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하선의 사진풍경 80> 여순사건의 꺼지지 않는 불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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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하선의 사진풍경
박하선의 사진풍경 80> 여순사건의 꺼지지 않는 불꽃
  • 입력 : 2023. 01.05(목) 13:12
  • 편집에디터
여순사건의 꺼지지 않는 불꽃.
여수 시내에서 만성리 쪽으로 향하다 보면

일제 강점기에 강제노역으로 만들어진 분위기 음산한 터널을 지나게 된다.

‘마래터널’이라 부르는 이곳은 한때 ‘저승으로 가는 길’이었다.

여순사건을 진압하던 군경에 의해 끌려가던 수많은 사람들이

1949년 1월 13일 이곳을 지나 무참히 학살되었기 때문이다.

무장봉기의 주역들이 산속으로 스며들자

화풀이 차원에서 좌익 또는 부역자로 분류된 시민들을

바다가 보이는 용골로 끌고 와 죽여 저 어두운 골로 던져지고

흔적을 지우기 위해 불을 질렀다.

125명이 처형되어 함께 불살라 진 곳에 훗날 ‘형제묘’라는 묘비를 세웠다.



어찌 불법적인 학살이 이것뿐이었겠는가.

당시 군을 장악하고 있던 세력은 거의가

독립군을 때려잡던 일본 관동군 간도특설대 출신들이었고,

이곳 만성리 학살은 5연대를 이끌던 김종원이라는

일본군 출신의 망나니가 저지른 광란의 춤이었다.

그는 후에 경남지구계엄사령관을 지내면서

거창과 산청학살의 장본인으로 세계를 경악케 했음에도 불구하고

민족의 철천지원수 이승만의 비호 아래 전남경찰청장을 역임하기도 했다.



부끄럽고 더러운 우리의 과거사지만 어쩌겠는가.

진실을 밝히고 화해하려는 의지가 없다면

역사는 반복될 수도 있다.

오늘날 ‘여수 밤바다’가 좋다고 찾는 이들이 많지만

요즘도 세상 돌아가는 꼴이 말이 아니어서
가슴속의 응어리는 꺼지지 않는 불꽃으로 꿈틀거린다.
편집에디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