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남철 이사 |
다만 교육감 선거는 정당 공천을 배제하고 기호가 없다 보니 '깜깜이 선거'라고 혹평이 쏟아진다. 맞는 말이다. 교육철학과 정책, 그리고 비전을 갖춘 인물을 교육감으로 선출해야 함에도 전혀 그러지를 못했다. 그러다 보니 교육정책을 제대로 살피지 못하고 지자체 선거에 휩쓸려 투표를 하게 되었다. 진즉부터 교육감 선거에 대한 비판과 지적을 해 왔으나 누구도 귀 기울이지 않고, 개선하지 않고 있다. 이 얼마나 넌센스인가?
무엇보다 교사들의 정치기본권이 제약되어 전혀 선거운동을 할 수 없고, 또 교육정책에 팩트 체크를 할 수 없는 실정이다. 그야말로 교사들은 정치적 금치산자이다. 그런 상황에서 어떻게 제대로 된 교육감을 선출할 수 있을까.
박정희 군사 정권이 교원·공무원의 정치적 자유를 박탈한 후 정치적 무권리자로 살아온 세월이 자그마치 60 여 년이다. 교사는 정당에 가입하기는커녕 지지하는 후보에게 후원금을 내지도 못하며, 선거운동은 고사하고 후보의 선거공약에 대한 의견을 표현할 수조차 없다.
현직교사는 교육감 선거에 입후보할 수도 없다. SNS에'좋아요'를 누를 때에도 고발당하지 않을까 걱정해야 하는 교사의 신세는 실로 정치적 노예 신세이다.
그러나 교원·공무원 정치기본권 보장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의 요구요, 민주국가의 척도다. 그래서 현장교사들은 지선을 앞두고 교사에게만 강요되는 정치적 침묵과 굴종의 굴레를 벗어던지고자 교사선언을 했다. 오늘 우리는 국민으로서, 민주시민교육의 주체로서, 교육전문가로서, 세계 시민으로서 정치기본권을 가진 주체임을 당당히 선언한 활동에 강력 지지하며 박수를 보낸다.
먼저 교사는 공무원이기 전에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정치기본권을 가진 시민임을 인정해야 한다. 정치기본권은 국민의 기본권이다. 모든 국민은 선거권 ·피선거권과 함께 정치적 표현, 정당 가입, 선거운동, 정치자금 후원 등 정치에 참여할 수 있는 정치기본권을 보장받아야 한다. 당연히 교사도 그래야 한다. 교사는 교원 ·공무원이기 전에 국민이기 때문이다. 공무를 수행할 때에는 국민에 대한 봉사자로서 공정하게 역할을 수행해야 하지만, 근무 외 시공간에서는 기본권의 주체인 시민으로서 권리 행사가 보장되어야 한다. 교사에게 24 시간 내내 정치적 무권리 상태로 가만히 있으라 강요하는 야만의 시대를 끝내야 한다. 둘째, 교사는 민주시민교육의 주체로서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고등학교에서는 정치 못하는 교사가 정치하는 고등학생을 가르치는 웃지 못할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 최근 선거권과 피선거권은 만 18 세부터, 정당 가입은 만16세부터 가능해져 고등학생에게 참정권이 확대되었다. 그러나 정작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킬 책임이 있는 교사는 정치적 무권리 상태다.
정치 못 하는 교사가 정치하는 고등학생을 민주시민으로 길러낸다는 건 마치 요리를 하지 못하게 금지된 교사가 요리사들에게 요리 강습을 하는 것과 같다. 우리는 학생들을 민주시민으로 성장시킬 책임이 있는 교사로서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민주시민교육을 할 수 있다.
셋째, 교사는 교육정책 수립에 참여해야 할 교육전문가로서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교육이 제대로 나아가기 위해서는 교육의 전문성을 가진 교사들이 교육정책 수립 과정에 참여 교할 수 있어야 한다. 교육 전문성을 가진 교사가 교육정책에 관여할 수 없도록 손발을 묶어 놓는 것은 국가적인 손해이자 교육발전의 저해 요인이다. 교사는 교육의 전문가로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법적, 제도적 조건을 보장해 주어야 한다.
교육이 잘못된 방향으로 가더라도 교사가 정권의 지시나 명령에 맹목적으로 복종해야 한다면, 교육은 가장 손쉬운 정권 유지의 수단으로 전락하고 만다. 한국사 국정교과서를 강요할 때 교사가 침묵했다면 우리 사회는 어떻게 되었을까 ? 그러나 한국사 교과서 국정화 반대 교사선언을 했을 때조차 교사는 정치적 표현을 했다며 고발당해야 했다. 우리는 교육정책 수립에 참여해야 할 교육전문가로서, 또한 정치적 중립성을 실질적으로 보장받아야 할 교육의 주체로서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교사는 세계 시민으로서 정치기본권을 보장해야 한다. 이미 국제 사회는 세계시민교육의 중요성을 인식하고 세계시민으로서 살아갈 수 있도록 교육하고 있다. 교사의 정치기본권 관련 세계 표준은 보장이다. OECD 국가 중 교사·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을 인정하지 않는 나라는 대한민국이 유일하다. 4월 20일, ILO 핵심협약 87호와 98호가 발효되었으나 여전히 국내법이 개정되지 않아서 교원·공무원의 정치기본권이 보장되지 않고 있다. 세계의 교사들이 활발하게 정치에 참여하고 있는데 한국 교사들은 정치기본권을 금지당해야 하는 이유가 무엇인가?
가장 민주주의가 빠르게 정착되었다는 평가를 받는 대한민국의 교사들은 세계 시민으로서 정치기본권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시대착오적인 환경에 갇혀있다. 하루빨리 정치기본권이 보장이 이루어져야 함을 강력히 촉구한다. 국제사회의 부끄러운 대한민국의 민낯을 정리하고 자유롭고 당당한 민주국가로서의 위상을 정립하는데 시금석이다. 당장 교사의 정치기본권을 보장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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