앗살라무 알라이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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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앗살라무 알라이쿰!
  • 입력 : 2023. 02.14(화) 17:01
이용환 논설위원.
‘영상미학으로 녹여낸 깨달음의 절정이다’. 막연하게 생각했던 튀르키예를 직접 가보고 싶었던 것은 지난 2015년 개봉된 튀르키예 영화 ‘윈터 슬립’ 때문이었다. 튀르키예 아나톨리아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주인공 아이딘. 젊은 아내와 이혼한 여동생이 벌이는 갈등과 함께 펼쳐지는 화려한 영상의 향연은 압권이었다. 인간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의 긴 시간, 자연의 변화가 만든 기암괴석도 튀르키예를 향한 동경을 자극했다. “튀르키예의 자연은 지구의 자연이 이니다.” 이곳에서 ‘스타워즈’를 촬영했던 조지 루카스 감독의 이야기다.

튀르키예는 신(神)의 나라다. 인류의 역사가 담긴 거대한 박물관으로도 유명하다. 초기 기독교의 복음이 이곳 튀르키예를 중심으로 이뤄졌고, 동로마(비잔틴)나 고대 그리스, 메소포타미아의 다양한 문명들도 이곳에서 태동됐다. 대홍수 이후 노아의 방주가 마지막으로 안착한 곳도 튀르키예에 있다고 한다. BC 250년 세계 최초로 양피지를 만들고, 의학의 아버지 히포크라테스가 활동하며 세계 최초로 세운 병원도 튀르키예 아스클레피온 신전이었다. 그야말로 인류사의 보고다.

우리와의 인연도 깊다. 6·25 전쟁 과정에서 2만 명 이상의 병력을 파병한 튀르키예는 수원에 ‘앙카라 학교’를 건설해 많은 고아들을 돌봤다. 고구려와 돌궐, 몽골과 돌궐 등 역사적 관계도 특별하다. 돌궐은 튀르키예의 옛 국호인 터키의 한자어 표기다. 지난 2018년 한국과 튀르키예가 공동제작한 다큐멘터리 ‘아일라 전쟁의 딸’도 생면부지였던 터키인 아버지와 입양된 전쟁고아의 60년 실화를 담아 감동을 안겼다. “국적은 달랐지만 나를 향한 아버지의 사랑은 모든 것을 뛰어넘었다.” 다큐의 주인공 김은자씨의 회고다.

지난 6일 튀르키예와 시리아 국경지대에서 일어난 강한 지진으로 튀르키예와 시리아가 상상할 수 없는 상흔에 신음하고 있다. 사고 발생 1주일 여 만에 양국의 공식 사망자만 3만 7000명이 넘어섰다고 한다. 생존자들도 영하의 추위와 전염병, 추가 여진에 노출돼 있다. 수천 년 인류와 함께 해 온 문화재의 훼손도 가슴 아프다. 튀르키예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케말 아타튀르크의 지향점은 평화였다. 현 튀르키예 공화국이 추구하는 가치도 평화다. 전세계 무슬림의 공통 인사말 ‘앗살라무 알라이쿰’은 ‘당신에게 평화가 있기를’로 번역된다. 누구보다 관대하고 폭력을 반대해 온 그곳. 튀르키예와 시리아의 평화를 기원한다. 앗살라무 알라이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