로 각종 매체를 장식해야할 상황인데도 내부 갈등으로 축배도 없고 김이 빠져버렸다.지금 비엔날레재단에서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문화체육관광부와 광주시의 합동 지도점검을 앞두고 있다. 점검에서는 김선정 비엔날레 재단 대표와 노조의 갈등과 관련한 전반 내용을 다룰 것으로 보여진다. '재단 조직 시스템 붕괴'와 '근무 태만'으로 맞선 양 측의 주장은 점검을 통해 실체적 진실이 밝혀질 것이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1980년 광주의 아픔을 극복하고 민주·인권·평화의 광주정신을 현대미술의 담론으로 지구촌에 발신한다는 비전으로 1995년 아시아 최대라는 타이틀과 함께 화려하게 출범했다.

 정치적 배경으로 시작했지만 세계 5대 비엔날레로 성장했고, 매회 '주제전'으로 현대미술의 이슈를 광주에서 국제적으로 소통·교류의 중심지로 자리 잡아가고 있다. 독립 민간법인이나 지원을 명목으로 행정의 개입은 지속적이다. 지원은 하되 간섭은 하지 않는다는 문화 행정의 금과옥조도 구두선에 불과해 시민단체와의 불편함도 여전히 마주하고 있다.

 비엔날레 재단발 파동이 7년 주기로 발생, 재단의 이미지와 경쟁력에 타격을 받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파동이 터질 때마다 우리 사회의 잠복한 문제를 정면으로 끌어내는 파장도 컸다. 1999년 법인화 사태를 겪고 현재 체제(111명→35명)로 세팅 이후 맞딱뜨린 2007년 신정아 감독 허위 학력사건은 취약한 재단의 '웃픈 현실'을 드러냈다. 그럼에도 각계 유명 인사들의 허위학력 고발과 고백으로 이어져 한국사회의 가짜, 허위 의식을 까발리는 계기가 됐다. 박근혜정부 시절 2014년에는 비엔날레 20주년 특별전으로 기획한 세월호 참사를 고발한 홍성담 작가의 작품 '오월세월'로 소용돌이 쳤다.

홍 씨가 작품을 철거하는 것으로 논란은 일단락 됐지만, 관치의 입김으로 광주정신은 훼손당한 채 작품 검열 문제를 우리사회에 화두로 던졌다. 이 사태로 재단 대표이사는 사퇴하고, 재단 사무처장 민간 개방, 재단 운영위원회 구성 등 개혁 방안이 제시됐다.

 올해도 재단은 지역민의 눈총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그동안 양상과는 달리 대표와 노조, 노사 관계의 갈등이다. 세계 5대 비엔날레 기관의 위상에 맞는 사안인가 의심이 들 정도다. 재단이 그간 파동 때마다 내놓은 혁신안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고 있음을 보여주는 단면이다.

 재단의 최고 미션은 전시이다. 2년마다 대표를 포함해 재단의 모든 역량을 투입해 전세계에 뜨거운 현대미술 담론을 생산하는 것이 최대 목표임을 다시 강조할 필요가 없다.

 대표는 감독을 비롯한 문화전문가들이 멋진 판을 만들어갈 수 있도록 리더십을 발휘하는 책무를 갖고 있다. 프로이기에 내·외부의 어떤 태클도 피할 수 있는 관리 능력도 덕목이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은 동네 축제 기구가 아니다. 조직과 시스템이 뒷받침이 없으면 연목구어다. 일테면 프로구단과 같은 시스템을 갖춰야한다는 것이다. 국제 기준에 맞게 생각하고 지역작가, 세계적 문화 예술기획자와 함께 작업하고 일할 수 있는 오픈 마인드가 관건이다.

 감독을 비롯한 외부 전문가는 재단 내부의 필요에 의해 받아들이는 것이다. 그들이 보따리를 풀어낼 수 있는 시스템을 제공해줘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우리만, 지역만 고집하는 폐쇄성으로는 실력있는 전문가들이 발붙이지 못한다. 광주의 문화적 토양에서 김선정 대표와의 불협화음은 예고된 수순이었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 과정에서 광주시의 문화 토양도 한번 짚고 가야 한다. 광주시가 지난해 세계적 거장인 광주시향의 김홍재 마에스트로를 계약 만료 달에야 근거없는 주변의 민원을 이유로 계약해지를 통보한 비상식적 행동에서 보듯 지역과 외부 전문가와의 괴리감을 극복할 방안을 고민해야 할 상황이다.

 광주비엔날레 재단이 새로운 대표 선임 절차에 들어갔다. 누구든지 광주비엔날레를 거쳐간 전문가들이 광주의 팬이 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됐으면 하는 바람이다. 비엔날레는 아트페어처럼 거래 실적으로 순위를 매기는 것이 아니라 비엔날레 그 자체로서 존재 이유가 있다. 광주비엔날레는 광주라는 이름의 콘텐츠로 도시브랜드를 높이는 데 노력해왔고, 현장의 자율성이 보장돼야한다.

 그렇기에 산하기관도 출연·출자기관도 아닌 광주시가 보조금 지원(13회 행사 82억)을 이유로 문체부를 앞세워 재단을 들여다 보기로 했으니, 표피적 문제만을 건드려선 안된다. 이참에 재단은 판만 벌려놓고, 거의 방치하고 있는 문화경영 마케팅 시스템도 챙겨야 한다.

 광주비엔날레재단이 세계 5대 비엔날레에 걸맞은 옷을 입고 있는지 종합적으로 들여다보는 기회가 돼야 한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