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김진남> 안전교육 내실화를 위한 첫걸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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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김진남> 안전교육 내실화를 위한 첫걸음
김진남 전남도의회 교육위원회 부위원장
  • 입력 : 2023. 02.08(수) 12:56
김진남 부위원장
“빛나라, 지식의 별!”이라는 문구와 함께 한 때 유용한 지식과 웃음을 전달하던 ‘스펀지’라는 KBS의 예능 프로그램을 기억하실 것이다. 재밌는 정보와 지식을, “ㅇㅇㅇ는 ㅁㅁ다”와 같은 형식으로 제보를 받고 직접 실험을 통해 검증하는 포맷으로도 유명했다.

해당 프로그램의 2006년 11월 방송에서 “개는 주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자기부터 살고 본다”라는 제보를 실험을 통해 사실로 검증하는 일이 있었다. 얼핏 듣기에 개는 주인에게 충성스럽고 헌신한다는 통념을 반박하는 내용이었나 싶을 수 있겠으나, 정확한 내용은 ‘훈련 받지 않은 개는 주인이 위기에 처했을 때 당황해서 도망간다’였다. 훈련 받은 개는 당연히 충성스럽게 주인을 지켰다.

폐지된 예능 프로그램과 개 얘기에 뜬금없어 하실 분들에게 전설적인 골프선수 잭 니클라우스의 얘기도 들려드릴까 한다. 잭 니클라우스는 “나는 연습할 때도 매우 정확하고 집중된 상태로 상상하기 전에는 공을 치지 않습니다. 그것은 마치 생생한 영화와도 같습니다. 먼저 공이 도착할 곳을 바라봅니다. 그 다음에는 공이 포물선을 그리며 날아가는 모습, 땅에 떨어지는 모습을 상상합니다. 영화 못지않은 그 상상이 끝나고 나서야 공으로 다가갑니다.”라며 실훈련 못지않은 이미지 트레이닝의 중요성에 대해 얘기한 바 있다.

훈련은 학습이다. 충성스러운 개도 훈련받지 않고서는 주인을 지켜야할 때 지킬 방법을 몰라 당황하고, 전설적인 골프 선수도 수천수만 번 날려봤을 골프공 앞에 서기 전 이미지 트레이닝을 통해 배운 것을 점검한다.

2022년 10월 29일, 10대의 청소년들과 20~30대의 젊은이들이 핼러윈데이를 즐기기 위해 서울 이태원 거리로 나왔고 인파가 몰려 157명이 사망했다. 언론은 전가의 보도처럼 ‘우리 사회의 안전불감증’을 들고 나왔다.

2014년 세월호 침몰로 304명이 사망·실종된 사고, 2013년 충남 태안 해병대캠프에서 5명의 고등학생이 목숨을 잃은 사고, 1999년 씨랜드청소년수련원 화재사건으로 유치원생 19명과 인솔교사 및 강사 등 23명이 숨지고 5명이 다치는 사고들이 발생했다. ‘안전불감증’이란 마법의 단어로 그 원인을 사고희생자, 사고책임자, 그리고 마음 아파하는 시민들에게 경중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두루 나누는 것으로 진짜 책임자, 청소년과 청년 희생자의 발생이 바로 이 사회 ‘어른들’의 책임임을 제대로 짚어내지 않았다.

그렇지 않은 특별한 누군가도 존재하지만, 대다수의 사람은 배우지 않은 것, 학습 받지 않은 것, 훈련받지 않은 상황이 닥쳐오면 당황하여 제대로 대처하지 못한다. 그렇기에 군인들은 전시에 대비해 고된 훈련을 거듭하고, 베테랑 소방관들도 훈련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이는 우리 아이들, 학생들도 예외가 아니며 살아가며 마주칠 수많은 삶의 시련과 갈림길 앞에 더 나은 선택, 더 좋은 판단을 하기 위해 교육을 받고 학습한다. 공교육이 아이들에게 주는 것은 보다 행복한 삶이어야 한다. 그리고 그 행복한 삶을 안전하게 지킬 방법을 학습시켜야 한다. 안전사고는 배우지 못한 사람의 책임이 아니라, 교육하지 못한 사회 어른들의 책임이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의 노력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안전사고를 예방하고자 각종 법령 제정을 비롯해 ‘학교안전교육 7대 표준안’과 같은 각종 안전교육자료를 제작하여 배포했다. 소방청·도로교통공단과 함께 찾아가는 안전체험교육, 행정안전부와 함께 ‘어린이재난안전훈련’ 등을 통한 국가적 차원에서 노력을 이어가고 있다.

전남도내에 위치한 영광 전남안전체험학습장과 강진 안전교육종합체육관에서 체험위주의 안전교육을 실시해 재난안전, 교통안전, 생활안전 등 다양한 안전체험프로그램으로 학생들에게 실질적인 체험교육도 제공하고 있다.

하지만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안전사고는 지금도 끊이질 않고 있으며 앞으로도 또 일어나지 않는다는 보장이 없다. 우선 관련 매뉴얼과 인프라가 부족하다. 정부는 이번 참사의 대책으로 다중운집 장소에 대한 안전교육을 신설하고 강화한다고 했다. 하지만 군중 밀집 장소에 대한 안전 수칙 매뉴얼은 전무하며 더욱이 공신력 있는 안전 자료가 없다.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 따르면 안전교육 담당하는 체험관 교관들 대부분은 외부 계약직 직원으로 안전에 대한 전문적인 설명보다 시설 이용에 대한 설명을 하는 것에 그친다고 한다.

또한 안전체험관을 대부분 의례적 관람정도로 생각하는 의식 수준이다. 앞서 말한 국회입법조사처 자료에서도 안전체험관 대부분이 규모가 작아 효과적인 교육이 어렵고 지역적으로 편중되어 있었다. 안전체험관이 절대적으로 부족해 학생들을 모두 수용하기 어렵고 동영상 등으로 교육을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더욱이 전문적인 지진·태풍·화재 등 구체적인 재난체험시설을 갖추지 못하는 체험관이 다수였다.

실제적인 안전사고 예방을 위한 제도적 보완이 필요하며 이는 안전교육이 실질적인 ‘안전훈련’으로 작용해야한다. 나아가 안전체험시설 전문성 확보를 위한 방안이 필요하다. 안전체험시설 운영가이드라인을 만들고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서는 전문성을 가진 기관이 나서 국가적 차원에서 장기적인 계획을 갖추고 추진해야 한다. 아울러 안전교육을 담당하는 인력의 전문성 확보를 위해 체험관 교관을 미국과 일본처럼 퇴직 소방관으로 구성하는 등 전문성 있는 인력을 영입해야한다.

필자는 지난해 전남도교육청 행정사무감사에서 모듈러교실 안전 점검과 스프링클러 설치 주문, 영광안전체험학습장 운영문제, 안전관련 선제적 대응 노력, 수학여행 안전관리 등을 거론하며 전남의 안전한 교육환경을 위해 많은 질의를 했다. 더해 안전관련 조례 제정, 예산 편성, 행정사무감사 등으로 학교 안전을 위한 실질적 노력에 나설 것이다. 이러한 제도적 기반 조성 못지않게 중요한 것은 학교 현장에서의 안전교육 내실화다. 명목상 안전교육이 아닌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교육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하며 지자체, 교육청의 합심이 필요하다.

한 생명은 우주보다 무겁다. 더 늦기 전에 학교 안전교육에 대한 전면 재점검과 혁신으로 우리의 소중한 미래를 지켜야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