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해자와 피해자 라포 형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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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석대
가해자와 피해자 라포 형성
이기수 논설실장
  • 입력 : 2023. 02.16(목) 17:15
이기수 논설실장
 5·18민주화운동 일부 단체(부상자회·공로자회)가 추진하는 (사)대한민국 특전사 동지회와의 ‘용서와 화해’ 대국민 선언과 국립5·18민주묘지 합동 참배를 놓고 지역 사회가 논란에 휩싸였다. 재야 민주 인사와 시민사회단체는 진상규명이 채 마무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공론화 과정이 없었고 면죄부를 줄 수 있다며 행사에 우려를 나타낸 반면 ,행사 주관 5·18 단체는 이번 행보가 진상규명으로 다가가는 첫 걸음이라며 강행 의지를 밝혔다. 5·18 가해자와 피해자간 화해 수순에는 동감하나 특전사 단체의 미흡한 진상규명 의지, 진정성 없는 사과 우려, 등을 이유로 행사의 취지를 제대로 살릴 수 없다는 게 행사 반대측의 입장이다.이같은 비판 등이 일자 5·18민주유공자유족회는 광주 행사에 불참키로 했다.유공자유족회는 지난달 16일 5·18민주화운동 당시 숨진 계엄군이 안장된 국립서울현충원 묘역을 다른 5·18 단체와 함께 참배했다.1980년 5월 당시 피해자와 가해자로 적대적 관계였던 양측이 나란히 희생자를 기린 것은 처음이어서 주목을 받았다.19일 국립5·18민주묘지 합동 참배는 양측이 사전 예고한 행사였지만 5·18 단체간 균열이 생긴셈이다.이번 행사를 추진한 5월 단체는 15일 기자회견을 열어 “특전사 동지회와의 만남이 5·18 진상규명의 시작”이라며 “만남을 이어가 신뢰를 쌓는다면 (이들이) 1980년 5월 당시에 기록한 메모나 일기를 확인할 수 있을 것이다. 기억에 근거한 암매장 장소도 확인할 수 있고 함께 ‘진상규명을 위한 위원회’도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도 했다.황일봉 5·18민주화운동부상자회장은 “이번 합동 참배 등 행사는 진상규명에 협조하지 않고 있는 계엄군들이 스스럼없이 사회로 나와 양심고백을 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진행된다”고 강조했다. 이는 진실 규명에 라포(rapport)형성의 중요성을 강조한 말로 보인다. 라포는 ‘다리를 놓다’라는 뜻의 프랑스어에서 기원한 말로, 상호 협조가 중요한 상담·치료·교육 등에서 주로 쓰이는 용어로 알려졌다.라포를 형성하기 위해서는 타인의 감정·사고·경험을 이해하고, 공감대, 신뢰감 형성이 필요하다. 하여 양측의 행보를 관심있게 지켜본 광주시민으로서 현재의 갈등 조성 국면에 대해 안타까움을 감출 수 없다. 5·18 진실 규명이 가장 시급한 과제라고 여겨서다. 5·18민주화운동 진상규명조사위원회(이하 조사위)의 활동 기간이 채 1년도 남지않은데다 최초 발포 책임자와 지휘권 이원화 , 암매장 의혹 , 각종 인권 침해 사례에 대한 총체적 진실규명에는 당시 계엄군의 용기있는 증언과 제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는 조사위의 조사 방식에도 부합한다. 지난 2020년 5월 조사위는 본격 조사에 들어가면서 “지금까지 총 9회의 조사가 있었으나 상급 지휘관 중심의 조사에 그쳐 발포 책임자의 규명에는 한계가 있었다. 이번 조사는 ‘위에서부터’가 아닌, 말단 병사와 초급 간부들을 포함한 ‘아래에서부터’의 조사를 통해 발포 현장의 생생한 증언과 자료를 수집, 분석하여 명실상부한 국가보고서를 제출하겠다”고 밝힌바 있다. 이번 행사 반대측의 우려는 이해할 수 있으나 논란과 갈등보다는 5·18 진실 규명에 전력투구해야 할 때라고 판단한다. 계엄군으로서 광주에 투입된 이들 역시 부당한 국가권력의 희생자로 볼 수 있다. 40여년 동안 조직과 자신을 포함한 가족 보호 명분에 입을 굳게 다물고 있었지만 이들 또한 60대 후반과 70대의 나이에 이르러 현역에서 은퇴했고 그날의 진실을 말할 수 있는 여건이 됐다고 본다. 특전사 소속 말단 병사와 초급간부중 누군가는 5ㆍ18진실을 규명하는 결정적인 증거 제시와 증언을 해주는 스모킹 건(smoking gun) 역할을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들이 끝까지 입을 다물거나 혹여 죽게된다면 그런 소중한 기회를 놓치게 될 것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뭣이 중헌디를 다시 한번 생각해볼때가 아닌가싶다.