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 후반기 맞은 광주·전남 의원들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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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국회 후반기 맞은 광주·전남 의원들에게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 입력 : 2022. 06.30(목) 14:28
  • 서울=김선욱 기자
김선욱 서울취재본부 부장
요즘 수도권에 사는 광주·전남지역 향우들로부터 자주 듣는 얘기가 있다. "호남(더불어민주당) 정치인들은 도대체 뭐하고 있느냐"라는 질타였다. 윤석열 정부가 과거로 회귀하는데도, 국회가 한달 넘게 공전중인데도, 민주당은 서로 계파싸움만 한다며, 우리지역 국회의원들이 일은 하고있냐라는 볼멘 소리다. 지난 3·9대선과 6·1지방선거에서 연달아 패한 뒤끝인데다, 광주·전남이 민주당의 전통적 지지기반이라는 점에서 목소리는 더욱 격앙된 듯했다. 요약해 보면, "호남 정치력이 약화됐다", "지역 국회의원들이 당에서 제 목소리를 못낸다", "당이 백척간두에 서 있는데도 계파의 한계에 갇혀 있다", "당의 변화와 혁신을 주도하지 못한다", "광주와 전남의원들이 따로따로 움직인다", "토탈 파워도 팀워크도 없다" 등등이다. 아마도 21대 국회에 새로 입성한 다수의 초선 의원 등 지역 국회의원들에 대한 기대감이 컷던 탓에, 무기력한 민주당과 의정 활동을 지켜보며 실망감도 크게 느끼고 있는 것 같다.

사실 광주·전남에서 21대 국회는 나름 의미가 있다. 2년전인 2020년 4월15일(국회의원 총선거), 지역에선 거대한 권력 이동이 일어났다. 민주당의 '고토 회복'이다. 광주 8석, 전남 10석 등 전체 18석을 모두 석권했다. 박지원·김동철·박주선·장병완·천정배 등 다선 중진들은 민주당이 공천한 새 인물들에 의해 낙엽처럼 떨어져 나갔다. 18명 중 13명이 초선이었다. 현역 교체율(15석)은 역대 최다였다. 세력과 세대가 동시 교체됐다. 지역민은 민주당에게 내린 회초리를 거두고 다시 일할 기회를 줬다. 그만큼 새인물, 새정치, 호남 정치력 복원에 대한 기대감은 컸다.

전반기 국회, 출발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5·18민주화운동 관련법과 '한전공대특별법', '여순사건특별법' 등을 앞장서 처리하는데 역할을 했다. 다수 의석을 가진 집권여당 덕도 있었지만, 의원들간 팀워크가 돋보였다. '5·18'은 광주의원들이 나눠 발의해 본회의 통과까지 무한책임을 졌다. 한전공대법은 국회 산자위 간사였던 송갑석 의원의 주도하에 신정훈 의원 등 전남의원들이 똘똘 뭉쳤다. '여순특별법'은 전남 동부권 의원들이 중심이 됐다. 고비마다 공동성명과 기자회견으로 정부와 정치권을 압박했다. 야당의 발목잡기는 '원팀' 앞에선 힘을 쓰지 못했다. 하지만 그 정도였다. 다수의 초선이 드러나는 여러 한계가 노출됐다. 정치력의 한계와 구심점 부재가 가장 문제였다. 6·1지방선거, 광주의 투표율은 37.7%로 전국 최하위였다. 역대 가장 낮은 투표율이다. 이낙연 전 대표는 "당에 대한 정치적 탄핵"이라고까지 했다. 그런데 정작 지역의원들은 심각성을 깨닫지 못했던 것일까. 광주의 역대 최저투표율 사태에 대해 민심의 변화를 읽고 반성하는 자리는 보이지 않았다. 당의 심장에서 일어난 초유의 사건인데도 말이다. 그 사이 시민들의 상실감과 절망감은 더욱 커졌을 것이다.

구심점도 없다. 지난해 5월 전당대회가 대표적 사례다. 당시 서삼석 의원은 호남 단일후보로 최고위원 선거에 출마했다. 호남 표 분산을 막기 위해 의원들간 사전 협의를 거쳐 나왔지만, 초라한 성적으로 탈락했다. 호남당원 분포상 무난히 당선될 것이란 예상은 빗나갔다. 계파투표로 변질돼 다수의 이탈표가 나와서다. 지역 정치권의 구심점 부재가 부른 예견된 결과였다. 후반기 국회 상임위 배분을 두고도 걱정하는 소리가 여기저기서 들린다. 전남지역 의원 절반이 전반기때 처럼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에 지원하면서다. 특정 상임위에 몰리면, 여러 지역현안에 대한 대응 능력이 떨어진다. 전남은 농도지만, 발상의 전환이 필요하다. 농업을 전통적인 개념으로만 접근해선 안된다는 얘기다. '스마트팜'(지능형 온실), 에그테크(농업 분야 신산업), 자율주행 트랙터 등 농업에 인공지능(AI) 기술이 접목돼 고품질의 농산물이 생산되고 있다. 또 청정 에너지와 전남농업이 결합하고 있다. 첨단 과학기술과 에너지와 관련된 상임위도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금은 농업기술 혁명 시대다.

지역 공동현안을 놓고도 성명서 한장 내지 못했다. 광주·전남 상생을 위해 가장 시급히 해결해야 하는 게 광주 군공항 이전 문제다. 서남권의 관문공항으로 무안국제공항을 키워야 하는데, 오히려 상생의 걸림돌이 되고있는 모습이다. 지난 2년동안 광주시와 전남도의 떠넘기식 '핑퐁'행정만 바라봤다. 현재 광주지역 민주당 의원은 6명으로 2명이 줄었다. 양향자(서구을)·민형배(광산을) 의원은 무소속이다. 두 의원은 검찰개혁 입법을 두고 찬반입장에 서서 부딪혔다. 각자가 헌법기관이니 소신에 따른 결정은 시빗거리가 아니지만, 차마 보기 민망스런 광경이었다.

7월엔 후반기 국회가 시작된다. 지역 의원들은 집권여당이 아닌 야당의원으로 신분이 바뀌었다. 당 안에서도 '야성'을 보여야 한다. 당의 변화와 혁신의 추동력이 돼야한다. '원팀'은 보다 중요해졌다. 지역예산 확보나 주요현안 해결에 어려움이 예상된다. 다행히 민주당은 170석을 가진 제1야당이다. 지역현안을 당론으로 끌어내야 한다. 의원 혼자서 꾸면 꿈이지만, 18명이 같이 꾸면 현실이 된다. 초심으로 돌아가 남은 후반기 국회에 성과를 내기 바란다.



서울=김선욱 기자 seonwook.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