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일칼럼>복합쇼핑몰과 광주
  • 페이스북
  • 유튜브
  • 네이버
  • 인스타그램
  • 카카오플러스
검색 입력폼
전일칼럼
전일칼럼>복합쇼핑몰과 광주
대선 이슈 돌출로 지역 현안 부상||윤대통령 공약 이행 지원 명분 ||‘9000억 밑그림 청구서’ 제시||기업에 국비 투입 타당성 논란||시장에 맡기고 차분하게 접근을
  • 입력 : 2022. 07.28(목) 18:28
  • 이용규 기자
이용규 논설실장
 광주발 복합쇼핑몰 드라마가 흥행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 2월 대통령선거운동 과정에서 첫 돌출후 5개월만에 재연된 복합 쇼핑몰극은 변함없는 이목을 끌었다. 대선 당시에는 윤석열 후보가 연출했으나, 이번엔 강기정 광주시장이 전면에 나섰다. 흥행면에서는 성공을 거뒀다.

 지난 18일 국민의힘과 광주시, 전남도, 전북도 등 호남권 광역자치단체 예산정책협의회에서, 광주시는 민선 8기에서 추진하고자 하는 복합쇼핑몰의 밑그림을 드러냈다.

 상견례격인 자리를 감안하면 광주시가 내놓은 복합쇼핑몰 카드는 폭탄격이었다. 광주시의 화끈한 9000억원의 청구서에 권성동 국민의힘 당대표 직무대행이 "전혀 들어본 바 없다"는 말에서 그 협의회 분위기를 유추할 수 있을 것같다.

 대선 과정에서 돌출 변수였던 복합쇼핑몰 이슈의 여진은 진행형이다. 국비지원 1원도 없고 기업의 투자 문제인 복합쇼핑몰이 어떻게 대선 공약이 될 수 있느냐고 손사래를 쳤던 그때와 지금은 완전히 딴판이다. 그동안 지역사회에서 복합쇼핑몰은 이중적 잣대로 재단되는 대상이었다. 지역사회에서 젊은 층과 맘카페를 중심으로 강력한 민원이었음에도 시민들의 소비 욕구는 을지로위원회 등 정치권의 개입으로 무산되곤했다. 하지만 윤석열 정부의 국정과제이고 지자체가 쌍수들고 나서는 지금의 분위기로 볼 때 광주에 복합쇼핑몰 입성은 시간문제일 것같다.

 아직 입지 등 제반 사안에 대해 공식 발표도 안됐지만 예정지가 나돌고 있고, 심지어 내비게이션과 앱 지도에 이 곳이 한 유통 기업의 복합쇼핑몰 예정지라고 표기돼 뒷말을 낳기도 했다. 국내 굴지 유통기업들의 장외전도 후끈 달아오르고 있어 최종 승자를 지켜보는 것도 흥미진진한 드라마가 될 것같다. 여기에 광주시가 한술 더 떠 집권당과의 첫 예산 협의회에서 깜짝 놀랄만한 복합쇼핑몰 그림을 제시했으니 날개 달린 격이다.

 복합쇼핑몰 광주 유치는 국민의힘의 대선 전략에서 고도의 정치 선전술, 프로파간다였다. 지역정치를 독식하는 민주당을 비판하기 위한 동원된 복합쇼핑몰 유치와 명품론은 모든 이슈를 빨아들였다.

 이슈 공세앞에서 민주당 광주시당 위원장은 "광주정신" 운운하다 "지역민의 소비 욕구에 무슨 광주정신을 들이대느냐"며 반발을 샀다. 지역민의 소비 욕구를 충족시켜주지 못하는 운동권적 상황 인식이라는 비판이 쏟아졌다. 지역정치권도 "국비 1원도 투자되지 않는 것이 무슨 대선 공약이고, 기업의 팔을 비틀어 유치한다는 발상이 맞는 것이냐"고 목청을 높였지만 울림없는 메아리였다. 아이러니하게 민주당 시장 후보 경선에서도 복합쇼핑몰은 재미없는 도시 탈출의 최고의 해법으로 꼽히면서 경선 이슈의 한 중심에 자리잡았다.

 복합쇼핑몰은 리더가 바뀐 민선 8기 광주시의 주요 현안 '5+1' 목록에 예외없이 한 자리를 차지했다. 국민의힘과 예산정책협의회에서 드러낸 복합쇼핑몰의 밑그림은 화려하고 현란했다. 젊은이 감각으로 '대한민국 넘버원, 메타 N 콤플렉스'라는 간판을 단 채. 휘황 찬란한 조어 만큼이나 청구서 액수도 놀라움 그 자체였다. 이날 광주시와 전남도, 전북도가 신규 사업으로 요청한 꼭지가 20가지 가 넘는 데 복합쇼핑몰에 묻혀 전남과 전북으로선 전혀 관심을 끌지 못했으니 여간 속상하고, 미울것같다.

 광주 복합쇼핑몰 건립은 국가나 지자체 주도의 사업이 될 수 없음은 명백하다. 앞으로 복합쇼핑몰을 운영할 기업 입장에서는 개점까지 인허가 등 챙길 행정 편의가 엄청날 것은 분명할 텐데, 한술 더 떠 기업이 감당해야할 몫에 국비까지 지원해주는 것은 설득력을 얻기는 어렵다.

 광주시가 오지랖 넓게 나선 속내는 쉽게 추측할 수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대선 공약으로 제시했으니 국가 지원을 끌어내 소상공인 지원 디지털 플랫폼, 강 시장이 구상하고 있는 트램을 구축하는 계산이다. 도랑치고 가재도 잡는 식의 강 시장이 언필칭 정무적 접근이라고는 하나, 핀트도 맞지 않고 손에 쥔 패가 너무 빨리 드러났다. 집권당 당 대표 직무대행이 이 내용을 처음 들어보고 지역 형평성을 운운한 것에서 복합쇼핑몰에 대한 기류는 감지된다.

 좀 더 적극적으로 광주시의 입장을 이해한다고 해도, 국민의힘을 설득하는 노력들이 충분했나 묻지 않을 수없다. 단적으로 이날 1조2000억 규모의 전남대병원 신축과 관련해 예비타당성 조사에 포함된 답변과는 너무 대조적이어 하는 말이다. 국비 확보가 맡겨놓은 쌈짓돈에서 가져오는 것이 아니라면, 추진하려는 사업의 타당성을 이해시키고 설득하는 것은 기본 적 자세이다.

 우선적으로 광주시가 해야할 일은 계획하고 있는 복합쇼핑몰 형태 규모 장소 등에 대해 밝히는 것이 먼저다. "복합쇼핑몰은 도심에 들어서야 한다"는 강 시장의 언급외에는 지금까지 구체성이 없어 각종 설만 무성하다.

 복합쇼핑몰은 광주의 발전을 위해 반드시 필요한 시설이라고 말하기 어려워도, 시대 트랜드에 부응하기 위한 생활 문화 편의 시설임은 맞다. 그러나 소상공인 말고도 복합쇼핑몰을 놓고 다양한 의견이 존재하고, 무엇보다 공공성과 수익성의 조화는 중요하다. 행정이 공약 이행을 목표로 초읽기에 몰려 번개불에 콩볶아 먹듯 조급하게 처리할 사안은 결코 아니다.

 민선 8기 지역사회 최대 이슈가된 복합쇼핑몰 유치 여부는 기업에 달려있다. 기업이 "광주에서 영업을 하겠다"고 하면 행정은 차질없이 절차가 진행토록 협조해주면 되는 일이다. 국민의힘의 정치 선전술이었던 복합쇼핑몰 논란에 군공항 이전 등 지역 현안들이 자칫하단 묻여버리지 않을까 우려된다. 복합쇼핑몰은 시장에 맡기고, 광주의 미래를 그리는 생각으로 차분하게 접근하는 것이 맞다.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