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체육부장. |
"인간의 도덕과 의무에 대해 내가 알고 있는 것은 모두 축구에서 배웠다." 프랑스 철학자 알베르 카뮈도 유명한 축구인이면서 축구광(狂)이었다. 수치스러울 정도로 가난했던 어린 시절, 그가 친구들과 어울릴 수 있었던 유일한 방법은 축구였다고 한다. '축구에서 배운 열정으로 가난과 질병을 극복했고, 축구를 통해 삶의 아픈 상처를 씻을 수 있었다'는 것이 카뮈의 회고다. '축구의 꿈'을 접은 뒤 세계적인 작가가 된 그에게 '인생을 다시 산다면 축구하고 문학 중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를 묻는 질문에도 그는 '당연히 축구'라고 했다.
축구는 단순한 스포츠이면서 세계를 바꾸는 힘이다. 1970년 멕시코 월드컵을 앞두고는 남미의 엘살바도르와 온두라스가 국가의 운명을 건 전쟁까지 벌였다. 세계인이 축구에 열광하는 이유는 규칙이 단순하기 때문이다. 축구는 공을 소유할 수 없고 공수교대도 없다. 문명과 진화의 상징인 손도 사용하지 못한다. 객관적인 전력 또한 경기 결과에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 누구나 언제든지 결과를 뒤집을 수 있다는 희망도 있다. 부정과 비리를 용납하지 않는 스포츠맨 정신도 축구의 기본이다. 그야말로 '원시적인 규칙'이 주는 매력이다.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이 시작된 지 1주일이 지났다. 축구 변방 사우디아라비아가 우승 1순위 아르헨티나를 이겼고 일본 또한 거함 독일을 침몰시키는 등 이변도 많았다. 대한민국도 남미의 강호 우루과이를 만나 멋진 드라마를 연출했다. 28일에는 가나와의 2차전이 벌어진다. 축구가 주는 매력은 승리를 위해 정정당당하게 최선을 다하는데 있다. 당당한 패배도 감동을 준다. 거짓과 권모술수가 난무하는 정치판부터 갈갈이 찢긴 사회갈등까지, 어느 것 하나 마음 둘 수 없는 현실에서 '태극전사의 도전'이 희망이면서 감동이다. 문화체육부장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