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붕괴 트라우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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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수첩
아직도 붕괴 트라우마
  • 입력 : 2022. 12.27(화) 18:11
  • 김혜인 기자
지난해 6월 9일 학동 철거공사 현장에서 붕괴사고가 발생했다. 이 사고로 버스에 타고 있던 승객 9명이 숨지고 8명이 다쳤다. 이후 7개월만인 1월 11일 화정동 신축 아파트를 짓던 공사장에서 건물이 무너졌다. 이 참사는 7명의 사상자를 낳았다.



두 사고를 지켜봤던 광주시민들의 불안감은 쉽게 해소되지 않을 것이다. 한 층 한층 올라가는 콘크리트층, 보기만해도 아찔해지는 크레인 등 그날의 참상이 아직도 잊혀지긴 어렵다. 때문에 최근 일어난 바닥 뒤틀림 사고에서 우리가 느꼈던 공포는 이유없이 나온 게 아니다.



지난 19일 광주 서구 치평동의 한 7층짜리 건물 5층 바닥에서 타일이 우르르 깨지자 시민 11명이 건물 밖으로 대피하는 소동이 벌어졌다. 이틀 뒤인 21일 오전 9시50분께 남구 월산동의 한 5층 건물에서도 타일 수십 장이 갈라지고 부서지는 사고가 일어났다.



다행히 인명피해는 발생하지 않았지만 혹시 모를 위험에 대비해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기도 했다. 조사 결과 원인은 겨울 추위와 건조한 기후로 변형되는 콘크리트를 감당하지 못한 타일이 깨진 것으로 알려졌다. 온도에 습도에 민감한 콘크리트가 수축됐는데 세라믹 타일이 이를 버티지 못하고 뒤틀린 것이다. 이밖에 건물의 구조적 결함과 외벽 안전도 등에서는 이상이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틀 만에 연달아 일어난 바닥 뒤틀림 사고는 종종 발생한다는 전문가의 말에도 시민들이 우려는 쉽게 가시지 않았다. 치평동 사고 소식을 듣자마자 바로 현장으로 달려가 취재했을 당시 한 시민은 "그 순간 건물이 무너지는 줄 알았다. 가슴이 철렁했다"며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곳곳에 쌓인 눈과 건물 앞에 서서 수습하는 경찰과 소방, 불안해하는 시민 등 사고 경위를 취재하면서 지난 겨울 혼란스러웠던 화정동 참사가 떠올라 마음이 무거워졌다.



안전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으로 볼 수 있지만 한편으로는 학동·화정동 참사에서 극복하지 못한 불안감이 남아있는 건 아닐까. 높이 솟아있는 건물이나 가설울타리 안에서 굉음을 내며 철거작업을 벌이는 공사장을 보면 두 참사에 대한 생각을 떨쳐내긴 어렵다. 붕괴 트라우마에서 벗어날 수 없다면 최소한 이를 안전사회를 구축하는 원동력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김혜인 기자 khi@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