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 선진지 와덴해를 가다> 울퉁불퉁 10㎞ 사구… 니더작센 대표 휴양지 우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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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 선진지 와덴해를 가다> 울퉁불퉁 10㎞ 사구… 니더작센 대표 휴양지 우뚝
2. 獨 랑예옥 사구||뱃길 좋아 스피커오그 등보다 접근성 탁월 ||편의시설 발달에 도시분위기로 젊은층도 많아||주민 2000명에 자전거만 2만대 그자체 장관 ||싸목싸목 걷거나 자전거로…어느새 스트레스 훌훌 ||어디서나 사구볼수 있게 건물은 4층 이내 제한||관광객 만족위한 깐깐한 정책도 주민이 결정 ||비수기 겨냥 금혼식, 은혼식 등 이벤트 풍성
  • 입력 : 2022. 12.18(일) 15:09
  • 이용규 기자
랑예옥은 니더작센주 섬 중에서 가장 잘사는 섬이다. 인구는 2000명에 불과하나 연 방문객이 300만명에 이를 정도로 독일의 대표 휴양지로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독일을 비롯한 유럽 전역에서 찾아오는 랑예옥의 비결은 천혜의 자연과 함께 관광객을 최대한 만족시키기위한 주민들의 노력이 배어있다. 녹색 방조제와 염습지, 철새들이 연출하는 풍경은 보기만해도 자연스럽게 힐링이 되게한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13년전 첫 눈에 반한 그 감정이 마음속에 유지되고 있었다. 배를 타기 위해 기다린 항구에서나 섬에 도착해 만난 기차며 풍경들이 모두 동화 속 한 장면처럼 느꼈던 그 때에 맞춰졌던 것이다. 이번에는 랑예옥 전문가로 통하는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의 즉석 현장 해설과 설명으로 예전보다 훨씬 더 깊게 랑예옥을 볼 수있었다.

 랑예옥은 니더작센주 7개의 섬 중에서 최대 휴양지이다. 면적은 다른 섬들에 비해 그리 넓다고는 할 수 없으나 앞에 들렸던 스피커오그에 비하면 인구는 2000명이니 3배에 육박한다. 마을 분위기도 스피커오그와는 딴판이다. 스피커오그가 깔끔한 어촌이라면 랑예옥은 도회지를 방불케 한다. 사람이 많고 상업적 분위기가 많다는 얘기다. 마을안에는 관광객들이 보고 즐길수 있는 꺼리들이 차고 넘친다. 젊은 관광객들을 마주 만날수 있는 것도 눈에 띈다. 잘갖춰진 편의시설도 젊은 층의 발길에 한몫을 했을 것이라는 분석은 전혀 이상치 않다. 자연과 인공의 조화라고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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랑예옥에서는 화석 연료 교통수단 이동이 제한된다. 선착장에서 마을까지 관광객을 이동시켜주는 꼬마ㅕ열차. 섬갯벌연구소 제공

 비수기를 무색케 하는 관광객의 행렬은 생태관광 휴양지 랑예욕을 방증하는 토대이다. 지탱해주는 든든한 토대이다. 니더작센주의 대표 휴양지로서 이름값에 기인하겠지만, 다른 섬들보다 뱃길이 활발한 것도 큰 몫을 하고 있기는 하다. 스피커오그를 비롯한 니더작센주 섬들이 고작 하루 한번 왕복하는 배편이 고작인 상황에서 하루 3-4회 왕복 운행을 하는 랑예옥으로서는 접근성에 우위를 갖고 있는 것은 분명하다.

그러면 인구 2000명의 작은 섬, 랑예옥이 여름이면 10만명, 연간 300만명을 끌어들이는 매력은 궁금사항이다. 천혜의 잘 보존된 자연 환경은 기본 요소다.

 랑예옥은 모래섬이다. 모래사장이 발달한 해수욕장, 석호 갯벌이 형성된 지형 특징으로 사구와 염습지 등 자연 경관이 자원이다. 이 자원들은 랑예옥의 어메니티를 연출하는 주요 인자들이다.

참나무로 제작된 기차 내부 의자. 섬갯벌연구소 제공

 배에서 내리는 순간 눈앞에 펼쳐지는 끝없는 녹색 평원과 염습지, 새떼들이 그리는 그림은 평화롭고 여유가 넘쳐난다. 산뜻한 녹색 향연은 모든 시름을 훌훌 씻어낼만큼 청량감이 가득하다. "와"하고 탄성을 쏟아내는 관광객들의 얼굴에서는 행복함이 묻어난다. 마을이라야 크지도 않으니 한바퀴 도는데에는 많은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집 높이는 대부분 1~2층이고, 높으면 3층이다. 싸목싸목 걸으며 밖에서도 아기자기하게 가꿔놓은 집을 들여다보는 여유로움과 느긋함은 마을에서 만나는 서로에게 "모잉"이라고 건네는 프리슬란트 인사에서 이방인도 아닌 한동네 이웃처럼 친근함으로 다가온다.

 랑예옥이 불과 몇 백년전까지만 해도 늪지대고 해일 피해가 심각한 지역이었음을 감안하면 지금의 모습이 새롭게 다가올 수밖에 없다.

랑예옥은 인구는 2000명인데 자전거 보유 대수는 2만대에 달한다. 마을앞 선착장 인근의 자전거대. 섬갯벌연구소 제공

 랑예옥에서 사구는 절대적으로 중요하다. 주민들의 생명과 직결된 안전선이고, 랑예옥의 스카이라인을 결정하는 기준선이다. 랑예옥 사구는 4000년전 형성된 것으로 알려졌다. 9000년전부터 해수면 상승으로 바다 밑에 있는 것들이 밀려와 쌓인 것이다. 마을을 감싸고 10㎞에 달하는 사구는 바람과 해일의 충격을 흡수하는데 중요하다. 높이가 10~15m인 사구가 강력하게 밀고 들어오는 바람과 해일의 충격을 일차적으로 완충 역할을 해서다. 뭉툭한 모습의 사구는 그 자체가 세월이 빚은 조형미 뛰어난 작품으로서, 관광 자원으로서활용되고 있다. 사구가 들어선 일대에는 자전거 도로가 거미줄처럼 연결돼있다. 관광객들은 자전거를 타거나 걸어서 , 울퉁불퉁 요철처럼 튀어나오는 구릉같은 사구들을 만날 수 있다. 탁트인 야외에 평범하게 보이는 모래언덕과 이름 모를 꽃과 풀들이 우거져 있고, 간혹 사구에서 튀어나오는 꿩 등 조류들로 깜짝 놀라기도 하나 그 자체가 생태교육장으로서 손색이 없다. 높이가 최대 15m 안팎이나 그 규모와 모습에서는 프리슬란트 지역의 척박한 자연 환경을 유추해볼 수 있다.

 전승수 전남대 명예교수는 "이 사구들이 지금은 니더작센주 섬에 수많은 관광객을 불러들이는 자원이 되고 있지만, 과거에는 이 지역에서 사람이 살아가기에 어려운 것을 상징하는 것이다"면서 "프리슬란트 지역민들에게 사구는 생명과도 같은 것"이라고 했다.

 주민들은 천혜의 자연을 지역발전의 동력으로 이용하고 있다. 여기에는 관광객에게 최대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것에 맞춰져 있다.

 관광객에 대한 서비스는 섬으로 들어오는 페리 내부의 쾌적한 분위기는 말할 것도 없고, 선착장에서 마을로 이동하는 꼬마기차에서 확연히 체감할 수 있다. 관광객들은 파랑, 노랑, 보라, 분홍 등 원색으로 칠한 꼬마 기차를 타고 마을까지 이동해야 한다. 13년전에도 그랬던 것처럼 형형색색의 꼬마기차는 환상속 동화나라로 들어가는 것 같다. 눈앞의 널따란 녹색 평원, 그 목초지안의 풀을 뜯는 말과 소들의 풍경과 어울려 지상 최고의 낙원에 온 듯 붕붕 뜨는 기분이다. 선착장 기차역에서 마을까지 기차 이동 소요 시간은 실상 5분 정도밖에 걸리지 않는다. 랑예옥 주민들이 기차역에서부터 얼마나 철저하게 고객 만족을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지를 보여주는 단면이다. 산뜻한 외관의 기차 내부는 더 놀랍다. 잘 단장된 참나무 의자는 손님으로서 제대로 대접을 받는 기분을 들게 한다. 주민 자치회가 운영하는 이 꼬마기차 시설을 목재중 에서도 고급종인 참나무로 내부 의자를 만들었으니 말이다. 매끌매끌하고 깔끔하게 마감된 참나무 의자에 앉아 바라보는 차장 밖 풍경은 여행 첫날부터 힐링 게이지를 높여주기에 충분하다.

 고객 만족은 여기에서 그치지 않는다. 고객 서비스를 위한 액션 플랜은 구체적이다. 랑예옥이 상업성을 강하게 띠긴하나, 관광 정책은 혀를 내두를 만큼 깐깐하다는 점에서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수많은 시간들이 빚어낸 사구는 자연이 만들어낸 조형 작품으로서 손색이 없다. 사구 주변에는 꿩을 비롯한 야생조수들이 많이 서식하고 있는데, 이들은 거의 사람을 두려워하지 않는 생태 특성이 눈길을 끌었다. 섬갯벌연구소 제공

 우선 마을안으로 화석 연료 차량은 들어갈 수 없다. 전기차와 자전거만 사용할 수 있다. 주민 모두에게 해당된다. 인구 2000명에 자전거는 2만대이다. 사구 일대와 방조제 주변에서 만나는 자전거 행렬은 그 자체가 장관을 연출한다. 관광객들에게 쾌적한 환경 조성을 위해 풍력발전기 설치 금지와 지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는 모두 육지에서 처리하는 것도 스피커오그와 대동소이하다. 마을 어디에서나 사구를 볼 수 있도록 하는 것도 다른 지역과는 다르지 않다. 사구의 최대 높이가 15m인 것을 감안해 건축물은 4층 이내에서 제한, 스카이라인을 유지하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 규정에 입각해 랑예옥을 비롯해 스피어오그 등 니더작센주에서는 이 지역의 자연 자산인 사구를 어디에서든지 볼 수 있다.

 특히 랑예옥에서는 관광객들에게 환경 기부세 형식으로 체류 일정을 마치고 떠날때 개인당 3유로 10센트(한화 4620원)씩을 부과하고 있다. 일종의 환경세로 보면 되는데, 이 재원으로 관광객들에게 최대의 서비스로 돌려주고 있다.

 관광객들의 만족도는 높은 편이다. 호텔비는 대도시 호텔의 숙박비에 비해 2배를 능가하나 독일은 물론 유럽 전역에서 찾아온다. 대부분 재방문객인데, 거의 5-7일을 체류하게 된다.

뮌헨에서 지인들과 왔다는 클리어씨는"몇년전부터 남편과 함께 이곳에 휴가를 오고 있는데 올때마다 풍경이 너무 좋아 확실하게 휴양을 하고 가는 느낌이다"면서 "관광객이 많이 찾아와도 주민들이 엄격한 정책으로 자연성을 유지하고 있어 만족한다"고 웃었다.

 랑예옥에는 연간 50만개 숙소가 공급될 정도이고, 성수기에는 주민들이 숙박 시설로 고친 집을 통째로 내놓는데 예약이 쉽지 않을 정도다. 주민 99%가 관광업에 종사하는 데 이들의 소득은 마을 집한채에 30억원에 달할만큼 풍족한 삶을 누린다

랑예옥에서는 사람뿐만 아니라 함께 온 반려동물도 힐링을 하기는 마찬가지다.우리와 함께 랑예옥에 들어오는 배를 탄 이 부부는 사구를 걷다 만나 더 반가웠다. 랑예옥 선착장에 도착하면 마을로 관광객들을 이동해주는 꼬마기차 내부의 의자. 이 의자는 참나무로 제작돼 관광객을 대하는 랑예옥 주민들의 마음을 읽을 수 있다.섬갯벌연구소 제공

 랑예옥의 꼼꼼한 환경 규정도 행정 주도가 아니라 오로지 주민협의체에서 결정된다. 주민이 찬성한 규정을 예외없이 따르는데 경쟁력이 나온 것이다.

랑예옥에서는 비수기에도 관광객 유치를 위한 노력이 끊이지 않고 있다. 예를 들면 부부 금혼식, 은혼식 등 특별이벤트를 기획해 계절 특수로 만들어가고 있는 것이다. 이 기획들은 지역주민, 상가, 교회, 시청 등과 연계해 종합 프로젝트로 추진하며 공동체의 힘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전승수 교수는 "랑예옥은 니더작센주 다른 섬들보다 관광마인드가 앞서 있는데도 끊임없이 이벤트를 기획하고 있다"면서 "시청, 교회, 주민들이 연합해 특별 행사를 만들어내는 것을 우리 지역에서도 배워야할 점이다"고 강조했다.

와덴해(독일)=이용규 선임기자

이용규 기자 yonggyu.lee@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