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유성 연수 의혹에 운영비만 수억?” 이상한 기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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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일반
“외유성 연수 의혹에 운영비만 수억?” 이상한 기금
소각장 등 혐오시설 주민지원기금
사용처 없어 협의체 운영비만 5억
선진지 견학 명분 운영위원 연수
9억 들여 대촌동 조형물 제작에
주민 반발… 남구 사업 중단도
  • 입력 : 2023. 01.26(목) 17:44
  •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
광주시청 전경
소각장이나 매립장 등 기피시설로 알려진 혐오시설 인근 주민들의 피해지원을 위한 기금이 ‘눈 먼 돈’으로 전락한다는 지적이다.

시설 수수료나 시 예산으로 지원되지만 적절한 사용처가 없어 돈이 쌓이고 심의기구도 없어 진행하는 사업이 타당한지에 대한 논란까지 일고 있는 것이다.

26일 광주시와 남구 등에 따르면 현재 광주 관내 주민지원기금 대상지는 지난 2016년 폐쇄된 상무소각장, 현재 가동 중인 남구 양과동의 광역위생매립장과 북구 효령동의 화장시설인 영락공원(승화원) 등이 있다. 각 시설의 피해영향을 받는 주민들이 기금 운용을 위한 협의체를 구성한 후 사업을 의결하면 광주시 등 관할기관에서 사업비를 교부하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그러나 대부분 마땅한 사용처가 없어 미집행된 기금이 쌓이는 사례가 빈번하다.

상무소각장의 경우 광주시 조례에 따라 지난 2018년 64억가량(시 출연금, 반입수수료 10%, 가산금(타자치구반입수수료) 10%, 이자수입 등)의 기금이 모아졌다. 해당 소각장은 지난 2016년 폐쇄됐지만 기금의 사용용도, 배분방식을 놓고 주민 간 갈등이 벌어져 18년간 기금사업이 집행되지 못했다. 이후 2019년 주변 14개 아파트 단지의 승강기 교체사업에 60여억원이 투입됐다. 본래 조례에 따라 2021년까지 모든 기금을 소진하고 주민협의체가 해산돼야 하지만 아직도 약 4억5000만원이 남아있어 주민협의체가 운영되고 있다. 현재까지 계획된 다른 사업이 없어 주민협의체 운영비로 남은 4억을 쓸 것으로 보인다.

마찬가지로 북구 효령동 영락공원의 승화원 또한 2018년부터 징수액의 10%를 기금으로 조성해오면서 현재까지 5억8900만원이 쌓였지만 적정한 사업이나 사용처를 찾지못해 한번도 기금을 집행하지 못하고 누적되고 있는 상황이다.

기금이 집행된다 할지라도 과다한 사업비용, 외유성 연수, 주민 의견 갈등 등으로 인해 타당성 논란이 꾸준히 제기되기도 했다.

양과동의 광역위생매립장 기금은 반경 2㎞내 거주민들의 소득 증진과 복리를 위해 쓰이도록 돼 있다. 폐기물처리시설설치 촉진 및 주변지역지원 등에 관한 법률(폐촉법)과 관련 광주시 조례에 따라 운영되는 기금은 지난 2001년도 부터 매립장 반입수수료 및 가산금, 운용수익금(이자)의 일부로 조성됐으며 추가로 2017년부터는 광역위생매립장 운영 협약에 따라 광주시에서 매년 10억원씩 지원한다.

그런데 이런 기금이 지난해 9월 선진지 견학을 명분으로 한 주민협의체 운영위원의 외유성 해외연수에 사용됐다는 의혹이 제기됐다.

광주시에 따르면 지난해 9월17일부터 28일까지 광주시 관계자와 주민협의체 운영위원 등 15명이 10박12일의 일정으로 독일, 오스트리아, 비엔나, 터키 등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됐다. 해당 일정에는 약 7500만원의 기금이 쓰였다.

광주시는 각 국가의 폐기물시설 등을 방문해 견학했다는 입장이지만 정작 시설 관계자가 참여한 것도 아니고, 주민들이 참여했다는 점에서 공공사업과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한 광역위생매립장 반경 2㎞ 외 주민들을 위한 숙원사업도 2014년부터 진행되고 있다. 폐촉법에서 규정하는 기금과는 성격이 달라 매립장과 SRF(고형연료)시설 지역으로 나뉘어 매년 각각 5억씩 광주시가 전액을 지원하고 있다.

하지만 이 숙원사업도 주민복리증진이라는 목적에서 벗어나 시민들의 반발을 샀다. 지난 8월 대촌동의 상징조형물을 조성하기 위해 사업비 9억원이 투입된다고 하자 주민들 사이에서 반발이 일었다.

당초 주민들의 의견을 반영한 사업을 진행하겠다는 주민협의체가 제기능을 하지 못하면서 차질이 빚어지자 결국 남구는 해당 사업 추진을 중단하기도 했다.

광주시는 각 기금마다 운용심의위원회를 열어 사업에 대한 충분한 검토를 펼친다는 입장이다. 광주시 관계자는 “폐촉법에 따라 주민지원기금 운용 및 관리에 관한 사항을 심의하기 위해 설치·운영되는 운용심의위원회가 개최된다. 기금운용심의위원회는 폐기물처리시설 주민지원기금을 보다 투명하고 체계적으로 운용할 수 있게 만드는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며 “선진지 견학의 경우도 또한 폐기물시설 지역 주민들이 어떻게 시설과 상생하는가를 보고자 교육적 차원이라는 점에서 타당하다고 판단돼 진행했다”고 덧붙였다.
김혜인 기자 hyein.kim@jn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