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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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수상자 24명의 과학적 통찰과 인생의 지혜
  • 입력 : 2022. 12.22(목) 10:44
  • 이용환 기자
지난 10월 스웨덴 카롤린스카야 의학연구원 노벨상위원회가 올해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로 스웨덴 유전학자 스반테 페보 교수를 선정 발표하고 있다. 뉴시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서울경제신문 제공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스테파노 산드로네 | 서울경제신문 | 1만8000원

"오로지 노벨상을 위해서 산다는 건 어리석은 일이다. 인생 자체를 즐기는 것이 삶의 목적이다. 목표를 세우지 말고 인생을 즐겨라." 유비퀴틴에 의한 단백질 분해과정을 규명한 공로로 2004년 노벨 화학상을 거머쥔 아론 치에하 노베르에게 노벨상은 즐거움을 좇는 과정에서 얻은 작은 성과였다.

심리학자로 2002년 노벨경제학상을 수상한 미국 프린스턴대 대니엘 카너먼 교수의 철학도 '스스로 즐기면서 일할 때 완벽주의자가 될 수 있다'고 했다. 그에게 일은 즐거움이었고 기쁨이었다. 성공의 중요한 요인도 즐겁게 일하는 것이었다.

노벨상을 수상한 과학자들은 자타가 공인하는 세계 최고의 권위자다. 그들의 독창적이고 획기적인 연구와 발견은 '혁명'이라 불린다. 신간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는 그 노벨상 수상자들을 만나 '과학과 인생'에 대한 진솔한 대화를 담은 책이다. "스톡홀름에서 걸려온 전화 한 통으로 과학자는 노벨상 수상자가 된다"고 서문 첫 문장을 쓴 저자는

세대 간 소통과 학문 교류를 위해 노벨상 수상자들과 35세 미만의 젊은 과학자를 한 자리에 모으는 '린다우 노벨상 수상자 회의'에서 24명의 노벨상 수상자들과 인터뷰 한 것을 책으로 엮었다. 과학에 대한 심도 깊은 논의는 물론, 어디서도 볼 수 없는 노벨상 수상자들의 솔직하고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준다는 점이 이 책의 특별함이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위대한 발견의 순간과 그 과정에서 겪은 어려움도 생생하게 담겼다. 화학반응 경로에 관한 이론으로 1981년 노벨 화학상을 수상한 로알드 호프만은 "과학에만 지나치게 몰두하지 말고 인문학과 예술, 외국어 강의를 많이 들어두라"고 조언한다. "자신의 주장을 설득하는 힘을 기르라"는 조언과 함께 과학의 건전한 발전을 위한 따끔한 충고도 아끼지 않는다.

세포의 물질운송 메커니즘을 규명한 공로로 2013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수상한 랜디 셰크먼은 논문 피인용 지수인 임팩트 팩터를 기준으로 학문 연구를 평가하는 일의 폐단을 지적했다. '네이처'나 '사이언스', '셀' 등 주요 학술지가 어떤 논문을 게재할지 결정할 때 이 수치에 지나치게 영향을 받는다는 것이 세크먼의 주장이다.

인류 최초의 백신을 만들었던 루이 파스퇴르는 "관찰에 있어서, 기회는 준비된 자에게만 온다"는 명언을 남겼다. 세상을 바꾼 위대한 발견은 오랫동안 노력하고 끊임없이 시도하는 과정 속에서 얻을 수 있는 새로운 사실이라는 것이다.

이뿐이 아니다. '경제성장이론에 대한 연구'로 1987년 노벨 경제학상을 수상한 로버트 솔로는 '불평등이 심화되면 정치와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칠까'라는 질문에 다음과 같이 답한다. "소득과 부의 심각한 불평등은 민주주의의 근간이 되는 시민의 평등을 필연적으로 저해한다. 정치 및 사회에 미치는 영향도 민주주의에 더욱 큰 위협이 된다"고 했다. 특히 "그는 직접 민주주의가 우리의 미래이기를 바란다"며 "직접 민주주의는 인간의 발달과 창의성의 여지를 허용하는 유일한 정치 체제"라고 주장한다.

그들의 속마음도 담겨있다. 스톡홀름에서 전화가 걸려왔을 때 무엇을 하고 있었는지, 노벨상 메달과 증서는 어디에 보관하는지, 롤모델은 누구였는지 등 위대한 수상자들의 내밀한 속내를 엿볼 수 있는 대화들이 가득하다. 노벨상 수상자들이 내린 결론도 단순하고 재미있다. "과학은 쉬워요, 인생이 어렵지. 열심히 즐기고 준비하는 것, 그것이 중요하죠."

이용환 기자 yh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